90년대 볼보 디자인을 기억하고 있는 분이시라면 '각' 디자인이 딱 떠오르실겁니다. 실용성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듯한 디자인. 그리고 그런 디자인에 매료된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이길 수 없는 법. 볼보가 이리저리 표류하면서, 볼보 특유의 디자인은 점점 희석되고 흔히 볼 수 있는 '신형차' 맛이 묻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낡아보이는, 그런 디자인을 보고 볼보 팬들은 '북유럽 디자인이다'라며 애써 포장을 해야 했습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볼보만의 디자인이 완성되었으니까요.

 

이전 세대에 비해 전장은 45mm, 전폭은 10mm 늘어난 반면 전고는 55mm 낮아졌습니다. 덕분에 넓고 낮은 비율로 안정감있는 프로포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이전 세대에 비해 수직,수평방향의 선이 많이 사용되어 역동적이기보다는 든든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인상입니다.

 

전륜 기반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앞쪽 오버행이 긴 디자인 대신 오버행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앞바퀴가 더욱 앞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휠베이스도 90mm 늘어났습니다. 오버행이 길어지면 범퍼 하단이 지면에 닿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끝부분에서 라인이 위로 올라가는 디자인이 되기 마련인데, 오버행이 줄어듬에 따라 범퍼 하단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져 차체 바닥 높이가 범퍼 하단까지 쭉 이어지는 깔끔한 라인이 되었습니다.

 

 마치 후륜구동 차량처럼 보이는 디자인인데, 전륜 구동 차량에 이런 디자인을 채용하면 하중이 뒤쪽으로 분산되어 구동력(트랙션)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로 주행만 염두에 둔 저출력 세단이라면 모를까 커다란 차체를 끌기 위해 큰 구동력이 필요한 SUV에서는 함부로 시도할 수 없는 디자인입니다. 이런 디자인 때문인지 이전 세대와 달리 전륜 모델이 없고 상시사륜 모델만 존재합니다. 덕분에 320ps의 가솔린 모델에서도 트랙션이 부족한 증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1세대 XC60 측면 (출처 : 볼보자동차)

 

이전 세대의 XC60은 전면은 낮고 후면으로 갈수록 점점 올라가는 라인을 사용했는데, 2세대 XC60은 이 라인의 차이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후드 위치가 높아지고 오버행이 짧아진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후드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이전 세대는 측면에서 보면 전면부 면적이 작아 작은 차의 앞부분이 커다란 바디를 끌고 가는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신형에서는 전후 비율이 적당해져 더 안정감있는 측면 라인을 구현했습니다.

 

XC90에서 처음 선보인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 디자인은 기존 볼보 차량의 특징 없고 두루뭉술한 헤드램프 디자인을 단번에 탈피하여 볼보만의 고유 디자인을 제시했습니다. 헤드램프 중앙에 주간주행등이 지나가는 파격적인 디자인은 기존의 전구형 램프 대신 LED를 적용해 발광체를 작게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XC60 모든 트림에 LED 헤드램프가 적용됩니다.

 

반면 테일램프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전세대 XC60과 마찬가지로 수직 테일램프를 채용했습니다. 전면이 '신차'라는 느낌이라면 뒷면은 '신차처럼 페이스리프트한' 느낌입니다. 다만 전체적인 모양새는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릅니다. 뒤쪽 라인이 전체적으로 낮아지고, 트렁크쪽으로 확장된 램프 형태로 전체적으로 넓고 낮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이전 모델은 한눈에 봐도 SUV지만 신형 XC60의 디자인은 얼핏 보면 차체가 좀 높은 왜건인가 싶은 인상을 줍니다.

 

실내 디자인 역시 가로 방향이 강조된 디자인으로 통일성을 주고 있습니다. 가죽, 나무, 금속, 플라스틱 등의 다양한 재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단조롭지 않으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신체가 직접 닿는 시트는 나파 가죽으로 매우 부드러운 재질을, 시야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대쉬보드는 천연 나무 재질과 하이그로시, 스티치로 마무리했고, 플라스틱 부분은 사고시 부딧혀도 상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폼 처리를 한 푹신푹신한 재질을 사용했습니다. 다만 손이 많이 가는 중앙 디스플레이 주변부와 송풍구에도 하이그로시 재질을 적용했는데, 아무래도 지문이 잘 생기는 편.

 

세로로 배치된 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에 거의 모든 기능을 넣었습니다. 기존 볼보의 버튼 투성이 디자인과 비교하면 디자인은 확연히 깔끔하고 고급스러워졌습니다. 그러나 볼륨 조절 노브를 제외한 모든 버튼이 사라진 관계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선 화면을 보면서 수차례 터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는 스티어링 휠 리모콘에 없는 기능, 예를 들어 운전중 공조 기능을 조작하는 경우 전방 주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또, 혹시 중앙 디스플레이가 고장나거나 오작동을 하는 경우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장 내비게이션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사용하기 쉽습니다. HUD를 통해 경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주행중 시선을 돌릴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내장된 지도가 국내 전용 지도가 아닌 탓인지 건물명/상호명 검색은 거의 되지 않습니다. 또, 경로 정보가 일부 잘못되어 있어 우회전 해야할 상황에 좌회전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급한 업데이트가 필요할 듯.

 

메탈 재질의 스피커 커버, 송풍구 테두리의 하이그로시, 트림 테두리를 따라서 스티치를 넣고, 마무리로 작은 스웨덴 국기 모양 장식까지. 공산품보다는 수공예품 같은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인스크립션 모델에는 B&W 오디오가 적용되어 매우 뛰어난 음질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 기본 설정이 저음이 부스트된 음색이라 취향에 따라 EQ조절이 필요할 듯.

 


먼저 시승한 T6 가솔린 모델은 2.0L 4기통 엔진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동시에 적용해 더해 320ps의 강력한 출력을 발휘합니다. SUV인 만큼 차량 중량은 2톤 가까이 되지만 세단이 전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한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이 돋보여 마치 세단을 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만 NVH 대책에는 신경을 조금 덜 쓴듯. 속도를 높이면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꽤 들립니다.

 


D4 디젤 모델은 2.0 디젤엔진으로 190마력을 발휘합니다. 고성능 모델을 먼저 시승하여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밖으로 상쾌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엔진 모두 40.8kg.m의 토크를 발휘하고 최대토크 영역이 1,75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시작하여 낮은RPM 영역의 가속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출력 차이를 명백하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디젤 모델이라고 딱히 진동 소음 대책을 세운 것은 아닌 듯, 최신 디젤 세단급으로 엔진음을 억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타트/스톱 시스템으로 엔진이 시동될 때에도 시동소리와 진동이 확연히 전달됩니다.

 

시승 내내 적극적인 안전장치 개입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가 울리는 것 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원래 차선 방향으로 조작됩니다. 운전자는 마치 차선을 넘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무엇인가가 도로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변경을 하면 이런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승중 끝차선을 주행하다가 갑작스럽게 합류하는 차량이 발생하여, 급히 상위 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하자 스티어링 개입뿐만 아니라 브레이크가 자동적으로 동작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방향지시등을 넣지 않고 급선회를 시도하자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나중에 기능을 확인해 보니 인텔리세이프 기능 중 '도로 이탈 완화 기능' 이 작동한 것으로, 차선이 선명하게 표시된 도로에서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감지되면 조향 지원과 브레이크가 작동된다고 합니다.

 

반자동 자율 주행 기능(파일럿 어시스트)은 제법 믿음직한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차선폭과 앞차의 움직임에 맞춰 가속/감속을 하고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불안한 움직임 없이 정확하게 도로를 따라갔습니다. 다만, 정확히 차선 중앙을 추종하기보다는 약간 조수석측 차선에 붙는 경향이 느껴졌습니다. 오동작인지 원래 그렇게 세팅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볼보 XC60 상세 사진

 

- 외관

 

R-Design 모델에 적용되는 21인치 휠.

 

인스크립션 모델에 적용되는 19인치 휠.

 

모멘텀 모델에 적용되는 18인치 휠.

 

사각지대경보장치의 램프가 A필러 하단에서 사이드미러로 이동하였습니다. 조그마한 아이콘 램프 대신 큼직한 ㄱ자 램프를 사용하여 훨씬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인스크립션 모델은 측면 하단에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 실내

 

인스크립션 모델의 시트는 나파 가죽이 적용되며, 운전석 조수석 모두 마사지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전후, 상하, 등받이 각도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은 앞쪽의 동그란 모양의 컨트롤러로 조절합니다. 테두리를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면 중앙 디스플레이에 조절 가능한 기능 리스트가 뜨고, 원하는 기능을 선택한 후 조절하면 됩니다.

 

센터 콘솔을 한껏 위로 올려 운전석과 조수석이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핸들과 변속레버가 가까워져 수동변속시 유리한 것은 덤. 또한 콘솔 레버, 스위치 역시 하이그로시, 크롬장식을 한껏 투입하여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했습니다.

 

스타트-스톱 기능은 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비트는 방식입니다. 차키를 돌리는 느낌을 조금은 남겨두었습니다.

 

중앙 디스플레이의 터치센서는 최근 흔히 적용되는 정전식 대신 적외선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정전식의 경우 장갑을 낀 채 조작을 할 수 없으나 적외선식은 어떤 물체로도 조작이 가능합니다. 다만 테두리의 적외선 센서에 이물질이 끼면 오작동하는 경우가 있으니 깨끗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지면 오돌토톨한 입체감이 느껴지는 우드 트림.

 

테두리가 없는 베젤리스 타입 리어 뷰 미러.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뒤로 더 젓혀져 세단에 탑승한 것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대신 레그룸은 다소 좁은 편. 그래도 성인 남성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뒷좌석은 6:4 폴딩이 가능합니다.

 

뒷좌석 좌우까지 독립된 4존 독립 공조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뒷좌석 공조기 아래에는 230V 50Hz 플러그와 12v 플러그가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국내 전자제품은 220V 60Hz 를 기준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일부 전자제품(특히 교류모터가 달린 제품)은 오동작을 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전압 변환 없이 사용 가능한 프리볼트 기기는 대부분 문제없이 작동되지만, 그래도 국내 소비자를 위해 220V 60Hz 사양으로 맞춰줬으면 더욱 좋았을 듯.

 

트렁크 바닥과 지면까지 거리가 기존보다 132mm 낮아진 616mm로 대폭 낮아져 더 편리하게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505리터이며, 2열 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1,432리터까지 공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발을 움직여 트렁크 뒷문을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기능도 지원합니다.

 

 

 

볼보 XC60 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