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페로 1.5 DOHC 시승기 +
- 한 대쯤 있어야 할 스포티 세단이 수준에는 못 미쳐
대우가 오스트레일리아 흘덴의 협조를 얻어 자체개발한 소형 세단이다.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 베르토네가 보디를 설계해 스포츠성이 강조된 색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역시 베르토네가 디자인한 프랑스의 시트로엥과도 많이 닮았다.
처음 등장했을 때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성능이 기대한 만큼 좋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르망에 대한 고객의 기대가 아직도 많아 르망을 단종시키지 못하고 같이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씨에로까지 합쳐 현재로는 같은 급의 대우차가 세 가지가 되었다.
날카로운 쐐기 모양의 앞모습이 Cd값을 0.28로 낮춰 이 부문에 관한 한 우리나라 차 중에서는 제일 좋은 수치를 갖고 있다.
휠베이스도 르망보다 100mm나 더 길게 해 차가 날씬해보이고 주행안정성이 높다. 차체 높이가 르망과 비슷하지만 모양을 너무 잘 만들려는 욕심으로 인해 보디 구성이 어색해진곳이 있다. 앞 보닛과 라디에이터 사이에 판넬을 한 장 더 끼워 연결부분이 많게 된 것이나, 됫좌석 둘레를 유리로 처리하기 위해 리어 필러를 없애려다 속으로 필러를 만들고 여러조각의 유리를 붙이게 된 것 등이다. 구분이 많아진 결과가 돼 날씬한 스타일링과의 일체성이 약해지게 되었다.
르망 엔진을 기본으로 자체 개발한 DOHC엔진은 소리가 거칠고 고회전 능력이 떨어져 처음부터 만족스럽지 못했다. 최근에는 많이 개량돼 부드러워지고 기계소리도 줄었으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완벽한 상태로 되지는 못했다. 최대토크를 3천400rpm의 중간영역에 두어 일반주행 때 엔진 회전력의 커버 능력은 있다.
고속기어에서 구동력이 약했던 르망 트랜스미션이 에스페로에서는 해소되었으나 반대로 2단과 3단의 구동력이 약해져 도심이나 비탈길에서 저단기어를 쓰면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처음,엔진 회전성이 완벽하지 못했던 때는 심했으나 엔진이 좋아진 뒤로 이런 현상은 많이 나아졌다. 자동변속기 차에서는 물론 이런 현상이 없다.
- 직진안정성 뛰어나나 엔진 회전력이 못따라
고속도로에서 초고속 상태로 들어가면 에스페로가 시도한 기능이 난다. 고속기어의 가속력이 좋아지고 4천rpm 영역까지는 회전력이 좋으면서 최대토크도 이 범위 안에 있어 달리는 기능이 매끄럽고 스피드가 좋다. 공기 저항을 받지 않는 모양이 가세해 차고 나가는 능력은 상당히 좋다.
4천rpm 영역을 넘으면 회전력은 크게 저하되지 않지만 기계소리가 약간 나타난다. 그러나 방음처리가 잘 돼 고속질주때 소음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소형차로서는 주행안전성이 상당히 높다. 휠베이스도 작용하지만 공기가 잘 흐르도록 디자인되어 있어 바람의 엮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앞쪽에 에어댐이 없어 공기가 차체 아래로 파고드는 것을 염려했으나 고속주행 저 그런 현상은 없다.
고속직진 때의 스티어링 시스템 안정성도 좋은 편이다. 고속 커브를 세차게 돌아나가도 라인을 잘 리드하고 장악력도 있어 타이어 반동을 잘 억제하며 리드한다.
앞바퀴 서스펜션의 역할도 크다. 서스펜션은 강도를 잘 지탱하면서도 승차감을 나쁘지 않게 유지시킨다. 큰 바운딩 후 에도 안정감이 좋고 자세복원도 빠른 편이다.
일반도로에서의 주행능력도 좋다. 고속기어로 달릴 때는 엔진 회전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된다. 4단과 5단이 구동력을 잘 만들어 슬슬 잘 달린다. 스티어링이 좋고 차의 안정감이 있어 지방도로의 커브에서도 잘 휘어나간다.
타이트한 코너링 때는 3단 구동력이 약해 박진감 있는 코너링이 어렵다.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에는 큰 문제가 없다. 회두성이나 운동성이 다 좋아 와인딩을 잘 제압할 능력이 있지만 차 전체를 주도하는 엔진과 3단 기능이 약해 다이내믹성을 살리기 어렵다.
- 개성 강한 스포츠세단이 되려면
브레이크는 부스터가 커지고 작동 피크가 초반으로 와 있어 에스페로의 기동력에 맞는 적절한 기능을 한다. 르망은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으나 에스페로는.이런 느낌이 전혀 없다. 비교적 정확한 위치에서 제동된다.
거실은 넓지도 좁지도 않다. 본래 에스페로는 패밀리세단이라기보다 퍼스널카의 성격이 큰 차이므로 거주성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르망과 같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씨에로는 르망과 상충되는 차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스포츠세단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에스페로는 DOHC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힘을 기울였지만 엔진의 기본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차 만들기에 도전한 것이 에스페로가 완벽하게 되지 못한 근본 원인이다.
차의 생명은 엔진이다. 이 엔진이 차 전체의 기능을 리드하는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 활기있는 차가 된다. 차를 평가할 때 그 차가 기도하는 성능을 100으로 한다면 엔진 능력은 130이 되어야 하고 서스펜션 기능은 150의 수준에 달해야 성능과 안전성이 같이 확보되고 모든 동작에 여유가 생긴다. 여유 없는 성능은 다른 부문에 피해를 주고 목적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에스페로는 이 점이 감안되지 않은 차다. 엔진 출력이 높아야 하는 것은 물론 질도 좋아야 한다. 트랜스미션은 커진 출력의 엔진 능력을 충분히 받아 활동성 강한 운동력을 만들어내고 고속 주행력과 구동력을 됫받침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여기에 기계 작동이 매끄럽고 품성이 있어야 하면서 내구성도 강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목표로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면 에스페로는 개성 강한 좋은 스포츠세단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기본적으로 좋은 엔진을 만들어야 하고 이 엔진에 맞는 강력한 트랜스미션도 새로 개발되어야 한다.
+ 평 점 +
- 모양의 특징 ‥‥‥‥‥‥‥‥‥‥‥‥‥‥‥‥‥‥‥‥‥‥‥‥‥ 8.7
개성 있는 모양을 지니고 있으나 국내 제작기술 수준의 낙후로 됫처리가 충분하지 못해 좋은 스타일링이 매끄럽게 완성되지 못했다. 공기저항을 줄이고 고속주행에 맞는 라인의 보디 기능은 크게 평가할 만한 점이다.
- 엔진 수준 ‥‥‥‥‥‥‥‥‥‥‥‥‥‥‥‥‥‥‥‥‥‥‥‥‥‥‥‥‥‥‥‥‥ 7.8
많이 개량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본부터가 에스페로에 맞지 않고 능력도 부족하다. 회전능력을 높이고 정숙성이 개선되어야 하며 부품 상호간의 결집력도 높아져야 한다. 원칙적으로 최신 메커니즘의 새 엔진이 필요하다.
- 변속기 기능 ‥‥‥‥‥‥‥‥‥‥‥‥‥‥‥‥‥‥‥‥‥‥‥‥‥‥‥‥ 7.8
에스페로 컨셉트에 맞는 변속기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최종감속비를 포함해 기본적으로 기어비가 새로 설계되어야 한다. 처음 생산된 차는 톱니 물리는 상태가 좋지 않아 미션에서 소리가 많이 나고 기어의 드나듦이 매끄럽지 못했으나 최근 것은 많이 개선되었다.
- 현가장치 운동력 ‥‥‥‥‥‥‥‥‥‥‥‥‥‥‥‥‥‥‥‥‥‥‥‥‥‥‥‥‥‥ 8.4
형식은 평범한 것이나 기능은 잘 나타나는 편이다. 에스페로 같은 스피드를 주장하는 차는 링크로 많이 보완되어야 과격하게 달릴 때 보디의 역운동을 억제할 수 있고 운동성도 높아진다. 지금 상태로도 좋은 편이지만 엔진과 서스펜션 능력이 커지면 보강되어야 한다.
- 스티어링 능력 ‥‥‥‥‥‥‥‥‥‥‥‥‥‥‥‥ 8.2
지금의 기능은 그런대로 좋지만 초고속성을 발휘하고 운동성이 높아지려면 튜닝이 필요하다. 코너링 때 비교적 정확하고 안정감 있게 리드하는 능력이 있다.
- 브레이크 성격 ‥‥‥‥‥‥‥‥‥‥‥‥‥‥‥‥‥‥‥‥‥‥‥ 8.3
안정감 있는 기능이 있어 현재의 에스페로 능력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
- 주행안정성 ‥‥‥‥‥‥‥‥‥‥‥‥‥‥‥‥‥‥‥‥‥‥‥‥‥‥‥ 8.5
소형차로는 직진안정성이 좋은 편이다. 차체의 특성이나 서스펜션의 기능이 크게 작용해 상당한 안정감을 보인다. 비교적 큰 바운딩 뒤에도 바로 안정성을 되찾는 능력이 있다.
- 코너링 능력 ‥‥‥‥‥‥‥‥‥‥‥‥‥‥‥‥‥‥‥‥‥‥‥‥‥‥‥‥ 8.3
코너링에 강한 서스펜션의 구조상 특성은 없으나 차체가 안정된 모습이고 전체 무게가 아래쪽으로 많이 내려와 있어 비교적 높은 코너링 기능을 보인다. 구동력이 약해 공격적인 코너링은 기대할 수 없다.
- 승차감‥‥‥‥‥‥‥‥‥‥‥‥‥‥‥‥‥‥‥‥‥‥‥‥‥‥‥‥‥ 8.4
서스펜션 구조 자체가 운동성보다 승차감을 살리는 기능을 가진 것이어서 좋은 승차감을 보인다. 됫좌석 승차감이 의외로 더 좋다.
- 완성도 ‥‥‥‥‥‥‥‥‥‥‥‥‥‥‥‥‥‥‥‥‥‥‥‥‥‥‥‥‥‥‥‥‥ 8.0
여러 부문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출발 때부터 완전하지 못한 점이 있어 개선과 개량을 반복해도 완성도가 크게 높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 총체적 평점 ‥‥‥‥‥‥‥‥‥‥‥‥‥‥‥‥‥‥‥‥‥‥‥‥‥‥‥‥‥‥ 82.4
거장에게 의뢰해 보디를 디자인했고 스피드 시대를 대처하려는 야심도 있었지만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기술력 때문에 기대에 못미치는 차가 되었다. 에스페로 같은 특수한 차는 기술이 많이 축적되어 있고 경험이 많은 메이커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차다.
특히 여러 기초기술의 결집체인 엔진은 설계하기도 어렵지만 잘 된 설계도라 해도 그대로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트랜스미션도 기어비를 잘 설계해 구동력과 주행력이 모두 강하고 매끄러운 기능이 발휘되도록 만들기가 그리 쉽지 않다.
차의 성격이 달라지면 변속기의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얻은 자동차의 컨셉트구성 지식과 경험을 살리면 특성 있는 차로 만들 수도 있다. 엔진이나 미션은 선진기술 도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