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기지가 이전할 지역에서 불법 영농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군이 설치한 철조망이 하루 만에 기지이전 반대 시위대에 의해 뚫렸다.

이 과정에서 기지이전 반대측과 철조망 내부에 있던 병사들이 충돌해 병사 30여명이 부상해 이 중 얼굴과 팔 등에 심한 부상을 입은 2명을 비롯해 11명이 군 헬기로 후송됐다. 이전부지 안팎엔 경찰과 군 경계병력이 있었지만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군도 시위대를 막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여러 차례 군사시설보호구역인 철조망 설치지역을 드나들며 텐트 등 군 숙영(宿營)시설과 임시 초소를 부수고 모포와 배낭, 식기 등을 배수로에 집어 던졌다. 군 장병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장병들을 구타하기도 했다.

5일 오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일대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금속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교조, 민주노동당 등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단체 소속 회원 2000여 명이 ‘기지이전 반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중 1000여 명의 시위대는 미리 준비해 온 절단기를 이용, 국방부가 전날(4일) 설치한 철조망 20여 곳을 제거한 뒤 한꺼번에 논으로 진입했다. 경찰은 이날 90여명의 시위대를 연행했다.

국방부는 이날 밤 공식입장을 통해 “시위대의 불법 폭력사태와 그 배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필요한 자위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4일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의 기지이전부지 29㎞ 지역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경찰은 4일 연행한 시위대 524명 중 한총련 소속 대학생 박모(21)씨 등 15명 안팎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5일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은 연행한 524명 중 현지 주민은 10여 명에 불과하고, 한총련 소속 대학생이 250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범대위 소속 회원 60여 명, 민노당 당원 및 민노총 조합원 각각 30여 명, 10여 명이라고 밝혔다.

(평택=장일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ihj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