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하늘이 눈부시던, 겨울의 문턱을 막 넘은 어느 날.
토요타 코리아로부터 전달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녀석이 눈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깨끗한 화이트 색상만큼이나, '난 투명해!' 라고 외치는 듯, 차분한 인상을 드러내던

주인공은 바로, 토요타 '86' 입니다.

 

 

 

세상의 중심을 '나'로 바꾸는 역할
손에 착착 감기는 수동변속의 짜릿함

 


사실 보배드림 회원분들께 소개해 드리고자 했던 색상은 오렌지(오렌지 메탈릭)색이었습니다.
무엇보다 '86'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듯 했고,

'86' 의 매력은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때, 가장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화이트 색상의 토요타 '86' 은

오렌지색이 아닌 것의 실망보다는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무언가 잘 통하고, 잘 받아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죠.

 

이제 오렌지색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하얀 도화지 위에 '86'과 함께하는 운전자의 기억을 새겨넣기만 하면 됩니다.

 

 

자동차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서 세워만 놓고 감상만 하는 박물관의 인형이 아닙니다.

특히, 토요타 '86' 같은 차량에게 장시간 주차를 일삼는 행위는 더욱 큰 무례함을 범하는 일이기도 했죠.

 

 

평일 저녁시간.

오랜시간, 주차되어 있던 이 친구에게 상쾌한 밤공기를 듬뿍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여의도 근처에서 출발하여, 자유로를 달려, 파주 헤이리까지

야간 운전으로 첫 시험무대를 가져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보배드림에 전달된 차량은 수동모델.

형식상 하위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상위트림의 자동미션과 몇가지 편의장치를 제외하면

별반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86'의 숨겨진 본성을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수동모델이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조용한 주차장에서 '86'을 마주했습니다.

주간에 느껴보지 못했던 첫 느낌을 새로 쓰고 싶었습니다.

수동모델답게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키를 꽂고, '86'에 불을 지폈습니다.

 

무언가 웅장한 시작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조용한 주차장에 울려 퍼지는 '86'의 시작치고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중저음의 웅장한 시작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쿵쾅 쿵쾅'하며, 약간은 가벼운듯한 엔진음이 운전자로 하여금 또 다른 의구심이 들게 했습니다.

실내로 타고 오는 첫 시작의 엔진소리는 그리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녀석이 그 녀석(운전에 환상을 갖게 하는 것으로 소문난) 맞아?' 하며 말이죠.

 

 

하지만 도로에 올라서고

변속이 더해지기 시작하자, 자극을 받듯 무섭게 그 감춰두었던 실력을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대가 컸기 때문에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첫인상의 실망을 멋지게 날려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렁차게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이 운전자의 귓가를 때리며,

주체할 수 없는 흥분상태로 몰아 넣으며 '악마의 속삭임'을 전해오기 시작했습니다.

운전자는 여기서 갈등하게 됩니다.

나쁜 운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착한 운전자가 될 것인가?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되는거죠.

실제로 토요타에서는 '사운드 크리에이터'를 통해 '86'에 운전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1단부터 6단까지 쉴 새없이 기어변속을 시도할 때 마다,

"1단은 여기!, 그렇지!", "그래! 바로 그 곳이 3단이야!"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처럼

수동변속레버는 정해진 그 곳에 딱딱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반발력 높게 느껴지는 클러치감이 처음에는 조금 빡빡한 듯, 너무도 정확하여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확실한 수동변속감각의 매력은 급박한 운전상황 속에서도 운전자에게 조금의 망설임도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짚어주며, 반응해 주는 수동변속기는 운전자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았던 자유로의 차량들로 인해 제 성능을 발휘해 보는 데 까지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대로 달려보지 못한 첫 만남에 조금 서운하고 아쉬웠지만,

'86'의 클러치감과 수동변속의 짜릿함 정도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차량이나, 수동차량을 운전할 때면

어색한 클러치 감각과 낯설은 수동미션에 당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토요타 '86'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직관적으로 자기 위치를 찾아주던 수동변속기 덕분에  

처음 어색했던 클러치 감은 쉽게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첫 만남 이후, 왠지모를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수동변속감에 중독될 것 같았으니까 말이죠.

자꾸만 발끝과 손끝에서 머물던 그 느낌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여타의 시승차 일정에 비해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던 덕분으로

이 녀석에게 보다 넓은 세상에서 달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로 했습니다.

손끝과 발끝에 느껴지던 그 감각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솔직할 수 있겠습니다.

바로, 고속도로를 활용해 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토요타 '86'은 스바루와 공동 개발한 수평대향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배기량 1,998cc에 최고출력 203마력, 최대토크 20.9kg.m의 성능을 발휘합니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보자면, 운전자가 환상을 가질 필요가 전혀없는 그냥 평범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토요타 '86'에게 수치는 크게 의미가 없는 듯 해 보였습니다.

 

고속도로와 마주했던 '86'은 "정말 203마력이 맞아?" 라는 의구심을 운전하는 내내

지울 수 없게 해 주었습니다.

3단에 돌입하자마자, 더욱 더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체감 토크성능이

거침없이 질주본능을 자극했습니다.

 

 

무엇보다 운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시트.
운전자를 편안하게 감싸주는 시트는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거칠고 고속주행이 반복되는 스포츠카에서 불안을 편안으로 바꿔주기에 충분했으니까 말이죠.

심지어, 아늑하기까지 했습니다.

 

쉴 새 없이 손과발의 움직임이 분주한 수동차량을 운전하고 있음에도 

매우 안정적인 포지션을 만들어 주었으며,
정자세를 유지한 상태로도 클러치 및 기어변속의 넓은 공간을 여유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편안한 운전자세를 유지시켜 주었습니다.

 

 

 

 

사진으로도 짐작해 보실 수 있으시겠지만, '86'의 시트구조는 2+2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체격이 작은 여성 또는 어린아이 정도만 앉힐 수 있는 정도이며,

동승객의 투덜거림이 듣기 싫다면, 속편하게 가방을 두는 용도로 활용하는 편이 더 낫겠습니다.

 

 

 

매력에 빠져들어, 너무 멀리 갔던 것일까요?

돌아오는 길, 고속도로에서는 야간우천주행을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퍼붓듯 쏟아지는 우천상황이 평소의 상황처럼 운전자를 잔뜩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전방 시야를 빠르게 확보해야 하는 부담감 이외에 주행성능 및 안전성에 대해서는

신기할만큼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에서의 우천주행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이게 가능해?, 이게 말이되는 거야?" 라는

주절거림만이 운전석으로 전해지는 엔진소리에 맞춰 추임새처럼 박자를 맞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든든했습니다. 듬직한 경호원을 한 명 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운전자가 어려운 기상조건 속에서도 도로사정을 정확하게 판단해 내기만 한다면,
이 녀석은 그 어디라도 안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속도를 높일수록 앞유리에 부딪히는 빗물은 운전자의 시야를 더욱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흔들림없는 주행성능으로 '86'은 운전자에게 최고의 신뢰로 보답하고 있었습니다.

"도로는 제가 제압할테니, 운전자는 마음껏 도전해 보십시오!" 라고 속삭이는 듯 말이죠.

 

 

'몸이 쏠리는 시늉이라도 해야하는 것인가?'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땐, 이 녀석은 모든 고통을 자신이 이겨내려는 듯,

그 어떤 아픔도 운전자에게 전가시키려 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운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보다 빠르게 변속을 진행할 수 있었으며

'86'을 보다 민첩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손에 착착 감기는 수동변속감은 운전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단지, 잘 달려주는 녀석이 아니라, 엄청난 신뢰로 운전자에게 보내는 듬직함은
도로라고 불릴 수 있는 그 어느 곳에서라도 '86'과 운전자를 하나로 묶어주었습니다.

 

그렇게 토요타 '86' 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작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볼매(볼수록 매력적인) 86' 으로 이름을 붙여주기에 충분했던

이 친구의 멋진 모습을 잠시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1. 외관

 

 

눈꼬리가 잔뜩 치켜올라간 이녀석의 주간 주행등은

전방차량에게 의도하지 않은 도발을 하는 악동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주행을 멈추고 핸드브레이크를 채울때면 잔뜩 치켜올렸던 날카로운 눈매를 감추며,
얌전한 녀석으로 변합니다.

 

 

 

 

 

 

 

 

 

 

 

 

프론트 펜더의 위쪽으로 위치한 '86' 의 레터링이 밋밋할 수 있는 차체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레터링의 배경색은 차체의 색상에 따라 다양한 색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관에서 자동모델과 수동모델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휠모양입니다.

자동모델에 비해 다소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느낌일 뿐입니다.

 

 

 

4채널 후방감지기가 장착되어, 주차 및 후진시에 경고음으로 보다 안전한 운전을 도와줍니다.

 

 

 

후면의 모습은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평가는 회원 여러분들께로 넘겨드리겠습니다. 어떠신가요?

 

 

 

 

 

2. 실내

 

 

실내의 첫느낌은 '단조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수동모델은 하위트림이라는 변명으로 국한시키더라도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하지만, 운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구조이기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운전자는 음악이 담긴 USB 하나 꼽고, 운전에만 열중하고 즐기면 됩니다.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레드스티치가

옵션에 실망한 운전자에게 작은 위로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수동변속 중 언제라도 손가락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 곳에 위치한 비상등은

돌발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어봉이 조금 짧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계기판.

오히려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사각의 정보창에서는 수동변속의 현재단수를 표시해 주기도 합니다.

 

 

 

 

3. 트렁크

 

 

 

 

 

 

 

4. 엔진

 

 

 

 

 

5. 제원표 & 가격

 

 

 

새롭게 정의된 운전의 재미

여운이 참 오래남았습니다.

간소하면서도 보잘 것 없는 실내 인테리어는

억지로 '아날로그 감성'을 운운하며 자기위안을 삼아야 했던 것이 사실이었고,

편의기능이라고 한다면, 오토라이트가 전부였던 것처럼 느껴지는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듯한 옵션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된 가격에 아쉬움을 더했던 것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분명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할 만큼 매력적인 것은 맞습니다.
운전자로 하여금, 자신감을 쉴 새 없이 펌프질 하는 이 녀석은

진정한 드라이빙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운전자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여타의 시승차보다 헤어짐이 아쉬웠던 것이 솔직했던 심정이었습니다.

하얀 도화지위에 어떤 그림을 그려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이 녀석은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 알아갈수록 무한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나를 다뤄주는 만큼, 다룰 수 있는 만큼 반응하고 움직인다.' 라고 말하는 듯

'86'에겐 특별한 매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글을 맺는 순간에도 한가지!

'86'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잠재력이 가격의 덫에 걸려

채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사그러드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