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Shocked!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을 하니 왼편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가, 오른편에는 브리프케이스를 들고가는 신사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저 그 사이로 차를 몰았을 뿐이다. 그런데 둘은 깜짝 놀라더니 차가 멀어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본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차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 그들에게는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이 차는 미래형 자동차, 하이브리드카이다.


 

몇몇 사람들에게 이 차를 소개시켜줬는데 이 차를 처음 몰아보는 사람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키를 돌렸을때도. 응당 있어야 할 시동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어리둥절한 동안 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웃으며 얘기해준다. "지금 시동이 걸린 상태에요"

 

환경과 경제성

사실 요즘은 한강물 어는 것이 뉴스에 나올 정도이지만, 우리 어릴적만 해도 한강물은 응당 겨우내 얼어있기 마련이었다. 빈땅 곳곳에도 얼음이 잘만 얼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웅덩이만 있으면 사방 천지가 스케이트 장이요 썰매장이었다. 지구 온난화와 맞물려 기상 이변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이대로라면 우리 다음 세대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세대부터 자연을 파괴한 것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될지 모를일이다. 이러한 기상이변의 주범은 바로 화석연료의 사용. 차량이나 공장이 지금의 속도로 석유를 태워대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지나치게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나 도요타는 이런 인류의 운명을 극복하고자 하이브리드카라는 안을 내놓았나보다.


 

하이브리드카란 가솔린 엔진에 추가로 모터와 충전지를 장착하여 모터와 엔진을 병행 사용하는 방식의 자동차를 말하는데, 최근 상용화 된 방식은 주행 중에 모터가 엔진을 돕고, 정지하거나 속도를 감속하는 동안에는 남는 관성 에너지로 충전지에 전기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자동차는 배기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정지했을때나 약 40km/h이하로 운행할 때는 아에 엔진을 정지시켜 매연 등 배기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게 하므로 매우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비도 상당히 높아져 경제성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RX400h
이번에 시승한 차는 RX400h 로 친환경차라는 수식어가 없더라도 충분한 구매가치가 있는 차. 수입 SUV의 베스트셀러인 RX330베이스에 하이브리드 장비를 덧붙인 것으로 기존 233마력이었던 엔진에 650V의 200KW급 전기 모터를 추가하여 269마력으로 향상 시킨 모델이다. 따라서 가속력도 향상되었으며 연비도 기존 7~8km/l 에서 13~18km/l(일본기준)으로 2배 가량 향상되었다. 장점은 이 뿐 아니다. 휘발유 엔진의 특징인 진동과 소음을 미연에 방지하여 승객의 쾌적함을 극대화했다.

메마른 남자라면 한번 쯤 이 차를 달리며 오디오를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시동소리조차 없는 차에 마크레빈슨을 통해 흘러나오는 첼로 소리는 메말랐다는 나에게 마저 황홀할 지경이었으니.


 

예로부터 고연비와 고성능은 한 차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고 믿어왔지만, RX400으로 이 믿음은 깨졌다. 이 차는 좋은 연비와 동시에 달리는 성능 또한 상당히 놀랍다. 이 차의 0-100km는 7초대에 이르러 어지간한 스포츠카 수준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이 차의 뒤를 따라잡을만한 차가 많지 않다. 다만 180km에 리미트가 걸려있는데, 별 노력 없이 쉽사리 180km에 도달하기 때문에 이 리미트가 무척 원망스럽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는 악셀 패달을 강하게 밟는 동안만 엔진이 작동되고 패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시동을 꺼 연료의 효율을 극대화 했다. 반면 이 때는 엔진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 경우를 위해 기어 실렉터에는 D-N-R-P 외에 B 라는 모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엔진브레이크가 동작하게 하는 레버이다. 이렇게 하면 일반 승용차를 운전하던 사람들도 어색하지 않게 하이브리드카 운전에 익숙해질 수 있으나, 반면 이렇게 동작하는 경우 다소 충전시간이 줄어들고 따라서 연비가 다소 떨어진다.

▲ 패밀리 SUV 답게 무단 변속기의 기어 실렉터에는 2, 3단 선택레버나 오버드라이브가 생략되어 오직 D모드만 선택할 수 있다. B는 엔진 브레이크 모드.

 

▲ 속도계 아래쪽에는 충전상태가 그래픽으로 표시된다. 타코메터의 자리에는 현재 모터의 출력을 나타내는 계기가 대신하고 있다.

 

달리는 동안 지금 엔진이 동작하는지, 모터가 동작하는지는 계기판의 그래픽을 통해 알 수 있다. 차를 정지시킬 때는 휘우우웅~ 하는 충전 소리가 작게 들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재미로 느끼면 좋겠다.


Verdict
리모컨키에는 뒷트렁크를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고 차에 타기 전에 환기를 위해 창문을 내릴 수 있는 기능도 내장되었다.

인데크로 6장 CD를 삽입할 수 있는 마크레빈슨 오디오는 상당하고, CVT(무단변속)기어는 메뉴얼기능은 물론 2-3-4단 실렉터나 오버드라이브 버튼조차 없이 그저 D에 놓고 달리라는 듯이 만들어졌다. 서스팬션은 소프트해서 바닥의 굴곡이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코너에서는 다소 무르다는 느낌이 든다.

뒷좌석은 아이들이 잠들기 좋게 뒤로 충분히 기댈 수 있도록 하였고, 앞좌석에서 손을 뻗으면 뒷좌석을 좀 더 가까이 당길 수 있도록 만든 배려도 있다. 기어를 P에 옮기면 자동으로 뒷문까지 잠금이 해제되어 뒷좌석 아이들이 급히 타고 내리는데에도 문제 없이 만들어졌다. 이 차에는 시거잭 라이터는 커녕 재떨이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배려들을 살펴보면 어떤 사람들이 이 차를 타게 될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 차를 느긋하게 운전하자면 캘리포니아의 드넓은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햇볕을 받으며 드라이빙을 즐기는 단란한 가족이 오버랩된다. 가족을 생각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고 넉넉하게 즐기는 차. 즐거움은 비단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과 지구촌 모두의 가족을 사랑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평가: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 대형차임에도 연료를 절약하면서 퍼포먼스까지 높였다. 친환경적인 SUV
가격: 약 8천만 원
퍼포먼스: 0→시속 100km 가속 7.6초, 최고시속 200km, 연비 14.8km/ℓ
스팩: V6 3311cc+전기모터 2개, 269마력, 4WD, 2040kg, CO₂배출량 192g/km
특이사항: 인데크 6CD 플레이어(MP3지원안됨), 휠 18인치, 가죽시트(열선지원안됨), 시동을 걸지 않아도 동작하는 에어컨
(출처:카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