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아슬란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왜?' 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세단 라인업은 그랜저 - 제네시스 - 에쿠스로 이미 상당히 촘촘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 라인업의 어디에 새로운 차가 비집고 들어올 수 있을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했고 현대차는 이에 대해 '프리미엄 컴포트'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2014 부산모터쇼에서 동시에 공개된 'AG(아슬란)'와 '그랜저 디젤'.

 

HG그랜저에 적용된 플루이딕 스컬프쳐 디자인은 상당히 과감한 디자인으로 중후함보다는 개성적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이었습니다. 덕분에 기존 그랜저가 중장년층에 인기를 끈 것에 반해 HG그랜저는 30~40대 소비자들의 구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중후한 디자인을 선호하던 소비자들은 급변한 디자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른 차량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슬란에 적용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 은 기존 플루이딕 스컬프쳐에 비해 정돈되고 절제된 디자인을 보여줍니다. 아슬란보다 먼저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이 적용된 DH 제네시스나 LF 쏘나타와 비교해 보면 아슬란의 디자인은 더욱 절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직선 위주의 육각형 모양이던 헥사고날 그릴은 꺾이는 부분이 추가되어 곡선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뀌었고 세로형 그릴을 채택해 수트를 차려입은 듯 진지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LED 리어 콤비램프는 LF쏘나타와 DH제네시스의 디자인이 합쳐진듯한 인상입니다. 전체적인 형태는 안쪽이 파여 있는 LF쏘나타의 램프와 닮았고 램프 안쪽은 제네시스의 블록형 디자인을 가져왔습니다. 미등이 점등되면 인상이 다시 바뀌는데, 전체적으로 점등되는 쏘나타와 달리 위쪽의 긴 직선 부분만 점등되어 제네시스의 디자인에 가까워집니다.

 

측면 라인은 그랜저와 유사하나 전장이 5cm 가량 길어졌고 헤드라이트에서 앞유리까지 이어지는 크롬 라인, 뒷문에서 트렁크위쪽으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삭제된 것이 차이점입니다. 유리창이 끝나는 C필러 지점의 마무리도 그랜저보다 부드럽게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디자인에서 과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제거한 듯한 인상입니다.

 

아슬란은 전륜구동을 채택함으로서 넓은 실내공간을 실현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그랜저의 실내공간과 비슷한 수준의 넓이인데, 센터페시아가 가로형 디자인으로 변경되고 센터콘솔의 폭이 넓어지는 등 실내 기자재가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면서 1열 탑승공간은 그랜저와 비교하면 약간 협소해진 느낌입니다. 

 

그랜저의 실내 디자인은 기울어진 선과 곡선을 많이 활용한 디자인으로 중후함보다는 활기찬 느낌을 줍니다. 최근 출시된 DH 제네시스, LF 쏘나타가 가로로 된 직선 위주의 인테리어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슬란 역시 가로 직선 위주의 인테리어를 채택하고 있어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나파 가죽을 적용한 시트는 중앙부분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퀼팅 처리가 되어 있고, 우드트림의 적용 범위가 넓어져 전체적으로 더욱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슬란이라는 독립된 이름을 가진 차량이지만 그랜저와 공유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 눈에 띈다는 점입니다. 그랜저의 인테리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독립된 차종이라기보다는 그랜저의 업그레이드 차종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시동을 걸고 주행을 시작하자 높은 수준의 정숙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아슬란의 성격을 '프리미엄 컴포트' 로 정의하면서 높은 수준의 NVH(소음, 진동, 충격) 대책을 세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랜저 역시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아슬란은 그랜저보다도 한단계 높아진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합니다. 이를 위해 정숙한 V6 6기통 엔진, 실내 방음재료의 대폭 강화,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사용했습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는 제네시스에서도 상위 트림에서나 적용이 되던 품목인데, 아슬란은 모든 트림에 이중접합차음유리가 기본으로 적용되었습니다. 그릴의 형상이나 휠의 스포크 수 등도 풍절음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다이나믹함보다는 컴포트함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아슬란의 정숙성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랜저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 편의사양이 추가된 것도 특징입니다. 운전시 계기판으로 눈을 옮기지 않아도 주행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탑재되었습니다. 이밖에 전방추돌경보장치, 차선이탈경보장치, 스마트 후측방경보장치,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등 안전 기술도 대폭 적용했습니다.

 

아슬란은 람다 3.0과 3.3 두가지 엔진이 적용됩니다. 세타 2.4, 람다 3.0을 탑재한 그랜저와 람다 3.3, 람다 3.8을 탑재한 제네시스의 딱 중간에 해당하는 배기량입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G330으로 람다 3.3엔진이 적용되었습니다. 최고출력은 294ps로 기존 제네시스에 탑재된 람다 3.3(282ps)에 비해 출력이 높아졌습니다.

 

3300cc의 넉넉한 배기량으로 풍부한 토크를 가지고 있어 낮은 rpm에서도 여유로운 가속 성능을 발휘하며, 가속시 엔진 소음이 크게 들리지 않아 하이브리드 차량이 가속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에코 모드에서는 스로틀 페달을 급격하게 조작해도 느긋하게 움직입니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하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탑승자 입장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주는 요소가 됩니다.

 

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모드가 있는 점은 독특한 부분입니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로틀 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여 즉각적인 가속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의 300마력에 근접한 출력은 커다란 차체가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가속시켜줍니다. 차량 성격상 스포츠 모드를 사용할 일은 많지 않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있어서 손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만큼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세팅한 모습입니다. 150km/h이상의 고속에서도 노면 소음이나 진동을 크게 느끼기 힘들 정도로 안락한 승차감을 자랑합니다. 다만 커다란 차체에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조합된 탓에 선회시 발생하는 롤의 양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달리기를 우선시하는 차량이 아니기에 흠이 될 만한 부분은 아닙니다. 최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트림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이 추가되는데 시승차는 ECS기능이 빠진 프리미엄 트림으로 주행 상황이나 모드 변경에 따른 서스펜션 변화는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슬란의 연비는 표준연비는 복합 9.5km/L(3.0, 3.3 동일)로 그랜저 3.0의 10.4km/L보다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NVH성능을 강화하면서 방음자재가 추가됨에 따라 공차중량이 100kg 가량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시에는 공인연비를 상회하는 12~13km/L 의 평균연비를 보여주었으나 시내 주행과 급가속을 반복하자 평균 연비가 4.6km/L 까지 하락했습니다. 배기량이 큰 대형 세단의 전형적인 연비 패턴입니다.

 

그동안 그랜저보다 더 고급 차량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제네시스나 에쿠스를 구입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륜구동 차량인 제네시스는 뒷좌석 공간이 그랜저보다 좁다는 단점이 있고, 승차감도 상당히 단단한 편이라 쇼퍼드리븐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후륜구동 플래그쉽인 에쿠스는 그랜저의 상위 차종으로 선택하기에는 너무 가격이 비쌉니다.

 

아슬란은 그랜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그랜저에 외관만 바꾸고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슬란 엔트리 트림(3,990만원)의 기본 구성이 그랜저 HG300 상위 트림(3,552~3,828만원)보다 높은 수준(HUD추가, 내비게이션 패키지 기본적용)이며,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적용해 한층 높은 NVH성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아슬란을 '그랜저 상위 등급'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입니다.

 

그랜저는 오랜 기간 동안 현대차의 최고급 차량의 대명사였습니다. 플래그쉽 모델은 높은 판매량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에쿠스에 플래그쉽 자리를 넘겨 준 뒤로는 점차 고급 세단에서 국민세단으로 모습을 바꾸어 나가며 HG에 이르러 연간 10만대나 판매될 정도로 볼륨 모델로 성장했습니다. 아슬란은 그랜저의 본모습인 '플래그쉽으로서의 프리미엄 컴포트 세단'을 되살린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아슬란 익스테리어

 

세로형의 전면 그릴의 형상은 풍절음을 최소화할수 있는 형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헤드라이트 아랫 부분의 LED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 역할도 겸합니다.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면 해당 방향의 흰색 LED가 꺼지고 노란색 LED로 방향지시를 합니다.

 

18인치 하이퍼 실버 알루미늄 휠이 기본으로 적용되며, 옵션으로 19인치 다크 스퍼터링 알루미늄 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8인치에는 한국/금호타이어의 컴포트 타이어가, 19인치는 미쉐린 타이어가 적용됩니다.

 

 

 

현대 아슬란 인테리어

 

시트 중앙에 아슬란 로고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운드 시스템은 액튠 12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 적용되고, 옵션으로 렉시콘 12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대 아슬란 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