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눈에 익은 차가 많네." 중국을 방문할 때면 항상 가슴을 짓누르는 것이 택시다. 작고 비좁은 공간과 소음도 부족해 강도를 막기 위해 운전석을 두른 철책으로 앉기조차 불편했던 뒷좌석 등. 택시는 중국 방문 때 느꼈던 불편함에 대한 첫인상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우였다. 2년여 만에 찾은 베이징의 택시가 많이 달라졌다. 짙은 자주색의 조그만 택시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대신 초록과 노랑으로 치장한 낯익은 차량들이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법인인 북경현대가 내놓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테)와 EF쏘나타였다. 시내 어디에서건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들면 가장 먼저 한국차가 달려온다. 퇴근 시간 베이징 시내에서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왕징까지 택시를 이용했다. 일행은 네 명. 차종은 EF쏘나타였다. 널찍한 공간에 쾌적한 분위기. 러시아워로 인해 평소 20분 거리를 50분이나 걸려 도착했지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뒤를 따라온 예전의 작은 택시를 이용했더라면 ….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택시 운전 8년째로 올해 처음 EF쏘나타의 핸들을 잡았다는 왕펑 씨(46)는 "소음, 진동, 파워 등 모든 면에서 만족한다. 종일 운전석에 앉아 있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라고 말했다. 괜한 소리가 아닌 듯했다. 현재 북경 시내를 달리는 북경현대 택시는 지난달 말 현재 엘란트라 1만 7629대, EF쏘나타 5008대 등 모두 2만 2637대. 북경시에 등록된 6만 7000여 대 가운데 33.8%에 이른다. 지금도 매일 그 숫자는 늘고 있다. 베이징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 지난 1월부터 노후 택시를 교체하고 있다. 이 사업에 북경현대는 물론 이치폭스바겐, 상하이폭스바겐, 둥펑시트로엥 등 4개사에서 북경현대의 2개 모델을 비롯해 5개 모델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전체 교체 대상 차량 3만 5000대 가운데 지난달까지 현대차가 2만 2000여 대를 차지했으니 거의 싹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장 큰 장점은 넉넉한 공간과 다양하고 편리하게 꾸며진 실내 사양이다. EF쏘나타는 말할 것도 없고 엘란트라에도 손님 네 명이 타도 큰 불편이 없다. 운전자도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그러나 내구성에서는 아직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9개월을 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충분히 검증을 마쳤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현지 운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왕 씨는 "한국에서 수입한 중고차 엔진의 성능이 중국에서 생산한 신차보다 좋은 경우가 많다"며 미래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었다. 현지의 조립 기술에 대한 걱정이다. 어쨌든 현대차 택시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3년 후 올림픽이 열리는 날 손님을 나르는 택시는 현대차가 주류를 이룰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박상언 기자 [일간 스포츠] 기사 본문 읽기 2005.10.19 10:1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