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를 보병지원용으로 구분해 사용하겠다는 발상은,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혁파됐습니다.
M48이 우리나라 기갑사의 한 획을 그은, 추억이 서린 소중한 존재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직도 쓸만한 전차인 것은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시점에선 이미 사라졌어야할 구시대의 유물이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을 뿐입니다.
중동전을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 4차 중동전에서 개전 초 단 이틀만에 이스라엘 전차 300여 대가 녹아내렸습니다. 전쟁 전체로 따지면 800여대가 파괴됐는데, 당시 이스라엘의 주력 전차가 M48이었습니다.
문제는 이후 이스라엘은 블레이져 같은 반응장갑을 배치하는 등 전차 방어력을 강화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우리나라 M48 전차의 방어력은 아직도 원형 그대로라는 겁니다.
더 심각한건 그 4차 중동전이 무려 49년전 사건이라는 거죠. 반세기 전에 있었던 전쟁에서 박살난 전차를 방어력의 강화도 없이 계속 써먹고 있는 겁니다. 이건 전차병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 없다 생각해요.
게다가 북한의 주력전차가 T-55나 62에서 천마호 계열로 옮겨간지는 한참됐습니다. 대전차 무기도 AT-3보다 더 강화된 상태구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봐오던 전차이기에 M48을 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써먹자는 말은 못하겠네요. 서둘러 도태시켜야 합니다.
반대로 전차의 사거리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오히려 보병의 대전차화기에 노출될 가능성도 더 커집니다. 실제로 4차 중동전 당시 이스라엘 전차부대가 대패한 이유는 기갑전에서 밀린게 아니라 적 보병의 대전차 매복에 걸려들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적 보병이 산그늘에 숨어 대전차 미사일을 쐈을 때 M48A5K가 K-1이나 K-2처럼 이를 조기에 탐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나요? 포수용 열영상조준경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직도 IR탐조등을 달고 다니는 M48입니다.
반면 북한은 4차 중동전 당시의 AT-3를 넘어서는, 불새 시리즈로 불리는 신형 대전차미사일을 대량으로 장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이쪽이 열영상 장비를 갖추는 등 탐지능력이 더 뛰어난 상황이죠.
뿐만 아니라 장기간의 대치로 인해 우리측 방어선의 전차호 위치가 사실상 노출된 상황인데다, 북한의 포병전력도 4차 중동전 당시 아랍군의 그것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훨씬 우세합니다. 골란고원 전투 당시 시리아군은 50여분의 준비포격을 했는데, 지금 북한군의 포병전력이라면 그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화력을 우리측 방어선 위에 투사할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해 그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방어전에 투입된 M48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올려 적의 공세를 돈좌시켰더라도, 결국은 전선의 이동에 따라 방어진지를 이탈해 공세에 나서야 합니다. 그 때도 과연 M48이 전차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정리하면 우리의 M48은 공격력에서 일부 개량이 됐을 뿐, 50년 전 수백대가 터져나간 이스라엘의 M48과 다를게 별로 없습니다. 특히 방어력면에선 더더욱이요.
이에 반해 우리의 M48이 싸울 전장은 시나이반도나 골란고원보다 전차운영에 더 열악하며, 무엇보다 이들이 상대할 적은 50년전 아랍군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그럴진데 중동전에서 M48이 올린 전과를 언급하시며 아직 쓸만하다 하시면 조금은 무리아닐까요?
덧, 저는 M48이 나쁜 전차라고 말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단지 이제는 놓아줘야할 전차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늑대아저씨
제가 철원에서 토우에 있었는데요...
북한 전차및 기갑부대가 내려올 수 있는 도로에는 전부 매복진지가 있어요..
윗분 말씀하신대로 엠48은 진지에 짱박아놓고 북한 전차가 도로따라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오면 쏘는 거죠..
토우진지와 엠48진지가 옆에 같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노후장비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있는거 보니.. 뭐 노인학대는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