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자동차의 총체적 이미지 +

 

 대우자동차가 처음 만든 차는 맵시나다. 일본 이스츠 제미니의 주요부품을 그대로 수입해 조립한 차다. 당시 일본에서는 제미니가 연료가 가장 들지 않는 차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왜인지 우리나라에서 조립뵉 제미니는 연료가 많이 드는 차로 알려졌다. 제미니는 됫바퀴굴림차로 성능이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완성도가 낮아 소비자의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제미니 생산이 중단되면서 처음 갖추어진 양산체제에서 생산된 차가 르망이다. 르망은 독일 오펠사의 80년대 초반 모델인 카데트를 전수받은 차다. 포펠은 미국의 GM이 1923년부터 50%의 주를 가지고 경영에 참가한 회사다.


 르망은 당시 양산되는 소형차 중에서 모양이 아름답고 처음 나온 고회전 엔진을 써 차의 주행성품이 좋았으므로 인기가 있었다. 얼마 동안은 차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요가 많아 생산이 따라가지 못할 정토였다. 같은 오펠의 차인 로얄프린스와 함께 르망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소비자들은 대우의 자
동차를 좋은 차로 알았다.


 그러나 초기의 대우 승용차가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대우자동차는 다음 세대의 차 개발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어떤 컨셉트의 차를 만들어야 다음 세대의 기호에 맞는 차가 되고 강한 경쟁자인 현대가 계획한 차를 누를 수 있는가 하는 사전계획과 연구 없이 판매망 확장에만 신경을 썼다.

 지긍은 르망이 너무 구세대 차가 돼 경쟁력을 잃고 있다. 엔진이 옛 메커니즘의 것이어서 압축비가 8.6으로 낮고 고회전 능력이 뒤진다. 엔진 헤드도 구형이라서 연소효율이 떨어
진다.


 변속기는 4단과 5단의 구동력이 약해 고속에서 가속력이 떨어지고 기어가 매끄럽게 드나들지 않는 등의 약점이 많다. 르망과 로얄 시리즈는 차차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르망이 처음 나와 인기를 끌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지금의 승용차는 구석구석이 개량되어 성능이 크게 달라졌지만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르망의 인기가 차차 떨어지게 되자 새 소형차를 만들어야 했는데 대우는 기술제휴회사인 GM과 사이가 좋지 않아 독자적으로 개발에 착수해야 했다. 이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DOHC엔진이 실용화돼 대우도 1.5L르망 엔진을 기본으로 한 DOHC엔진을 써 에스페로를 만들었다.

 르망이 전형적인 소형 패밀리세단이라고 하면 에스페로는 개성을 주장하는 퍼스널카에 속한다. 획기적인 스타일링을 위해 거장 베르토네에게 의뢰해 프랑스의 시트로엥과 같은 날렵한 스타일링의 차로 만들어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엔진과 트랜스미션 기술이 미숙해 실패작이 되었다. 호주의 홀덴사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시설을 빌려 쓴 정도에 지나지 않아 별 도움이 못되었다. 첫 DOHC엔진을 쓴 것이 오히려 더 나쁜 이미지를 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성능 좋은 퍼스널카가 되기 위해서는 엔진 출력이 더 커야 하고 안전성도 높아야 한다.

 초기에 생산된 DOHC엔진의 에스페로는 엔진회전이 거칠고 쇳소리가 많이 났다. 4천rpm 이상의 고회전 영역에 들어가면 마찰소리가 심해진다. 르망의 약점인 변속기 4단과 5단의 힘을 보강했으나 이번에는 2단과 3단 구동력이 약해져 시내에서 가속이 더디고 고갯길을 힘차게 올라가지 못한다. 트랜스미션에서도 톱니 돌아가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기어가 거칠게 드나들고 발진 때 레버가 벌떡벌떡 움직였다. 기어가 드나드는 거리가 멀어 고속운전 때 불리하다.


 94년에는 다시 같은 급의 씨에로를 만들어 1.54급 엔진의 차가 3종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같은 엔진에 같은 트랜스미션을 쓴 차가 3가지로 된 셈이다. 외국 메이커의 경우 같은 보디에 배기량이 각각 다른 엔진을 써 차 모양의 다양성보다 차의 성능에서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한 가지 엔진으로 여러가지 차를 만든다. 엔진 개발기술이 약한 메이커의 생산패턴이다.

 씨에로는 르망과 거의 같은 성격의 패밀리 세단이다. SOHC엔진은 르망과 같은 것이고 DOHC엔진도 기본이 같은 엔진이어서 주행성격도 비슷하다. 르망의 인기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모델체인지 시기가 지나 새 모델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 씨에로의 탄생배경일지도 모른다. 르망과 씨에로는 종류가 다른 차로 보기 힘들고 에스페로는 약간 변형된 차에 지나지 않는다.


 프린스와 브로험은 로얄시리즈의 후계 모델이다. 로얄 엔진을 튜닝해 두 차종에 같이 썼다. 크고 넓은 보디에 중후감이 있어 평범하게 쓰기에는 좋은 세단이다. 그러나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의 메커니즘이 구형이어서 기능이 떨어지고 차 모양만 바꾼 모델체인지 차에 불과하다. 힘이 넉넉하지 못해 고속영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은 구형이지만 보디와 인테리어에 정성을 들여 고급화시킨 것으로 다른 차종과 대응시키고 있다. 박력감이 없고 중형 세단으로서의 특징이 없어 경쟁력이 강하지 못하다.

 다른 회사 차와 비교해 유일하게 앞선 차가 아카디아다. 아카디아는 일본 혼다의 레전드를 그대로 도입한 대형세단으로 엔진과 트랜스미션 모두 90년대 기술의 것이다. 뛰어난 박진력과 가속력을 가진 엔진과 현대감각의 드라이빙 패턴의 트랜스미션은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차보다 기동성 높은 대형 승용차임을 자랑한다.


 그러나 아카디아는 완전히 혼다 기술과 부품을 사온 차여서 국산차로서의 의미는 없다. 이런 대형차는 판매 대수가 한정되고 수출할 수 있는 차도 아니므로 완전한 생산라인을 갖추기 보다는 주요 부품을 콤퍼넌트식으로 수입해 조립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그랜저와 포텐샤도 국산화 비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런 형태로 조립해 공급하는 차다.


 지금까지 개괄한 대로 대우자동차는 소형에서 대형까지 많은 차종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 메커니즘의 차가 아니어서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다. 수출도 자동차 선진국이나 선진국 차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 아닌 지역을 주로 파고든다.

 

 앞으로의 과제는 2천년대에 대항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차를 어떻게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독자적인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외국의 어느 선진 메이커와 제휴해 기술을 도입하고 새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개발하는가에 따라 존속이 좌우된다. 임시방편적 개발로는 더 지속시킬 수 없다.

 삼성이 일본 닛산 기술로 승용차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대우의 또 하나의 큰 과제다. 그동안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의 개량을 통해 나름대로의 튜닝기술을 얻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엔진이나 트랜스미션을 설계 ·개발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최근 메커니즘의 엔진이나 변속기 기술을 전수해 줄 파트너도 당장은 없다. 이 중요한 과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대우자동차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