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페이스리프트로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던 렉스턴이 드디어! 16년만에! 풀체인지를 거쳐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쌍용차는 G4렉스턴을 출시하면서 '왕의 귀환' 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강한 자부심을 보여줬고, 사전계약 7500대 이상, 출시 첫달 2700여대를 판매하면서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우선 차를 보자마자 느껴지는 첫인상은 '크다'. 첫 렉스턴 출시 이후로 16년동안, 경쟁차량들이 점점 체급이 커지는 데에 비해 렉스턴은 동일한 크기에 머물렀기에 그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수치만 비교해 보더라도 전폭, 전장 모두 기존 렉스턴보다 크게 증가한데다, 기존 렉스턴이 커다란 오버휀더를 덧붙인 형태의 외관이었던 것에 비해 휀더 라인을 완전히 수직으로 정리해 버렸기 때문에 실질적인 차체 크기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국산 양산차중 최초로 20인치 휠을 적용했지만 20인치 휠이 차체에 비해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
전체적으로 기교를 많이 부렸다기보다는 최신 트렌드를 접목하면서도 보수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쌍용차가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는 디자인이었다면 이 차량은 누구나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한 디자인입니다.
전면 디자인은 티볼리에서 도입한 디자인에 뻥 뚫린 중앙 그릴부를 더한듯한 인상입니다. 거기에 차량의 인상에 은근히 큰 영향을 주는 엠블럼이 기존의 타원형 엠블럼에서 날개를 형상화한 엠블럼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수출형 엠블럼을 새로 다듬은 듯한 형태인데, 기존의 심심한 쌍용 엠블럼보다는 훨씬 존재감이 넘칩니다. 엠블럼이 변경된데다 차량 외관에는 '쌍용'이라는 표기가 일절 없으니 차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차가 쌍용자동차의 차량이라는것도 쉽게 알 수 없을듯.
후면에는 변경된 전면 엠블럼 대신 'G4' 엠블럼과 '렉스턴' 레터링이 적용되었습니다. 새로운 이름을 붙일지, 아니면 렉스턴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그 절충안이 선택된듯한 인상입니다. 그러나 조금 뜬금없는 느낌도 듭니다. 쌍용측은 G4라는 이름에 상당히 많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차를 자주 접하게 되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런 의미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차량에 탑승할 때에 의자에 바로 걸터않기 힘들 정도로 높습니다. 최근 SUV의 추세가 도심형을 지향하면서 점점 전고가 낮아지고 있어 사이드 스텝이 있더라도 키가 큰 사람은 그냥 탑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G4 렉스턴은 웬만큼 키가 큰 사람도 사이드스텝을 꼭 밟고 올라서야 쉽게 탑승할 수 있습니다. 대신 주변 차량을 대부분 내려다 볼 수 있는 높은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G4 렉스턴과 비슷한 시야를 가진 국산 SUV는 모하비 정도밖에 없는데, 실제 도로 주행시 느낌은 모하비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은 느낌입니다.
커다란 덩치만큼 실내도 넓고 편안합니다. 시트 착좌감도 수준급이고, 실내 디자인이나 버튼 조작감 등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NVH 대책도 확실하여 엔진 소음이나 주행소음을 상당히 잘 차단하고 있습니다. 시승 모델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된 모델이었는데, 서스펜션이 부드럽고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도 적어서 고속주행에서도 승차감이 상당히 편안했습니다.
가로 배치의 안정된 인테리어 디자인은 최신 트렌드를 충분히 따르고 있지만, 기어 레버의 디자인은 여전히 16년전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여전히 똑같은 계단식이고, 수동 변속 기능은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합니다. 거기다 센터 콘솔의 폭이 넓어지면서 기어 레버 좌우로 쓸데없는 공간만 늘어났는데, 정 중앙에 배치하는것보다 차라리 운전석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하고 수납공간을 늘리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계기판은 좌우에 아날로그 계기판이 배치되고 중앙에 7인치 LCD 디스플레이가 배치된 형태입니다. 백색 위주의 깔끔한 디자인입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애니메이션이 부드럽고 조작감이 상당히 쾌적합니다. 내비게이션 정보도 깔끔하게 연동되고, 각종 조작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도 꽤 세세하고 직관적입니다.
특이한 기능이 하나 있는데, 기본적으로 상시 점등하는 타입의 계기판이지만 핸들의 버튼을 조작해 좌우 아날로그 계기판의 백라이트를 따로 끌 수 있습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 엔진회전수와 속도를 모두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계기판을 끄더라도 주행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야간주행시 눈의 피로를 줄이는데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아날로그 타코메터보다 디지털 타코메터의 반응이 조금 빠릅니다.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킬때 소리가 차량 컨셉에 맞지 않게 경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소한 불만이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방향지시등과 경고음 소리는 다섯가지 소리로 변경할 수 있고, 3단계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어 취향에 맞는 소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뒷좌석은 뒤로 눕힐 수 있는데, SUV치고는 상당히 많이 눕힐 수 있습니다. 위 뒷좌석 사진은 한쪽은 최대한 세우고, 한쪽은 최대로 눕힌 상태. SUV 뒷좌석은 등받이가 너무 수직이라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단을 타고 있는 것처럼 쾌적한 착좌감을 제공합니다. 6:4 폴딩식이라 좌우 탑승자가 별도로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2.8kg.m 을 발휘하는 2.2L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습니다. 차급에 비해서는 배기량이 작다는 평가가 많지만, 저속토크에 중점을 둔 엔진 세팅으로 생각보다 답답한 편은 아닙니다. 다만, 120km/h 정도까지는 무난히 가속하지만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속도 상승이 상당히 늦습니다. RPM을 끝까지 쓰면서 죽어라 가속을 해도 큰 감흥이 없지만, 오히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고 두툼한 토크를 이용해 낮은 RPM 영역에서 느긋하게 가속할 때 차를 혹사시키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밀어붙이는 기분 좋은 가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변속기는 기존과 같은 벤츠 7단 자동변속기. 다단화 추세가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상황이라 경쟁 차종에 비해 뛰어난 사양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변속기 세팅은 승차감을 염두에 둔 듯 변속충격이 거의 없이 부드럽게 가속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엔진과의 직결감이 덜하고, 수동변속시 반응도 빠르지 않습니다.
차체가 더욱 커져 4륜구동 모델은 2톤이 넘어가는 중량을 자랑하는데다 기존 렉스턴과 큰 차이가 없는 브레이크 조합이라 브레이크 성능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지만, 꽤 속도가 나는 상황에서 비상제동시에도 큰 차체를 무리없이 제동시킬수 있었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감각도 초반에는 부드럽지만 밟는 힘을 더 줄수록 정확히 원하는 만큼 제동력이 더해져 매우 다루기 편한 브레이크 세팅입니다. 다만 브레이크 자체의 용량이 큰 것은 아니라 단시간에 급제동을 반복하거나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만을 사용해 내려가는 것은 피해야 하겠습니다. 다행인 점은, 경사로 저속 주행 장치가 있어 내리막에서 브레이크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습니다.
기어 레버 뒤쪽에 위치한 구동방식 선택 레버로 언제든 후륜구동과 사륜구동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파트타임식 4륜구동은 험로 주행시 매우 유리합니다. 시승시에는 사정상 본격적인 오프로드 코스를 달려보지는 못했지만, 사륜구동을 설정하고 급선회시 강한 타이트 코너 브레이킹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전후륜을 직결하는 파트타임식 특유의 현상입니다. 멀쩡한 포장도로에서는 주행을 방해하는 단점이 되지만, 미끄러운 도로나 오프로드에서는 상시사륜을 크게 뛰어넘는 주파 성능을 자랑합니다. 사륜구동 옵션은 모든 트림에 적용 가능하며, 최고급 트림에는 기본 적용됩니다.
시승 차량은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된 차량으로 승차감이 매우 우수했습니다. 스프링 레이트가 낮고 스트로크가 긴 전형적인 SUV형 설정입니다. 고속에서 커다란 차체에서 오는 안정감은 뛰어나지만, 코너를 만나면 금새 휘청거립니다. 스프링 레이트에 비해 댐퍼가 조금 강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인지 노면의 자잘한 진동까지 거르지는 않고 있습니다.
최근 SUV들은 '도심형'이라던지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하면서 SUV의 단점을 적극적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세단의 장점을 흡수하려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G4 렉스턴은 그런 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차는 스포츠 모드가 없습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때의 감각, 핸들링 감각 모두 부드럽고 느긋합니다. 차체는 높고, 조금만 빠르게 코너링을 하면 넘어질 것 처럼 크게 기웁니다. 파트타임 사륜구동은 일상 주행에서는 그저 후륜차와 다를게 없습니다. 그러나 G4 렉스턴은 이런 부분을 굳이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딱히 단점이 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SUV라는게 그런 차니까요. G4 렉스턴은 철저하게 SUV 다운 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울리는 차량입니다.
쌍용 G4 렉스턴 상세 사진
그릴은 상단, 중단 하단이 모두 실제로 뚫려 있습니다.
헤드램프 위쪽에는 LED주간주행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헤드램프는 제논램프를 사용합니다.
범퍼 좌우에는 주간주행등과 유사한 디자인의 LED 안개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안개등은 야간에 조향시 회전 방향으로 자동으로 점등되어 코너링 시야를 확보하는데도 사용됩니다.
사이드 미러에는 사각지대 경보장치 표시와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국내 SUV 중 최초로 20인치 휠이 적용되었습니다. 기본 18인치이고 옵션으로 20인치 스퍼터링 휠을 선택 가능한데, 차체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20인치 휠을 적용해야 적당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
일반적으로 앞좌석 도어에만 잠금버튼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뒷좌석 도어에도 잠금버튼이 있습니다. 오토 클로징 시스템이 적용되어 시동을 끈 상태에서 키를 가지고 차량에서 2m이상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잠깁니다.
사진의 시승차는 썬루프가 없는 모델이며, 썬루프는 파노라마가 아닌 일반 썬루프만 적용됩니다.
문을 열어보면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일단 문짝 자체가 기존 렉스턴보다 훨씬 큽니다. 기존 렉스턴보다 훨씬 아래쪽까지 확장되어 있고, 유리창과 도어트림의 경계선인 숄더 라인도 상당히 높아진 느낌입니다.
스티어링 휠에는 8개의 버튼과 4개의 상하 레버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조작 방법은 현대기아차의 조작법과 유사합니다. 왼쪽 버튼은 중앙 디스플레이, 오른쪽 버튼은 계기판에 나타나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9.2인치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은 계기판과 연동되며, 와이파이를 통한 안드로이드 카 미러링을 지원합니다. 양방향 미러링을 지원하여 기존 미러링처럼 스마트폰을 들고 조작할 필요가 없이 차량 디스플레이를 직접 터치하여 조작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을 연결하면 애플 카플레이 기능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P), 경사로 저속 주행장치(가변형 HDC), 사각지대 경보장치,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 최신 전자제어 기능도 충분히 탑재하고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기어레버 주위 등의 인테리어 가니쉬는 우드그레인이 적용됩니다. 트림에 따라 리얼텍스쳐/스타일리쉬로 무늬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중앙 디스플레이의 속도계 표시는 세가지 디자인으로 변경할 수 있으며, 엔진회전수도 표시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연동 정보를 표시할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는 지니가 적용되었습니다.
듀얼 존 풀오토 에어컨.
시거잭, USB, AUX단자가 모여있는 콘솔 앞쪽에는 고무 지지대가 있어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습니다.
9.2인치 내비게이션 옵션을 적용하면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도 함께 적용됩니다.
실내 가죽 색상은 블랙과 브라운 색상 두가지가 적용됩니다.
뒷좌석은 더블 폴딩 기능을 지원하여 등받이뿐만 아니라 시트 전체를 완전히 앞쪽으로 접을 수 있습니다.
앞좌석 뒤쪽에는 G4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센터콘솔 뒤쪽에는 뒷좌석에서 이용 가능한 송풍구, USB충전포트, 220v 콘센트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팔걸이 및 컵 홀더는 뒷좌석 등받이를 중간정도 각도로 맞췄을때 적당한 각도가 됩니다.
트렁크 공간은 매우 넓어서 짐 싣기에는 충분합니다. 다만 차체가 높은 관계로 트렁크 입구 높이도 약간 높은 편.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트렁크 공간과 다소 단차가 있습니다. 러기지 보드를 위쪽으로 설치하면 풀 플랫 상태로 만들 수 있지만, 러기지 보드가 버틸 수 있는 하중이 최대 30kg인 관계로 아주 무거운 짐은 실을 수 없습니다.
테일게이트는 전동식 스마트 테일게이트가 적용됩니다. 키를 소지한 채 차량 후방에 3초간 머무르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립니다.
* 도로 사진 촬영은 차량 통행이 없는 미개통 도로에서 진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