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유럽 여행가서 렌트로 벤츠를 빌려 아우토반을 달려본 경험입니다.

원래 빌리려던 차는 푸조 407이었는데 유럽 차량들의 90% 이상이 수동미션이어서 오토는 선택의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덕분에 벤츠를 몰아보게 됐습니다. 다만, 벤츠같은 고가의 차량들은 체코 등의 동구권 입국이 안되어 시간적, 금전적으로 손해를 좀 보았습니다.

 

제가 빌린 차량은 c-class 220 auto cdi입니다.

벤츠의 컴팩트 사이즈 차량이고 배기량은 2149cc, 5단 오토미션 디젤 차량입니다.

제원을 살펴보면 외부 사이즈는 아반떼xd보다는 크고 소나타보다는 작은 중간 정도의 크기이나 휠베이스는 2715mm로 중형차 수준이고 150마력에 34.5 정도의 토크, 최고속은 스펙상 207km, 제로백은 10.2초입니다.

 

아우토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줄 압니다만, 일단 통행료가 없어 고속도로 진출입이 자유롭습니다.

톨게이트가 없으므로 시간도 많이 절약되죠. 8일간 돌아다닌 걸 통행료로 치면 20만원 정도는 나왔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시는 속도 무제한.............

도로 상황에 따라 다른데, 인터체인지나 도시 근교, 공사구간 등에는 확실히 속도제한이 있어 60km까지도 낮아집니다만 속도해제 표시가 나타나기만 하면 모두들 급가속을 합니다.

 

제가 가 본 곳이 주로 독일 동남부(프랑크푸르트-카셀-베를린-켐니츠-레겐스부르크-뮌헨 등)여서 독일 중에서도 산이 많은 지역이라 대부분의 도로는 편도 2~3차선이고 굴곡이 제법 있는 도로였습니다.

편도 4차선 도로는 베를린 인근을 비롯해 몇 군데 보지 못했는데 독일 서부나 북부엔 4차선 도로가 많다더군요.

 

아우토반은 속도무제한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운전자들의 훌륭한 매너로도 유명하죠.

속도가 느린 차는 무조건 오른쪽 차선으로 이동해서 달립니다. 추월은 반드시 앞 차량의 왼쪽으로만 가능하며 우측추월시 단속되면 벌금이 10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그러므로 모든 운전자들은 우측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고 추월차선을 달리다가도 뒤에 더 빠른 차량이 다가오면 가속이나 감속을 해서 자리를 비켜줍니다.

가끔 캠핑카(휴가철이어서 캠핑카가 엄청나게 많더군요.)나 콘테이너 트럭이 많을 경우 추월차선에 10여대 이상이 옹기종기 모여 가기도 하지만 절대로 우측차선보다는 더 빠르게 지나갑니다. 앞에서 계속 우측으로 차가 빠져준다는 뜻이죠.

 

편도 2차선에서도 160km이상으로 20분 가량 달린 적도 있었는데 추월차선을 계속 비워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최고속으로는 220km까지 내보았는데 옆에서 아내가 좀 줄이라고 해서 그만뒀습니다만, 느낌상 240이상까지도 가능할 것 같더군요.

계기판상으로는 260km까지 있고, RPM미터가 5000까지 있는데 4500정도까지 올라갔었습니다.

 

디젤차량의 특성상 초기 출발때는 차가 좀 무겁게 느껴집니다.

뒤에서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60km정도를 넘어가면 아주 부드러워지고 악셀을 좀 깊이 밟으면 고개가 뒤로 제껴지는 듯 합니다. 제로백이 10.2초라서 느린 것 같지만 디젤의 특성으로 초반 가속이 시원찮아서 그렇지 추월가속은 상당하더군요. 제원상으로도 토크가 가솔린 3.5 엔진의 토크와 비슷한데 최대토크 발현시점이 2000rpm이하이고 토크곡선이 4000rpm까지 이어지는 듯 가속감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핸들 조작에서도 유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적당히 무거웠으며 브레이킹도 무겁지만 부드럽고 편안했고 엑셀도 적당해서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인천공항에서 대구로 제차(구형sm5)를 몰고 오는데,

제 차가 그렇게 헐렁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140이상으로 올라가서 속도 줄이느라 좀 당황했었지만 차체가 너무 불안해서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넓은 편도 4차선 도로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차량들 뒤를 따라가려니 독일이 그립더군요.

 

요즘은 의식있는 분들도 많아져서 가장 왼쪽 추월차선은 비워두는 경향이 많은데 가끔 뒤는 전혀 신경 안쓰고 나란히 달리는 차들을 보면 남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앞만 보고 간다는 건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독일에선 인터체인지나 진입로 등에서는 진입하는 차들을 위해 가장 우측의 차로도 비워줍니다.

쉽게 들어오라는 뜻이지요. 긴 트럭들은 추월할 때 뒤가 잘 안보이므로 진입할 때가 되면 상향등으로 들어오라고 표시도 해주더군요.

 

독일식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우리가 배울점은 많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110km이상은 안 달리던 아내가 독일에선 이러더군요.

 

" 160이상은 좀 부담스러운데 140은 아주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라고.....

 

또 하나.......

 

저도 나름대로 운전을 좋아하는데,

체코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드레스덴에서 바트 샨다우로 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늘 제 뒤에는 바짝 붙어 따라오는 차들이 더러 있더군요. 어렵사리 길을 내주면 휑허니 사라져 갑니다. 참 운전 잘한다 싶기도 하고 너무 위험하지 않나 싶기도 했는데 도로옆 표지판을 보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제한속도 80.

 

전 열심히 60으로 달리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