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들녘은 황금색으로 물들어 가지만 농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못하다. 추곡수매 폐지, 수입쌀 시판 등 닥쳐올 현실이 너무 벅찰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목격한 `좋지 못한' 모습은 암울한 농촌 현실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씁쓸하다. 농민 피땀 짓밟은 외제차 사연은 이렇다. 11일 아침 수능시험을 앞둔 고3 딸을 위해 담양 창평에 있는 학교까지 차량 서비스를 했다. 딸의 학교인 창평으로 가던 중 담양읍 만남의 광장에서부터 일본 D사의 L승용차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담양읍 제월리 현대자동차 출고장 부근에 이르러 앞서가는 외제차량앞 편도 2차선도로에 빨간 고추가 온통 널려 있었고 아주머니 두 사람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비닐 봉지에 고추를 싣고 운행하던 화물차에서 고추 2가마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2차선 쪽에서 앞서 달리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승용차 운전자가 차를 한쪽으로 정차시키고 수신호로 뒤따라오는 차량들을 통제해 아주머니들이 땅에 쏟아진 고추를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재배농민들의 피와 땀이 배긴 고추 그냥 밟고 지나다니" 그런데 1차선을 따라 운행중이던 외제차량은 재배 농민들의 피와 땀이 밴 고추를 그냥 짓밟고 쏜살같이 진행해버렸다. 길가에 널린 고추가 차량에 짓눌려 으깨진 것은 물론이다. 소위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농촌과 농민을 `깔보는' 의식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사회에서는 일부 경제적으로 가진자와 지식인들이 정당한 이유없이 매도되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가진자와 지식인들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민들의 피땀어린 고추를 짓밟고 지나간 외제차량 (광주18 A 9x2x)은 차량사고 다발지역인 봉산면 모 주유소 앞 사거리에서도 직진신호를 무시한 채 창평쪽으로 내달렸다. 있는자의 횡포인지 아니면 원래 본성이 그런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