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에 침투했다고 공개한 영상 속 무인기가 우리 군이 날려보낸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 주장에 동조해 60kg급 스텔스 드론이라는 둥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어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유용원 의원이 괜히 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든 유 의원실에서 제공한 보도자료 속 무인기는 지난 2020년 방위사업청에서 실시한 신속시범획득사업 1차 공모 당시 선정됐던 모델입니다. 군에서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이하 소형드론)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고, 현재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해 운용 중입니다.
제작사는 성우엔지니어링이고, 모델명은 S-BAT입니다.
보다시피 전용발사대를 이용해 이륙하며, 낙하산 방식으로 회수됩니다.
업체가 공개한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140km, 최대 비행시간은 4시간, 최대 이륙중량은 16.5kg, 연료량은 4L입니다.
당시 시범사업 선정으로 2023년까지 100대를 생산, 드론사에 납품했는데, 배치 직후 추락사고가 속발해 잠깐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럼 북한이 공개한 이미지를 보겠습니다.
생긴게 비슷하긴 하네요.
저도 주장의 진위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알면 제가 간첩이겠죠.
굳이 우리가 저럴 이유까지 있나 싶긴 하지만, 모처럼 글을 썼으니 좀 더 끄적여보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소설이니 바쁘신 분들은 패스하셔도 됩니다.
시나리오 1.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때
업체가 밝힌 소형드론의 성능상 평양 왕복은 가능합니다. 침투 가능성은 모르겠지만요(알면 간첩이라니까요).
적재물로는 감시 정찰용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다는데, 이걸 바꾸는 것도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북한 주장에 동조한다는 건 아닙니다. '굳이 우리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보안유지가 어려우며, 비용 대비 효과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보궐선거 직전이고, 바닥이 어딘지 모를 대통령 지지율을 생각하면 '설마?' 라는 미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2. 북한의 주장이 거짓일 때
저 정도 이미지야 영상 좀 다루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네 시끌벅적하게 만들라고 또 뻘짓하는 것이겠죠.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시덥잖은 이야기'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스텔스.. 뭐 그런 것도 아닙니다. 북한이 격추하려고 했다면 격추시키는게 어렵지도 않았을 거란 겁니다.
사실 소형드론의 형상은 독창적인 것이 아닙니다. 미군이 지난 2005년부터 실전에 투입한 ScanEagle의 그것과 비슷하거든요.
그리고 지난 2021년 예멘군이 이 드론을 격추한 적이 있습니다.
사족으로 이 잔해가 이란으로 흘러들어가 Sayad-2라는 드론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물론 북한도 우리네처럼 수도 상공에서 교전을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요.
시나리오 3. 북한 주장이 사실이고, 우리 것도 아닌 경우
과연 누가 그랬냐는 문제는 있지만, 불철주야 열심히 대북전단을 날려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으니 유력한 용의자는 있는 상황입니다. 아니면 자작극이라던가. 그럼 어떤 모델을 사용했느냐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이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유용원 의원실 주장대로 3D프린터로 자작했을 수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