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입니다.

더운 날씨 탓인지 도로를 달리는 바이크를 보면

종종 헬멧을 쓰지 않은 채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감각해질 정도죠.

 

오늘은 어떤 라이더라도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수품,

헬멧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모토 GP 레이서 '발렌티노 롯시'의 헬멧들

 

사고시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가 어디일까요?

몸 전체로 따지면 손, 발, 머리 등 튀어나와 있는 부위가 다치기 쉽겠죠.

손발은 약간 다친다고 해도 나을 수 있고 웬만한 부상으로는 생명에 지장이 오지는 않지만

머리는 뇌진탕, 뇌출혈등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륜차 사고시 인명사고를 줄이기 위해 법적으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헬멧 착용이 단순히 '법에 정해져 있으니까' 따라야 하는 걸까요?

 

 

헬멧 미착용시 상해율

 

최근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한 안전모 착용시 상해율 시험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은 이륜자동차에 인체모형을 태우고

시속 50km/h로 승용차 측면에 충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충돌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안전모를 착용한 경우 머리 중상 가능성이 24%이하인 반면

안전모 미착용시에는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최대 9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 실험 결과 중상을 입는 부위도 목이나 가슴보다는 주로 머리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체부위별 사망원인을 살펴보면 머리가 67.1%, 가슴 11.5%, 얼굴 5.5%, 목 3.8%순이었습니다.

 

헬멧을 쓰는것은 단순히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라이더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입니다.

헬멧만큼은 '없으면 절대로 안된다' 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좋겠죠.

 

 

헬멧 종류와 안전성

 

같은 헬멧이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종류의 헬멧이 있습니다.

바이크를 오래 탄 분이라면 그 차이점을 명확히 알고 있겠지만,

헬멧의 종류에 따라 안전성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 풀페이스

 

풀페이스는 전형적인 모터사이클 헬멧으로 얼굴 전체를 덮는 형태의 헬멧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헬멧 중에서는 풀페이스 헬멧이 보호능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출처 : 위키피디아)

 

위 사진은 사고로 인해 파손된 풀페이스 헬멧으로,

사고시 어떤 부위가 부상을 입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머리 윗부분보다는 앞쪽과 턱 부분이 심하게 손상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헬멧의 보호범위중 "턱 보호"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고시 작은 충격에도 부상당하기 쉽고 부상확률도 높은 부위가 바로 턱입니다.

무게, 답답함, 좁은 시야, 땀이 차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풀페이스를 기피하지만

역시 안전을 위해서는 풀페이스 헬멧이 가장 좋습니다.

 

- 오픈페이스

 

오픈페이스 헬멧은 풀페이스에서 친가드(턱가리개)부분을 없앤 형태로,

머리 뒷부분에 대한 보호 효과가 좋습니다.

 

 

풀페이스에 비해 개방감이 좋고 시야가 넒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안전도 면을 보자면 풀페이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친가드가 없기 때문에 사고시 윈드쉴드가 쉽게부서지고 얼굴에 부상을 입을 확률이 높습니다.

 

- 반모 (하프페이스)

 

동그란 구형을 반으로 쪼갠 듯한 형상의 헬멧.

윈드쉴드가 달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주행시 고글을 별도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프페이스 헬멧은 사고시 부상 방지 효과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사실 하프페이스 헬멧은 공사장 등에서 위에서 낙하하는 물체에서 보호하는 정도의 물건이지,

라이딩을 위해 개발된 물건이 아닙니다. 보호능력이 상당히 떨어지죠.

그래서 일부 모토사이클 안전 협회에서는 하프페이스 헬멧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 오프로드/모토크로스 헬멧

 

오프로드용 헬멧은 기본적으로 풀페이스 헬멧처럼 얼굴 전체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라이딩중 몸의 움직임이 많은 오프로드 특성상 숨을 쉬기 쉽도록 턱가리개가 길게 뻗어 있고,

외부 이물질이 안쪽으로 들어가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윈드쉴드 대신 고글을 착용합니다.

물에 들어갔다 나와도 고글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죠.

 

 

원래 오프로드 헬멧은 턱가리개가 없었으나 주행중 종종 날아드는 장애물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오프로드 헬멧은 거의 대부분 턱가리개가 있는 형태입니다.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한 썬바이저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오프로드 특성상 사고가 잦기 때문에 안전도가 높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 플립업 헬멧

 

플립업 헬멧은 풀페이스와 오픈페이스의 장점을 결합한 헬멧입니다.

"하이브리드 헬멧", "모듈러 헬멧" 등 여러가지 명칭이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합니다.

 턱가리개가 있고 필요에 따라 턱가리개를 위로 젓힐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헬멧을 벗지 않아도 얼굴을 드러낼 수 있어 상당히 편리합니다.

 

 

플립업 헬멧의 단점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무겁다는 점입니다.

또한 풀페이스와 비슷한 정도의 보호성능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턱가리개의 잠금 장치가 견고하지 못하면 사고시 제대로 보호를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고가의 플립업 헬멧은 잠금장치가 확실해 안심할 수 있지만,

제대로 인증을 받지 않은 저가형 헬멧은 사고시 턱가리개가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헬멧 턱끈

 

헬멧 턱끈을 제대로 하는 것은 헬멧 착용 여부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턱끈을 맬 때에는 너무 헐렁하지 않도록, 하지만 너무 꽉 죄이지 않는 수준으로 조여야 합니다.

상당수 헬멧들은 손쉽게 쓰고 벗을 수 있는 원터치형 턱끈 고정 방식을 사용하지만,

안전상 가장 좋은 형태는 D링이라고 부르는 고리형 고정 방식입니다.

 

 

D링은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고정 방식으로, 사용하기에는 약간 불편한 면이 있습니다.

원터치식은 사고시 파손될 확률이 높지만(특히 플라스틱으로 된 것)

D링의 경우에는 끈을 당기는 힘이 가해질 경우 오히려 고정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일부러 풀지 않는 이상 거의 벗겨질 염려가 없습니다.

 

 

헬멧은 일회용?!

 

아주 경미한 사고, 예를들어 거의 제자리에서 넘어졌다던지 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지만,

어느정도 큰 사고를 당한 후에도 긁힌것 말고는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있어

고가의 헬멧인 경우 도색을 새로 해서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활용 헬멧이 과연 안전할까요?

 

헬멧은 플라스틱, FRP, 카본 등의 재질로 된 딱딱한 외피(outer shell)와

폴리스틸렌,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폼, 쉽게말해 "스티로폼"재질의 내피(inner liner)로 되어있습니다.

외피는 사고시 헬멧 형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탄성이 좋고 아주 단단합니다.

웬만한 사고로는 거의 깨지지 않죠.

하지만 내피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쉽게 부서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번 사고로 충격을 받은 내피는 이후 또다른 사고의 충격은 흡수해 주지 못하는 것이죠.

또 아무리 튼튼한 외피라 하더라도 두번째 충격에서는 쉽게 부서질 수 있으므로,

한번 사고가 났다면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헬멧 인증 마크

 

헬멧은 중요한 안전장비인만큼 공인된 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당히 많은 인증 마크가 있는데, DOT, Snell 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인증이지만 유럽 제품도 대부분 DOT인증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헬멧이 DOT인증을 받고 있고, 동시에 Snell등 다른 인증도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DOT (미국) : 미국 운수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의 표준 헬멧 테스트입니다. 

헬멧이 가져야할 최소한의 안전도를 테스트합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헬멧은 반드시 DOT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 Snell (미국) : 스넬 기념 재단(Snell Memorial Foundation)에서 진행하는 테스트.

레이스중 부실한 헬멧으로 사망한 Pete Snell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입니다.

헬멧이 가져야 할 확실한 안전 규격을 제정하고, 해당 규격에 맞는지 테스트를 하여 인증을 해 줍니다.

다른 규격들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실험을 거치기 때문에 통과하기가 힘들기로 유명.

 

이외에도  KS, KC (한국), JIS (일본), ECE (유럽) 등 국가마다 많은 표준 규격이 있지만,

제대로 된 메이커라면 대부분의 헬멧이 DOT나 Snell 인증을 함께 받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DOT인증은 헬멧의 최소한의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것이고,

Snell은 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넬 인증 마크가 보인다면 다른 인증은 다 통과할만한 제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DOT/Snell 인증 마크.

Snell 인증 마크 옆에 찍힌 M95라는 문구는 몇년도 기준 시험 규격인지를 나타냅니다.

5년 단위로 개정되기 때문에 M95 , M2000, M2005, M2010 등이 있습니다.

최신 기준일수록 더욱 안전하겠죠?

 

 

헬멧 미착용 실태

 

2010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륜자동차 승차자 안전모 착용율은 약 70%로,

일본 99%, 독일 97%, 스웨덴 95%등 교통안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헬멧을 쓰지 않으면 사고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은 대부분의 라이더가 알고 있으나,

실제로 사고가 난 적이 없는 라이더는 그 위험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에 대한 두려움보다 헬멧의 답답함 때문에 착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헬멧 쓰더라도 보호 범위가 적은 반모나 제트헬멧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헬멧이 오히려 부상을 일으킨다?

 

 

미국은 아메리칸 크루저의 발상지이자 할리 데이비슨의 고향입니다.

할리 데이비슨 하면 떠오르는 라이더의 이미지는 뭘까요?

두건 한장을 두르고 썬글라스를 낀 채 달리는 모습일겁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유달리 헬멧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 헬멧 착용 반대자들이 자주 꺼내는 주장 중 이런 것이 있습니다.

"충돌시 헬멧의 무게가 목의 회전력을 가속시켜 목뼈에 손상을 준다"

이 주장은 수십년전 한 연구 결과로 나온 것인데

40년 전까지는 미국의 대부분의 주가 헬멧을 의무화 했었지만

이 주장으로 인해 현재 헬멧을 의무화로 하고 있는 주가 20개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에이딜 하이더 교수는 이에 반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 헬멧을 착용한 바이크 운전자는 헬멧을 쓰지 않은 바이크 운전자에 비해

목뼈 부상으로 고통받는 비율이 22%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헬멧 착용시 외상성 뇌손상을 당할 위험이 65% 줄어들고

사망확률도 37%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안전한 라이딩을 위한 습관, 헬멧 착용!

 

웃자고 만든 헬멧 디자인이지만, 내 머리가 저 호두처럼 갈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냥 출퇴근만 하는데, 스쿠터인데, 더운데, 폼이 안나는데...사람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잠깐 편하자고 하다가 자칫하면 평생 힘들게 살 수도 있습니다.

 

"헬멧은 반드시 써야 합니다!" 그리고 "기왕 쓸거면 안전한 제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