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1991년부터 서울 강남 영포빌딩을 소유했으며 현재 이 건물 5층에 청계재단이 위치하고 있다.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 관리인 김재정씨가 운영하는 사무실을 영포빌딩 지하 2층에 마련해 준 뒤 다스를 통한 비자금과 뇌물 등 불법자금을 관리하게 했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출금전표와 접대내역이 적힌 문서 일부는 영포빌딩 지하 2층에서 발견됐다.

2006년 8월31일자 출금전표에는 ‘조 아무개씨’ 란 이름이 등장한다. 조씨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보좌관이었으며 이후 대통령 후보 공보특보를 거쳐 18대·19대 국회의원을 했다. 그는 8월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기자들을 4번 접대하며 206만6200원을 썼다고 기록했다. 접대 명단에는 연합뉴스 추 아무개, 한국일보 김 아무개, 조선일보 권 아무개, 동아일보 박 아무개, YTN 김 아무개 등 기자 5명의 실명이 등장했다.

2006년 10월10일자 출금전표에도 조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역시 기자 접대비다. KBS 김 아무개 정치부장, YTN 최 아무개 정치부장과 9월29일 만나 10만5000원을 썼다. 10월2일에는 한국일보 유 아무개 정치부장 포함 한국일보 기자 2명과 만나 14만 원을 쓴 뒤, 뒤이어 80만 원을 썼다고 기록하고 있다. 10월10일 조선일보 권 아무개 기자와 만났을 때는 40만 원을 썼다. 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경우 법 위반에 해당될 정도의 접대가 오고 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기록상 MB 측의 기자접대는 쉼 없이 이뤄졌다. 접대 내역을 정리한 문서에 따르면 9월12일에는 세계일보 원 아무개 등 세계일보 기자 2명을 만나 20만6800원을 썼다. 다음날인 9월13일에는 내일신문 박 아무개 등 내일신문 기자 2명을 만나 14만 원을 썼다. 다음날인 9월14일에는 중앙일보 강 아무개, 연합뉴스 이 아무개, KBS 남 아무개, SBS 김 아무개 등 4명의 기자와 만나 103만원을 썼다. 같은 날 중앙일보 최 아무개 등 중앙일보 기자 2명과 조선일보 권 아무개 기자를 만나 16만4000원을 쓰기도 했다. 지역도 빼놓지 않았다. 9월23일에는 부산일보 기자 2명, 국제신문 기자 2명과 만나 130만 원을 썼다.

일부 출금전표와 접대내역이 적힌 문서로 드러난 정보로 유추해보면 MB측은 대선을 앞두고 기자들을 촘촘하게 만났고, 접대대상은 주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보수 매체 중심이었다. 이는 당시 박근혜 후보와의 당내 경선이 사실상 결선이었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논조가 당내 경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에게 격려금·귀향비까지 건넨 MB

미디어오늘은 MB측이 기자들에게 사실상 촌지를 준 문건도 확인했다. MB측은 2006년 7월26일 ‘동아일보 박 아무개 기자 연수 격려’ 명목으로 100만 원을 썼다고 기록했다. 7월27일에는 ‘조선일보 윤 아무개 기자 연수 격려’ 명목으로 역시 100만 원을 썼다고 적었다. 그해 10월4일에는 중앙일보 최 아무개 기자에게 추석 귀향비 명목으로 50만 원을 줬다고 적었다. 이 같은 촌지는 주요 매체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 방위적으로 뿌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일보 최 아무개 기자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MB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윤 아무개 기자 역시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