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패브릭이나 시트지는 값비싼 튜닝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스포티한 모습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입니다.

BMW가 실내에 카본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 이후

카본 패브릭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요,

별다를것 없는 것 같은 단순한 무늬가 어째서 스포티함의 대명사가 된 것일까요?

오늘은 바로 그 스포티함과 고가 소재의 대명사, 카본파이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 카본 섬유 원사(필라멘트). 마치 머리카락을 감아 놓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카본 파이버?

 

"카본"이라고 단순히 줄여 부르지만,

카본파이버의 풀 네임은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의 약자입니다.

번역하면 탄소섬유강화수지, 줄여서 말하면 CFRP죠.

카본파이버의 성분은 탄소섬유 뿐만 아니라 그 섬유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수지도 포함됩니다.

제작방법에 따라 탄소섬유 이외의 재질도 복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탄소섬유의 직조 방식도 여러가지가 있어

단순히 카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재가 결합된 복합 소재입니다.

 

처음 카본파이버가 탄생했을때는 카본의 함량이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카본에 비해 강도도 약하고 내구성도 많이 떨어져 실용성이 나빴습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카본 비율이 55%이상으로 증가하여 강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 직조를 위해 한 방향으로 뭉쳐놓은 카본 원사.

섬유 한 가닥의 두께는 7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두께의 1/10에 불과합니다.

뭉쳐진 섬유 한 줄에는 약 5만 가닥의 카본 원사가 들어있습니다.

 

카본 파이버의 특징

 

카본 소재의 가장 큰 장점은 무게대비 강도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장강도는 뛰어난 강도를 가진 크로몰리 합금에 비해도 몇배나 뛰어날 정도입니다.

그래서 카본 소재를 적용하면 금속소재를 사용한것과

같은 강도를 가지면서도 훨씬 가볍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위는 스틸, 아래는 카본 소재로 된 범퍼 가이드 부품.

동일한 강도를 가지면서 무게는 1/4에 불과합니다.

 

 

▲ 카본 특유의 교차무늬는 원사의 직조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것입니다.

제품의 형태나 용도에 따라 직조방식을 바꾸면 최적의 강도를 가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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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르기니 우루스 컨셉에 적용된 S2CF소재.

람보르기니 독자 기술인 단조 복합체 기술로 만들어져 기존 카본과는 다른 독특한 무늬를 보여줍니다.

 

 

▲ 파가니 존다 R.

파가니 존다는 프레임부터 외부 패널까지 모두 카본 파이버를 사용합니다.

파가니의 설립자 '호라치오 파가니'는 람보르기니의 디자이너이기도 했습니다.

람보르기니 최초의 100% 카본 섀시를 사용한 '쿤타치 에볼루치오네'를 만들어낸 '카본의 달인' 입니다.

 

파가니 존다처럼 초고가 슈퍼카의 경우

프레임까지 카본을 사용하여 경이적인 무게를 실현한 경우도 있습니다.

레이싱에서도 카본 소재의 적용이 더욱 다양하게 진행되어,

최근 F1차량의 모노코크 차체는 대부분 카본 소재로 되어 있습니다.

차체부터 서스펜션까지 카본 소재가 도입되어 공차중량은 500kg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카본 소재의 특성과 제작법은 금속소재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금속소재를 적용하는데 익숙한 자동차 설계에 있어

카본소재를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움직이는 물체의 핵심소재에 카본 부품을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하자면,

슈퍼바이크로 유명한 두카티가 모토 GP머신에

프레임리스 카본 모노코크 구조를 도입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 GP09부터 도입된 카본 프레임.

데스모세디치의 고질병인 프런트 그립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GP09~11의 카본 모노코크 구조는 확실히 머신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해 주었지만,

유연한 탄성을 가지는 카본이 핸들링에 큰 영향을 미쳐

기존 금속프레임 바이크와 전혀 다른 감각을 주어,

이 바이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GP 라이더들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두카티는 자존심을 접고 알루미늄 소재의 트윈 스파 프레임을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투입한 데스모세디치 GP12부터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도입했습니다.

 

이처럼 카본 소재를 적용하는것이 쉽지 않은 만큼,

양산차량인 경우 핵심소재는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등의

경량 금속을 사용하고 본네트나 루프 등 외관을 구성하는 부분에 주로 카본을 적용합니다.

외관의 소재를 바꾼 것 뿐이지만,

단지 이것만으로도 금속판으로 된 차량보다 수십kg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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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카티 파니갈레 S 에 적용된 카본 프런트 펜더.

도립식 서스펜션은 펜더가 아래쪽에 고정되는데, 펜더의 무게가 운동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펜더를 가벼운 카본 소재로 교체하면 서스펜션의 성능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습니다.

 

 

▲ BMW M3에 적용되는 카본 루프.

 

하지만 카본 소재의 가격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재료가 되는 카본 섬유의 가격은 같은 무게의 철과 비교해 10배에 달합니다.

정밀한 제작공정이 필요해 제작 장비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제작공정이 숙련된 장인의 손에 맡겨지기 때문에, 소모되는 인건비도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카본 소재를 채용하면 금속 소재의 부품에 비해

몇배에서 몇십배까지 가격이 높아지게 됩니다.

 

고가의 재료라 쉽게 다가가기 힘든 카본 소재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기업에서 카본 소재의 양산 연구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무게는 연비를 해치는 주범입니다.

차량의 무게를 줄이면 연비도 좋아지고,

따라서 주행 거리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도 크게 낮아집니다.

환경규제가 점점 엄격해지고, 유가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차량을 선호하고 있어서,

차량의 경량화는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벼운 무게와 높은 강도를 가지는 카본 소재를

기존의 금속 소재와 같은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카본 소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소재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 BMW 란츠후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i3용 카본 파이버 부품.

 

BMW는 2013년 출시할 전기차 i 시리즈에 카본 소재를 적극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i3 에 사용될 CFRP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라이프치히에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란츠후트에는 CFRP 혁신 생산 센터를 준공하여

i모델 차체의 1/3을 구성하는 카본 부품을 생산합니다.

 

BMW 뿐만 아니라, 전세계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은

무게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본 파이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카본 파이버는 더이상 고가 스포츠카만의 전유물이 아닌

친숙한 소재로서 우리 주변에 자리잡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