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깁니다. ㅎㅎ 각오하시고 읽으세요. 길다구 욕하지 마시고..
차종: 제차 SLK 350(29,800km) vs 친구차(사실은 아버지차) CLS 55 AMG(약35,000km)
장소: 인천공항 입구-> 인천공항 진입하는 첫번째 신호등까지.
시간: 토요일 아침 9시 30분경
트래픽: 듬성듬성(인천공항 고속도로 치고는 꽤 많음)
타이틀: 톨비 + 압구정 금수복국 점심
조건: 1. CLS 55에는 친구 1명(70kg 가량) 및 친구 새신부(45~50kg 주장:신부 몸무게는 극비라지만
약 55kg 추정됨) 총 3인 탑승 및 조수석에 짐가방 1개
2. CLS에는 신혼여행 짐가방 및 골프채 2개 + 웨딩 꽃장식 ㅎㅎㅎ
SLK 트렁크에는 신혼가방 작은것 1개
3. 신혼여행 가는 길이라서 살짝 조심해야 하는상황.
4. CLS 뒷좌석이 많이 좁아서 운전석 및 조수석 의자는 살짝 많이 당겨놓은 상태(사이드 미러
시야 불편-원래 시야좁음)
5. 위에도 언급했지만 웨딩카이기 때문에 살짝 민망한 꽃장식 앞뒤로.. 밟으면 밟을수록 본넷 및
트렁크에 스크래치 생김. 생화라서 고정 잘 안됨. 아버지 차이기 때문에 맞아죽을려면 좀 밟아도
상관없음.
6. 전날 결혼식 피로연에서 술을 좀 마셔서 상태가 별로 안좋음. 둘다 술을 잘 못마시는데 살짝
마셔서 매우 거북함.
7. 동시에 출발해서 인천공항 진입하는 첫번째 신호등을 먼저 통과하는 사람이 승리.
비슷하게 진입시 빨간불일 경우에는 정확하게 정지선에 제동해야 승리. 신호 무시하면 패배.
8. 나는 GPS 없음. 친구차에는 한글 네비게이션 장착되어 있음.
9. 친구차 기름 만땅. 내차는 절반에서 살짝 위.
10. 역시 과속딱지 무시하고 이길라면 이김. 아니면 알아서 잘 보고 가감속을 해야함.
11. 튜닝내역: 내차는 18" AMG 휠 장착-17"보다 가속 약간 느림
친구차는 꽃장식(생화) 바디킷(성능저하)
약 4천뛴 중고차 구입했는데 전주인이 리미터 해제했음.
네비까지 있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대에게 이길수 있는 오늘의 작전: 바짝붙어서 GPS 위치를 파악하여
압박한 후 공항이 다가왔을때 트래픽이 많아지면 자신있는 칼질로 치고 나가서 승기를 잡는다!!
오늘은 지난번처럼 마음먹고 달리러 나간 그런 상황은 아닙니다. 어쩔수 없이 끌려간.. 그런거죠..
평소때같음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CLS 55 AMG와는 감히 절대 안붙죠.. 감히.. 그것도
직빨이 먹히는 인천공항에서..
늦잠을 자야하는 토요일 아침에 왠 말도안되는 배틀이냐고 반문하실 분들을 위해서 살짝 백그라운드
설명을 하겠습니다.
아부지차(CLS 55)를 몰고나온 제 친구의 차는 NF 쏘나타 2.0 입니다. 차를 애지중지하는 친구입니다.
운전도 좋아하고 잘합니다. 근데 차의 한계는 어쩔수 없는지 스피드에 대한 한이 맺혀 있습니다.
친구아버지? 저보다 차를 더 아낍니다. 친구놈한테 키를 절대 내주는 법이 없죠. 절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이놈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인거죠. 아버님들끼리도 친한 아들 초등학교 친구놈 결혼이었으니 어쩔수 없이
웨딩카를 위해서 차를 내준거죠. 친구는 신나서 펄쩍펄쩍 뜁니다. 결혼 전날부터 차 장식하고 세차하고
운전한다고 인천공항 왔다갔다 난리가 났습니다. 기름을 2번 만땅으로 넣었죠. 저도 살짝 잠시
몰아봤는데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입이 귀에 걸립니다. ㅎㅎ
어느덧 결혼식도 끝나고 공식 피로연도 마치고 친구들과 신부 친구들만 남았네요.
술을 안마실래야 안마실수가 없는 상황이 온겁니다. 대리? 절대 안한답니다. 그래서 다음날 신혼여행을
가는 신랑신부를 호텔로 데려다 주면서 호텔에 차를 놓고 다시 옵니다. 친구는 다음날 오전에 공항을
가야하기 때문에 호텔에서 가까운 우리집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제차는 대리를 하면 저혼자밖에 못타기
때문에 제차도 인근 주차장에 맡겨놓고 아침에 찾으러 오기로 하였습니다. 늦어도 8시 30분까지는 빼줘야
된답니다. 불행은 그렇게 시작됬죠. 안그랬음 그냥 자면 되는건데.. T.T
술도 못마시는데 신부 친구들 앞에서 다들 오바좀 하며 술을 마시다 약 1시경 파했습니다. 집에가서 바로
쓰러져 잤죠. 아침 7시가 되자 갑자기 차생각이 납니다. 눈이 번쩍 떠집니다. 웨딩카를 운전해야 하는
제친구도 깨웠죠.. 둘다 대충 외관정리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제차를 먼저 찾은 후 친구를 호텔로 데려다
줬습니다. 근데 신랑신부의 짐이 너무 많습니다. 골프치러 가는 신혼여행이다보니 골프백 2개 짐가방
이것저것... CLS 트렁크에 쑤셔 넣고도 원래 세차용품도 있고 해서 아무리 짐을 넣어도 가방이 2개
남습니다. 좀 놓고가라고 실갱이를 해도 신랑신부는 죽어도 다 가지고 가야 한답니다. 설마 그게 다
콘돔은 아니겠죠? ㅎㅎ 암턴 조수석에 하나를 넣고나니 마지막 1개가 남습니다. 죽어도 안들어 갑니다.
CLS는 다들 아시겠지만 뒷좌석에도 파티션이 되어있습니다. 최후의 방법은 그 가운데 가방을 걸쳐놓는
방법외에는 없습니다. 신랑신부 싫답니다. 그게 무슨 신혼여행가는거냐면서...
그러면서 이놈이 쓰윽...
제차를 쳐다 봅니다.
"아뿔싸!!"
마침 트렁크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래 세차용품이 있었는데 정리 한다고 모두 치웠습니다 T.T) 갑자기
식은땀이 흐릅니다. T.T 혼자가기 너무도 싫어했던 제 친구도 갑자기 힘을 얻습니다.
친구: "XX아!! 그럼 너차에 싣고 니가 따라오면 되겠다? 응? 그지? "
나: 아니... 나 사실.. 쫌이따 약속이 있어서... (졸려서 거짓말..)
친구: 야아~ 빨리 갔다오자.. 밟으면 금방이야..
나: 야.. 웨딩칸데 어떻게 밟냐?
결혼한친구: 아냐아냐.. 우리도 면세점 가야되서 빨리 밟아가면 무지 좋아.. XX(신부)도 밟는거 쫌
좋아해..
나: 아니.. 그게...
친구: 야.. 친구가 결혼했는데 그것도 못해주냐? 응? 나랑 누가 빨리가나 내기하자.. 내가 더 불리
하자나.. 올때는 차바꿔서 운전하게 해줄께..(이게 구라라는걸 눈치챘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순순히 차를 내줄리 없지..T.T)
나: 진짜? 정말?
친구: 응.. 올때 바꿔서 하게 해주....께..
나: 우리 빨리갔다올수 있는거지? 갈때 내기하구 진사람이 밥사기다?
친구: 그래.. 콜!!
나: XX(신랑) 우리진짜 쏴도 되는거지?
신랑: 당연하지. 우리도 빨리 서울을 뜨고싶어... ㅎㅎ
이렇게 피곤한 토요일 아침의 배틀이 시작되었습니다.
----------------------------------요기부터 배틀기--------------------------------------
(서론 필요없이 배틀기만 읽고싶은 분들은 요기아래부터)
서론이 좀 길었죠? ㅎㅎ 죄송요 글주변이 없어서 늘어지네요.. 이제부터는 본격 배틀기 입니다. ㅎㅎ
올림픽 대로는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꽤 있습니다. 중간 공사구간도 있고해서 그런지 꽉~ 막혀있습니다.
답답하게 가다서다를 반복하던중 드디어 인천공항 전용도로 입구가 보입니다. 인천공항을 그렇게 자주
가봤지만 낮에 직접 운전하고 가본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ㅎㅎ 꼭 다른길을 가는것처럼 생소하더라구요.
인천공항 입구에 진입하자 친구가 앞에서 깜빡깜빡 거립니다. 터널 진입과 동시에 밟자고 한 약속을
잊지않고 그 짧은 구간동안 쉬프트 다운을 하여 고 알피엠을 유지합니다. 터널에 들어감과 동시에
둘다 꽉!! 밟습니다. 역시 CLS 55 AMG!! 속도는 둘째치고(순발력은 살짝 기대이하) 소리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터널에 SLK의 배기음과 함께 울리는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감미롭습니다. 둘다
차들을 살짝살짝 피하며 속도를 냅니다. 그리고는 터널지나서 4km정도 지난지점의 속도카메라를
의식하여 감속을 합니다. 카메라를 지나자 마자 다시 둘다 가속.. 원래의 작전은 앞차의 꽁무니를
맹렬하게 쫒는것이었으나.. 차의 성능을 완전 오판하여 살짝 힘듭니다. 속도카메라를 지나서 감속후
가속을 할때마다 차이가 조금씩 벌어집니다. 제가쓸수 있는 유일한 실력은 브레이킹으로 속도조절을
하는거죠. 혼자 안전벨트하고 있고 차안에 쏠릴일도 없기 때문에 친구보다는 제동가능거리가 많이
짧다고 자신해서 속도카메라를 지날때마다 이방법을 쓰려고 했으나... 트래픽이 좀 많아서 이마져도
여의치 않습니다. 혹시라도 제 속도보고 따라오던 뒷차가 저를 받기라도 하면 큰일나기 때문에 그냥
지고말자.. 하는 마음으로 적당히~ 달립니다. CLS도 맞아죽기는 싫은지 직선에서는 시원하게 쭉~
밟아주지만 트래픽이 있으면 크게 무리하지 않습니다. 적당히 차이를 벌렸다 줄였다 하는 와중에
드디어 승부처, 즉 결전구간인 다리가 멀리 보입니다. 차도 거의 없습니다.
오르막 구간을 열심히 밟습니다. 근데 이게 왠일? CLS 55 AMG는 역시 토크빨이 대단합니다..
사람을 2명이나 더 태우고도 차이가 벌어지는것이 눈에 보입니다. 제 속도는 190. 그차의 오르막
가속속도는 210정도? 그리고는 점점 벌어집니다. 내리막에서는 따라잡겠지.. 하는 생각도 그냥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내리막후 약간 좌측으로 돌아가는 커브가 있어서 속력을 크게 내지는
못하는데 이놈이 풀쓰로틀을 하는지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겁니다.. 쩜됬다.. 이표현이 너무 절실하게
와닿더군요.. 그후의 직선구간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계속 따라가다 칼질로 승기를 잡는다.. 는
작전은 써보지도 못하고(칼질할 차가 없었으므로) 그냥 직선에서 쩜됬습니다. 카메라도 이자식은
갓길로 교묘히 피해가며 유유히 머얼리~ 사라지더군요.. 멀리 신호등이 보입니다. 친구는 우측끝길에
정지선에 딱 맞춰서 차를 멈춰놨더군요. 친구의 승리의 V! ㅎㅎ 차의 실력차이가 너무 나니까 그냥
상대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뿐 화는 크게 안나더군요.. CLS 55 AMG에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운전실력이 많이 딸려서 그렇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그냥 성능차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요기부터는 잠시 삼천포---------------------------------
신랑과 신부를 내려주고 짐을 카트에 싣고 차를 주차장에 대러갑니다. 요즘세상에 누가 출국장앞에서
손들면서 빠이빠이를 하냐 싶겠지만 신랑신부의 간절한 요청으로 결국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배웅을
하기로 했습니다. ㅡ.ㅡ;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CLS에 달려있던 꽃튜닝이 완전 엉망입니다. 와이퍼에
꽃잎 껴있고 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ㅎㅎ 이제 웨딩카로서의 사명을 다해서 꽃을 떼고보니..
푸하핫.. 본넷이 완전 긁히고 난리도 아닙니다. 검정차라서 유독 더 심하네요.
나: 넌이제 죽었다!!
친구: 괜찮아.. 컴파운드 섞인 왁스로 대충 발라주면되!! 나 이런거 잘해..
나: 앞에 두줄은 깊게 파여서 좀 힘들것 같다. 암턴 쫌 난감하겠구나.. ㅋㅋ 아부지한테 2시까지
반납해야 한다믄서 어쩌냐?
친구: ...
-------------------------------------요기부터 다시 배틀기-------------------------------
괜찮은척 하지만 울고있는 친구의 등을 떠밀고 출국장으로 올라가 초라한 배웅을 한 후 다시 주차장으로
옵니다. 시무룩한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있자나 살짝 안됬네요. 스크래치땜에 혼날까바 그러는걸까요
아님 차를 이제 반납해야 한다는 슬픔때문에 그런걸까요? 그냥 묻지는 않습니다. 조용히 생각할 뿐..
주차장에서 계산을 하고 나와서 서울방향으로 출발합니다. LG 주유소를 지나고 열심히 달리는중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아 맞다!! 이 XX 갈때는 내가 저차 운전하기로 했는데!!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씹네요..
열받습니다..
열심히 달립니다.
그랬더니 이자식이 더 밟습니다.
이제 사람도 없고 꽃튜닝도 없고 짐도 거의 없습니다.
기름도 적당히 줄었고 핸디캡은 전혀 없습니다.
죽어라 달립니다.
요리조리 칼질을 하며 근처에 갑니다.
빵빵!! (손짓으로 창문내려!!)
친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저를 그냥 무시..
빵빵!! 빵빵!! (내려!! 내려!!)
부아앙~~
딴짓하는 사이 풀쓰로틀로 갑니다. (못봤을리가 없는데...이자식이!!)
열심히 따라가지만 역부족입니다. 그 큰차체로 칼질을 하는데 뒤에서보니 정말 안정적입니다.
2전 전패. 완패. 참패!! 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공항따라갔다가 밥까지
사주고 이게 뭔꼴일까...T.T
만회를 하기위해 올림픽 대로에서 열심히 따라가지만 역시나 벌어진 큰 차이는 줄이지 못하고 맙니다.
사실 저는 중간에서 이미 포기를 했습니다. 그냥 80km로 서행했죠.. 이친구는 끝까지 열심히 밟았나
봅니다. 친구집 앞으로 가니 친구는 벌써 양동이에 물을 받아놓고 앞부분을 닦고 있더라구요...
왁스칠을 해서 복구하겠다고 합니다. 열심히 왁스를 발라놓으니 흠집은 약간 가셨으나 그부분만
깨끗한것이 더 이상하더라구요.. ㅎㅎ 열심히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아버님: "XX!!" 거기서 뭐해? 왔음 집에 들어오지 않구..!
친구: 아..저 그게... 세차좀...
아버님: 앞에 흠집생겼어?
친구: (식은땀) 네...ㅡ.ㅡ;
아버님: 놔둬라.. 어차피 광택 맡기고 앞에 클리어 코팅(핸드폰 액정보호 필름같이 본넷에 붙이는것)
붙일거다. 그럴줄 알고있었으니까 그만해두된다.
친구: (활짝) 진짜 진짜? 아빠 그럼 저 이거 오늘 더 타두되요?
아버님: 그래.. 오늘은 엄마차 타구 나갈거구 엄니가 니차 쓸꺼다.
친구: 엄마는.. 쫌 그런데.. 아빠가 그냥 제차타믄 안되요?
아버님: 난 그차 물렁거려서 멀미난다.. 시러..
친구: (고민..<-엄니가 운전잘 못함) 고민.... 고민.... (-.-);
아버님: 싫음 말구..
친구: 아냐아냐 탈께...ㅎㅎ
그리하여 친구는 약 12시간의 말미를 더 얻었습니다. 제차를 주차해놓구 같이 약속한데로 밥을 먹으로
갔습니다. 금수복국으로.. 무지하게 시켜먹었죠.. 이자식이 복튀김 복껍질 무침까지 시켜먹어서 속으로
이게 미쳤나 싶었는데 이유가 있었더군요.. ㅎㅎ 데따준 친구 마누라가 고맙다고 둘이 밥먹고 술먹으라고
봉투하나를 두툼한걸 신랑몰래 줬다더군요.. 이래서 친구가 좋습니다. 밥먹었는데도 돈이 많이 남습니다.
오늘밤에 뭘할까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써놓구 올려보니 이번에도 역시 배틀내용보다 잡얘기가 더 많아진 용두사미 시승 배틀기네요.
죽어도 자동차 전문지 기자는 못되겠네..ㅎㅎ 예전 꿈이 자동차 전문지 기자였는데...안하길 잘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