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을 고의로 훼손하여 후방에서 숫자를 식별할 수 없게 만드는 수법입니다.
위와 같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가장자리를 반으로 접어 훼손하고 다니면 번호판의 숫자 또는 글자 식별을 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신고나 단속으로부터 무적 차량이 됩니다.
하지만 이 차량은 운이 나쁘게도 저에게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와 같은 꼼수를 부리다가 수십명을 고발했고 그 중 다수가 혐의 인정되어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우선 저는 채증을 시작했습니다. 오토바이가 일시 정차했을때 최대한 가까이에서 대상차량 번호 확보를 위해 각도별로 사진 여러장을 촬영합니다. 주행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주행하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담습니다.
그런데 이 위반자분은 오늘 경찰을 만나 면담을 나누고 싶으셨는지 얼마 못가 지인으로 보이는 일행을 만났고 차량을 잠시 카페 앞에 세워뒀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경찰 면담 주선을 위해 112에 출동을 요청합니다. 차량번호 확보 및 주행 모습까지 모든것을 다 촬영해놨기에 제가 고발을 해도 되지만, 현장에서 경찰이 단속을 하게 되면 당시 운전을 한 위반자의 인적사항이 바로 특정되고 간단한 진술서(자인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절차상 간편합니다. 또 필요하지만 귀찮기도한 고발인조사와 같은 절차도 생략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붙잡지 못한 경우에는 과거에는 고발장 제출을 했으나 최근에는 국민신문고로 민원 신청 혹은 스마트국민제보를 이용합니다.)
출동경찰관분에게 전화가 왔고 "신속히 현장으로 가고 있지만 차가 막힌다"는 내용이었고, 순찰차가 계속해서 사이렌을 울리며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대상차량과 대상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출동경찰관에게 문자 전송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인과 수다를 떨고 계십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옆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더니 사람이 많은지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운행을 이어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미 112에 이 장소로 출동을 요청했는데..)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보내줄 수는 없습니다.
저는 도보로 이 차량을 추격합니다. 제가 시력이 좋기도 하고 달리기에 자신이 있어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쫓는단 마인드로 추격을 시작합니다.
한 3백미터 쯤 뛰었을까, 대상차량이 우회전하여 골목길로 들어간 것을 보았는데 그 장소 인근으로 가보니 마침 다른 카페 앞에 차량을 주정차해놓고 카페에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대상자와 대상차량이 112 신고 장소로부터 이동했기 때문에 다시 재신고를 통해 현재 위치를 전파할 필요가 있었지만, 마침 출동 순찰차가 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순찰차를 불러 세우고, 신고자임을 알리며, 대상 차량이 장소를 옮겨 저기 앞에 있다고 손으로 가르켜줬습니다.
출동경찰관은 감사하다며, 순찰차에서 내려 바로 채증을 시작합니다.
경찰관분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경찰 업무용 폰으로 여러각도별로 대상차량의 위반 모습을 촬영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카페안에서 제 귀를 의심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왜요!" "왜요 뭔데요"
경찰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사진 찍자 카페 테라스에 있던 위반자가 경찰에게 퉁명스러운 말투로 "(니가 뭔데 내 오토바이를 찍냐는 듯) 왜요 뭔데요" 라고 말합니다.
("무슨일이세요?" "무슨일이십니까?"가 정상)
경찰은 어이가 없다는듯 위와 같은 모습으로 위반자쪽을 바라보고 "이거 주인이세요?" 라고 묻습니다.
위반자는 뚜벅뚜벅 걸어와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차량 번호판을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이내 경찰에게 누가 발로 차서 그런것 같다고 자신을 모르는 일이라고 핑계를 댑니다. 마치 자신이 발로 차서 훼손한 경험이 있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번호판을 발로 차는 시늉도 합니다.
그런데 귀를 의심하는 소리를 들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제 눈을 의심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위반자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열을 받았는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뿜으며 담배를 피는게 아니겠습니까..
경찰이 지 친구도 아니고 기분 나쁘다고 담배를 뻑뻑 펴대는데 경찰이 강제로 담배를 끄게 할 권한도 없어 참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경찰관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지, 연기가 그대로 경찰관에게 전달되는데 이건 경찰과 위반자의 관계가 아니라 그냥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교육이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결국 경찰관은 순찰차에서 서류를 꺼내와 대상자에게 진술서 즉 자인서를 받습니다. 위반자는 자필로 서류를 작성하십니다. 뭐라고 작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이름과 주민번호, 차량을 운행하게 된 경위, 번호판이 훼손된 것을 알았는지 등 간략히 내용을 적고 이 서류는 출동경찰관의 사건 발생 보고와 함께 경찰서 담당부서 담당수사관에게 전달이 될 예정입니다.
오토바이 운전하는거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를 운행하려면 정해진 법은 지키고, 남에게 피해는 주지 맙시다.
자신이 위반을 했으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줄 알고, 무엇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것은 지키고 삽시다. (출동 경찰관은 개인의 감정 쓰레기통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위반자분께 한마디 전합니다! (위반자만 읽어주세요)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 요청 후 차량조회 신원조회 등 사건처리하는데 옆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사건 처리에 협조를 해도 모자를 판에 어디서 싹바가지 없이 전자담배도 아닌 연초를 꼬라물고 연기를 내뿜냐?
그리고 종이접기가 하고 싶으면 문방구에서 색종이를 사서 해라. 괜히 접히지도 않는 번호판을 공구를 이용해 접으려고 노력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