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날인 어제, 제 눈 앞에 꼼수가 목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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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주행하는 오토바이.. 보행자 통행에 방해는 물론 안전에 위험이 되는데 번호판이 뭔가 이상합니다..

 

무심결에 그냥 지나갈뻔 했지만 이상함을 느끼고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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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뭔가요?

 

마지막 숫자를 가리기 위해서 종이를 부착해놓고, 종이가 떨어질 수 있으니 집게 클립(?)을 설치해놓은 모습입니다.

 

이때부터 제 뇌는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일단 빠르게 채증을 시도했습니다. 제 눈 앞에서 사라지기 전에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 112 신고를 해야되는지 판단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경찰이 이 차량을 단속할만한 상황이 되는지, 위반자(운전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지, 주행을 계속 이어나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됩니다. (112신고를 하더라도 현장에서 단속이 어려울 것 같으면 추후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고발)

 

이 차량은 제가 무조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채증을 해놓은 것과는 별개로 즉시 112신고를 하여 현장에서 위반사실에 대한 적발과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경찰은 10분이내에 도착하니 경찰이 현장에 도착할때까지 자리를 지킵니다.

 

혹시라도 대상차량이 도주를 하더라도 제가 이미 채증을 해놨기 때문에 진정 혹은 고발 등의 절차를 통해 사후에 단속을 할 수도 있지만, 현장에서 출동 경찰이 단속을 하면 차적조회를 통한 차량과 대상자 특정 등 불필요한 절차들이 생략된다는 점, 바로 현장에서 위반에 대한 시정 조치가 이루어진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또 현장 단속 과정에서 대상차량/대상자의 수배여부나 기타 다른 혐의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륜차량 특성상 한 장소에 가만히 머물지를 않습니다. 배달 오토바이들은 업소에서 음식을 픽업하거나 배달지에서 배달을 마친 후 바로 이동을 하고, 배달 오토바이가 아니더라도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경우는 찾기 힘듭니다. 또 자신을 단속하려는 경찰를 피해 목숨을 걸고 도주하여 2차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112 신고를 하더라도 현장 단속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시 이 차량도 112 신고 이후에 운전자가 운행을 시작하여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빠르게 112 재신고하여 주행 진행 방향을 전파하고 신속히 뛰어서 추격을 시작합니다.

 

한 500m를 뛰어서 추격하고 시야에서 사라질뻔한 차량을 가까스로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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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경찰에게 현 위치를 전파하고, 한 3분 남짓 지났을 무렵 제 시야에 순찰차가 보입니다. 순찰차를 불러 세우고 조수석에 앉아계신 출동 경찰관에게 현장 상황을 설명합니다.

 

나 - "경찰관님, 번호판 가리고 운행하는 오토바이 신고 받고 출동하셨죠?"

 

경찰 - "네"

 

나- "여기 우회전하자마자 XXX앞에 대상차량이 정차중인데, 지금 대상자가 차량 앞에 서있기에 순찰차나 경찰관의 모습이 보이면 바로 번호판을 시정할 수도 있으니, 가장 먼저 번호판부터 확보 부탁드립니다."

 

경찰 - "네~ 알겠습니다. 신고 감사합니다!"

 

이후 경찰관분이 엄청난 센스를 발휘합니다. 순찰차에서 내려 대상차량과 대상자 쪽으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라, 대상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뒤로 돌아서 대상차량에 다가가, 대상자가 경찰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번호판부터 빠르게 경찰 업무용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이후에 대상자는 경찰관의 접근을 눈치챘으나 이미 경찰관이 두 눈과 핸드폰으로 위반사실을 확보한 뒤였습니다. 경찰관과 위반자의 면담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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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분들은 각도별로 가려진 모습의 번호판 상태를 촬영하고, 차량 전방과 후방 등 위반 차량의 모습도 증거로 남깁니다. 이후 위반자로부터 신분증을 건네받아 조회를 하고, 차량도 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번호판 '고의' 가림입니다. 종이를 부착해놓은 겻도 모자라 집게 클립으로 고정시켜 놓은 것은 위반자가 부인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약 1분간 면담이 이어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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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의 경찰관께서 순찰차에서 서류를 꺼내오셨고, 위반자분은 자필로 시인서(진술서)를 작성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이분은 번호판 가림 차량 운행 즉 자동차관리법상 번호판 고의 가림 혐의가 경찰에 인지되어 사건 발생보고를 통한 형사입건 및 추후 관할경찰서 수사과에서 조서 작성을 위해 담당 수사관이 출석을 요구할 듯 싶습니다.

 

이렇게 경찰의 신속한 출동, 현장 상황 전파 등의 신고자/경찰의 호흡 덕분에 현장에서 위반사실을 확보하고 단속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국토부에서 10월부터 3개월간 번호판 미부착, 번호판 가림/훼손 집중 단속을 선언한 이후, 제 첫 112신고와 형사입건이였습니다.

 

* 다시 한번 센스 만점의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주신 출동 경찰관께 감사드립니다. (불법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시야에 경찰이 보이거나 순찰차가 보이면 역주행하는 등 경로를 바꾸거나 도주를 시도하기에,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게 신고자 등 시민분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 경우에 따라 가볍게 생각되는 꼼수 행위는 범죄가 될 수 있고, 종이 쪼가리와 클립은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저의 지난 게시글을 보면 불법 오토바이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