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오래된 미래들' 이라는 제목으로, 양산되지 못한 콘셉트 카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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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거대 자동차 회사들에서 야심차게 발표하는 차가 많다보니
양산되지 못한 아이디어와 혁신들은 보류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용화의 단계에서 환경이나 실용성 때문에 보류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한 번의 시각적, 기술적 충격을 겪은 고객들로서는
다시 한 번 그 차량을 만나보고 싶게 마련인데요.

오늘도 지난번에 소개해 드렸던 '오래된 미래들 1'에 이어

아쉽게 아직까지 시판되지 못한 콘셉트 카를 함께 만나보려고 합니다.


크라이슬러 파이어파워

 
(ME 4-12)


다임러와 크라이슬러가 한 지붕 아래에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시절.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입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일련의 콘셉트카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했었죠.
2004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한 ME 4-12 콘셉트카는 수퍼카의 영역을 넘보는 차로

혁신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스타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같은 장소에서는 한층 실현 가능성이 높은 파이어파워 콘셉트카카 등장했습니다.
앞서 선보인 ME 4-12의 디자이너와 같은 이들의 작품이었습니다.


 

 

 
(파이어파워)

파이어파워는 당시 크라이슬러의 디자인 흐름을 따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엔진만 V8 6.1L 헤미로 바뀌었을 뿐 닷지 바이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생산되고 있는 차의 기술을 바탕으로 했기에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양산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뷰익 벨라이트

 
(뷰익 시에로)


(뷰익 벵갈)


뷰익은 21세기에 접어들며 1950년대의 황금기를 회상하며 프리미엄 컨버터블에 대한 시도를

여러 차례 내놓았습니다.

1999년에 시에로 컨셉트카로 시작된 이러한 시도는 2001년의 벵갈 컨셉트카에 이어
2004년 뉴욕 오토쇼에서 공개한 벨라이트 컨셉트카로 발전했습니다.


 

스타일과 구성 면에서 벵갈의 연장으로 볼 수 있었던 벨라이트는 순수 컨셉트카였던 벵갈과 달리
양산 가능성도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상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5세대 쉐보레 카마로의 바탕이 된 GM의 뒷바퀴굴림 제타 플랫폼을 기초로 제작되었고,
디자인은 GM 내부에서 담당했지만 제작은 이태리 카로체리아 베르토네가 했습니다.
세련된 차체에는 수직형 ‘폭포수’ 그릴과 펜더의 공기배출구 등 고전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담았고,
정돈된 선과 면은 이후의 뷰익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드 포티나인

 

200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한 포드 포티나인 콘셉트카는
디자인 면에서 호평을 얻은 1949년형 포드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차였습니다.
레트로 디자인이 크게 유행했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당시의 포드는 포티나인 콘셉트카를

레트로 디자인이 과연 소비자에게 충분한 매력을 느끼게 할 지 점쳐보는 계기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포티나인은 재규어와 링컨이 공유한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기본으로 제작되었고,

V8 3.9L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렸습니다.
쿠페와 컨버터블의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점도 특이했죠.


 

쿠페는 지붕에서 트렁크 앞까지 이어지는 통유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겉모습만큼이나 실내 디자인도 원작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넓은 실내는 매우 단순하게 구성했고, 시트 디자인도 옛 스타일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반응은 좋았지만 포드는 예상외로 이 디자인 대신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선더버드를 부활시키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캐딜락 식스틴

 

1930년대에 캐딜락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차를 만들었습니다.
양산차에 올라간 16기통 엔진은 캐딜락 이외의 다른 메이커 차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었죠.
화려한 과거를 오늘에 되살려 캐딜락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시도는 2003년에 등장한 식스틴 콘셉트카에서
그 절정을 보여주었습니다. (16기통이라 이름도 SIXTEEN)


 

식스틴은 GM의 ‘카 가이’ 밥 러츠의 아이디어에
한 시대를 풍미한 GM 디자인 책임자 웨인 체리의 능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V8 엔진 두 개를 이어 만든 V16 엔진은 배기량만 13.6L 였고,
1,000마력의 최고출력에 1,000lbR28;ft(138.3kgR28;m)의 최대토크를 내도록 계획되었습니다.


고전미가 담긴 현대적인 스타일의 차체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지만 큰 차체로 무게가 2.4톤에 이르렀죠.
실내는 4명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구성했고, 투스카니 가죽 내장재, 실크 카페트,
보스 서라운드 오디오 등으로 화려하게 꾸몄습니다.
차 내부의 시계는 불가리에서 제작했다고 해 호화스러움에 정점을 찍었다죠.



닷지 호넷

 

여러 미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꾸준히 노렸지만

실현시키기가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닷지 역시 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는데요.
결국 소형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닷지는 2006년에 유럽B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해치백 컨셉트카를 선보였는데, 그것이 바로 닷지 호넷이었습니다.


 

막 유행하기 시작한 박스형 해치백으로 등장한 호넷은 닷지에게 있어 매우 필요한 차였지만
소형차 생산 경험이 없던 크라이슬러가 이를 양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지지부진했고,
그러던 중, 미국이 경제위기에 빠지면서 한 동안 호넷의 양산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경영에 참여하면서 호넷 생산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커지는 것 같습니다.



허머 HX

 

거대한 몸집에 기름 먹는 하마로 취급받던 허머는 모델 라인업을 꾸준히 작은 차로 확대했습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기업평균연비(CAFE)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과정은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GM은 H3 아랫급인 H4를 위한 컨셉트카로 HX를 2008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공개했습니다.

 

휠베이스가 2,616mm 로 차체 길이는 소형차에 가까웠지만,

험로주행을 우선시한 설계로 차체 너비는 2m가 넘었습니다.
보디 스타일은 2도어 컨버터블로, 지붕과 펜더, 도어를 모두 떼어낼 수 있도록 해
짚 랭글러의 경쟁차종을 의식했다는 추측을 하게 하는데요.
엔진은 V6 3.6L로 휘발유나 E85 알콜 혼합 연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양산 시 2.4L 엔진을 쓰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실제 양산되었다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만한 요소가 담겨 있었지만,
파산 위기에 처한 GM이 허머 브랜드 자체를 포기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조용히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었죠.

 

허머 HX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한국인 여성 디자이너 강민영씨의 이야기는
허머 HX 콘셉트 카가 공개될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소개해 드렸던 '오래된 미래들 1' 과 이번 이야기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오늘 소개해 드린 콘셉트 카들의 경우 대개 2000년 이후에 발표된 차들이었죠.
그러나 지난번 소개해 드린 차량들은 2000년 보다 먼 과거에 발표된 콘셉트 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차의 디자인이나 캐릭터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바라봤던 자동차에 대한 시선은 과거의 시선일 뿐 미래인 지금에서는 많이 다른 자동차가 양산되고 있죠.
미래를 바라보는 시점이 현재에서 시작한다는 아이러니가
기존의 시각을 온전히 제거하지 못한 콘셉트가 적용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재미있고 참신한 '오래된 미래들'을 다시 꾸려드리길 기원하면서,
'오래된 미래들' 그 두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