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운행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로 동작하는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 중에는 수많은 구조의 엔진들이 등장하죠.

환경오염, 화석연료 고갈 등의 문제로 내연기관 엔진은 서서히 사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차세대 엔진으로 전기를 이용하는 모터, 연료전지 등 실험적인 장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최근에는 기존 엔진과 새로운 기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차량도 각광을 받고 있죠.

언젠가 화석연료 엔진을 능가하는 엔진이 발명되면 현재의 엔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증기기관 (steam engine)

 

퀴뇨의 증기 자동차. 세계 최초의 증기자동차이자 최초의 자동차 사고를 일으킨 자동차입니다.

테스트 운행중 앞쪽 보일러가 너무도 무거운 나머지 조향이 되지 않아 담을 들이받고 말았다고 합니다.

 

엔진 외부에서 에너지가 발생(연소)하여 그 힘으로 엔진이 작동하는 기관을 외연기관이라 합니다.

대부분 연소로 발생한 열을 이용해 물을 기화시켜 그 증기의 힘으로 작동하므로,

외연기관의 역사는 증기기관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물이 기화하여 수증기가 되면 부피가 약 1,244배나 증가합니다.

따라서 큰 압력이 발생하는데 이 힘을 이용해 피스톤을 작동시키는 것이 증기기관이죠.

증기기관은 물만 끓일 수 있다면 어떤 에너지원이라도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내연기관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신뢰성이 높아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장점이 있죠.

 

단점은 증기를 만들기 위해 상당량의 물을 채워 두어야 했고,

물을 다 써버리면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이죠.

증기기관 자동차는 1900년대 초기까지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막연히 떠오르는 상상으로는

증기기관 자동차는 아주 비효율적이고, 힘도 없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습니다.

초창기 차량은 마차처럼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무게도 가벼웠고,

증기기관의 출력도 20~30hp 정도로 주행에 충분한 수준입니다.

물론 현재 기술에 비해서야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증기기관이 휘발유 엔진으로 넘어가던 과도기 시절에는

'휘발유 엔진은 힘이 없다'며 기피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네요.

 

 

레시프로 엔진 (reciprocating engine)

 

연료가 연소할 때 생기는 힘을 이용해 피스톤을 왕복시켜 작동하는 엔진을

레시프로케이팅 엔진, 줄여서 레시프로 엔진이라고 합니다.

보통 레시프로 엔진은 휘발유 엔진을 지칭하지만 넒은 의미에서는 디젤 엔진도 포함됩니다.

반켈 엔진, 터빈 엔진 등과 구별하기 위해 레시프로 엔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레시프로 엔진은 2스트로크와 4스트로크로 구별할 수 있는데,

1행정에 얼마만큼 피스톤이 왕복하는가에 따른 것입니다.

피스톤이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으로 이동하는 것을 1스트로크라고 합니다.

엔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흡기-압축-연소-배기의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2스트로크 엔진은 흡기와 배기를 동시에 하고 압축과 연소를 동시에 합니다.

즉 한번 왔다갔다 하면 1행정이 끝나는거죠.

4스트로크엔진은 각 스트로크마다 단계를 하나씩 거칩니다.

 

2스트로크 엔진과 4스트로크 엔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동일 회전수에서 2스트로크 엔진의 연소가 두배라는 점입니다.

같은 배기량에서는 2스트로크 엔진이 출력이 더 크지요.

하지만 2스트로크 엔진은 흡기와 배기를 동시에 하는지라 연료 효율이 훨씬 낮습니다.

2스트로크는 연비가 나쁘고 배출가스가 많아 현재에는 예초기, 소형 오토바이 등에서만 쓰입니다.

 

- 앳킨슨 사이클 엔진 (atkinson cycle engine)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작동 모습.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흡기행정시 압축비와 연소행정시 압축비가 달라지는 엔진입니다.

엔진은 압축비가 높아지면 효율이 좋아집니다. 출력도 상승하고 연료소모도 줄어들죠.

하지만 일반적인 엔진은 압축비를 높이면 노킹이 생기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앳킨슨 사이클을 사용해 흡기시 압축비를 줄이고 연소시 압축비를 늘리면

대략 10%정도 효율 향상 효과가 있습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단점은 구조가 복잡하는 것입니다.

앳킨슨 사이클 자체는 1882년 제임스 앳킨슨이 발명한 것으로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지만

복잡한 샤프트 구조 때문에 자동차 엔진과 같은 소형 엔진에 적용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형 선박이나 고효율 발전기 등에 쓰이던 것이 앳킨슨 사이클 엔진인데,

최근에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차량용 엔진에도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의 또다른 단점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회전수를 높이기 어려워

최고출력이 낮고, 낮은 RPM에서 토크가 너무 약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일반 차량에 적용한 경우는 거의 없고,

출발시 모터의 힘을 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로 적용됩니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쓰고 있죠.

일반 차량에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쓰려면 속도와 관계없이

항상 동일한 RPM을 사용하는 CVT 미션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는 토요타 프리우스

 

- 밀러 사이클 엔진(miller cycle engine)

 

밀러 사이클 엔진의 기본 발상은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동일합니다.

단 흡기행정의 압축비를 줄이기 위해 복잡한 샤프트 구조를 쓰기보다는

밸브타이밍을 조절하여 해결한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일반적인 4행정 엔진은 흡기시 피스톤이 하사점에 도달하는 동시에 흡기밸브가 닫힙니다.

하지만 밀러 사이클 엔진은 하사점에 도달하고 피스톤이 다시 어느정도 상승한 뒤 닫힙니다.

이 과정에서 한번 흡입되었던 연료가 다시 역류를 하므로 결과적으로 흡기 압축비는 줄어듭니다.

 

밀러 사이클 엔진은 앳킨슨 사이클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흡기를 다시 역류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낮은 편입니다.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마찬가지로 저속토크가 약한 단점이 있어 CVT나 과급기를 같이 써야 합니다.

 

밀러 사이클 엔진을 사용하는 마쯔다 MZR 1.3. 양산차중 거의 유일하게 밀러 사이클을 쓰고 있습니다.

 

 

로터리 엔진 : 반켈 엔진 (rotary engine)

 

로터리 엔진을 발명한 반켈 박사(Felix Heinrich Wankel)와 그가 제작한 로터리 엔진.

 

엔진은 회전 운동을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레시프로 엔진은 왕복 운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죠.

피스톤이 왕복할 때에는 각 스트로크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출력에 손실이 일어나고 진동이 발생해 최고 회전수를 높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때문에 연소가스가 폭발하는 힘을 그대로 회전운동으로 만드는 것은

여러가지 방법이 고안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터리 엔진은 장점보다 단점이 커 실패했고,

현재 실용화 되어있는 로터리 엔진은 반켈식 엔진이 유일합니다.

 

 마쯔다 RX-7에 사용되는 13B 로터리 엔진.

 

반켈 엔진의 내부는 에피트로코이드라는 독특한 모양의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곡선을 따라서 불룩한 삼각형의 로터가 회전을 하면,

삼각형의 각 면에 해당하는 부분이 실린더 역할을 하여 회전합니다.

 

로터리 엔진의 특징은 왕복운동이 없다는 점이죠.

레시프로 엔진은 왕복운동 특성상 크기가 커지고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피스톤과 밸브에 작용하는 관성이 증가하여 최대회전수에 제약이 생깁니다.

하지만 로터리 엔진의 피스톤에 해당하는 로터는 관성이 생기면 오히려 회전에 유리해지고,

로터 모서리가 밸브의 역할을 겸하므로 고회전을 쉽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또다른 특징은 레시프로의 4행정과 2행정을 섞은듯한 출력 특성.

로터리 엔진은 4행정처럼 흡기-압축-연소-배기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2행정처럼 회전축이 1회전 할때 1회 연소하고 흡배기 밸브가 없죠.

덕분에 로터리 엔진은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예를 들어 RX-7에 사용된 1300cc가량의 13B로터리 엔진으로 240~280마력의 힘을 냅니다.

 

또한 레시프로 엔진에 비해 구조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에 소형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용으로 사용하면 엔진 무게 감소로 경량화와 우수한 전후 무게 밸런스를 기대할 수 있고

경비행기나 이륜차 등 작으면서도 큰 출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유리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로터리 엔진이지만 한가지 큰 단점이 있습니다.

그 단점은 다름아닌 내구성.

로터는 별다른 윤활유도 없고 고온인 환경에서 고속으로 회전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로터 모서리는 항상 챔버에 밀착해 있어야 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챔버와의 기밀성이 문제가 되는데,

현재 마쯔다에서 사용중인 방식은 로터 끝부분에 실링 패드를 부착하여 해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실링 패드가 소모품이라는 점이죠.

실링 패드가 마모되면 압축비 하락으로 출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혼합기 유출로 연비도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따라서 일정 거리를 주행하면 반드시 실링 패드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엔진을 완전히 분해하고 다시 조립해야 하는 작업이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마쯔다 787B의 2011년 르망 24시 데모 주행 영상.

 

로터리 엔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쯔다 787B죠.

4로터 2616cc의 R26B 로터리 엔진을 탑재하여 극강의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르망 그룹C 출전을 위한 머신으로 1991년 첫 출전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다음해 규정 변화로 로터리 엔진의 출전이 금지되어 더이상 르망에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터보샤프트 엔진

 

터보샤프트 엔진은 제트엔진의 일종인데 보통 헬리콥터에서 쓰이는 것입니다.

보통 제트엔진은 축을 통해 발생하는 회전력보다는 앞으로 밀어내는 추력을 만들어내지만,

터보샤프트 엔진은 터보팬의 회전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자동차에도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출력 조절이 자유롭지 못하고 반응이 다소 느린 편이고,

아이들링 상태에서 연료 소모량이 극심하기 때문에 자동차에 탑재하기는 힘든 엔진입니다.

 

자동차에 순정으로 장착된 예는 전무하고 간혹 헬기 엔진을 개조하여 장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거의 쓰이지도 않는 이 엔진을 언급한 이유는 터보샤프트를 장착한 바이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MTT Y2K 소개영상

 

바로 MTT사의 Y2K라는 바이크.

헬리콥터용 터보샤프트 엔진을 사용하여 52,000rpm에서 317hp를 발휘합니다.

소리만 들어서는 비행기가 지나가는것으로 착각할 정돕니다.

터보샤프트 엔진을 탑재해 양산한 지상용 탈것은 아마 이것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네요.

 

 

친환경 엔진들

 

-수소기관(hydrogen fueled engine)

 

수소기관은 내연기관에서 사용하는 연료를 수소로 대체한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휘발유 엔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수소라는 연료 특성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휘발유 엔진의 구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소가 떨어져도 휘발유를 이용해 계속 운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양산화의 가장 큰 장벽은 수소의 저장.

간단히 생각하면 LPG차량처럼 액화시켜 저장하면 될 것 같지만,

수소는 인화성이 강하며 무게당 에너지 함량이 낮고 액화시 부피가 큰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솔린 46리터에 해당하는 수소를 액화시켜 운반하려면 저장용기의 무게만 1톤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수소저장합금, 고압 경량 저장용기 개발 등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수소기관이 실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BMW H2R concept. 수소 엔진을 사용하는 컨셉 차량입니다.

 

 

-연료전지자동차 (Fuel cell)

 

수소엔진이 가솔린엔진을 기반으로 하듯, 연료전지차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입니다.

연료전지는 연료와 산화제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연료전지에서 만들어낸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여 움직이죠.

배터리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배터리와 달리 연료를 소모하여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점이 다릅니다.

 

연료전지는 발전 효율이 높고 배출열까지 활용하면 최대 80%까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천연가스, 메탄올, LPG, 나프타, 등유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원 확보가 쉽습니다.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적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현대의 ix35 FCEV. 수소 연료전지를 사용해 배출가스가 전혀 없습니다.

 

 

몇년 전까지 여러가지 방식의 차세대 친환경 컨셉카가 경쟁하듯 소개되었지만

최근 추세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로 귀결되는 모습입니다.

너무 급진적인 방식의 자동차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아직 실용화는 힘들죠.

 

전기차는 '짦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이라는 문제를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해결하고 있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전기차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는 아직 결론을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연료비 걱정없이 마음껏 탈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