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과 누룽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내놓으셨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느즈막히
들어 온 날에도 어김없이 따끈한 찐빵으로 날
기쁘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어머니는 늘 막내인 내 생각만을 하셨던
것입니다.
'지금쯤 우리 막내 딸이 문방구 앞에서
서성거리겠지.
골목길을 지나 양과점도 그냥 못 지나치고
군침을 흘리고 있겠지'
시계를 보고 이런 계산까지 하시며 막내 딸의
찐빵을 쪘던 어머니의 마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 때면 내 머리는 항상
안방에서 부엌으로 나 있는 쪽문을 향해
있었습니다.
그 문을 드르륵 열면 나물을 무치던 어머니의
손에서는 깨소금과 참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풍겨 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꽁꽁 뭉친 누룽지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방안에서 고개만 까딱 내민 채 어머니에게
받아먹던 누룽지는 지금까지 내가 먹은 음식 중에서
가장 맛나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