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국, 러시아의 야심작 SSJ100 (Sukhoi Superjet 1)

수호이 수퍼제트100

 

드디어 날았다...지난 5월 19일, 러시아의 수호이 수퍼제트100 리저널 제트기가 첫비행에 성공했다. 원래의 첫비행 계획은 작년말 이었지만 그로부터 5개월이 지연, 몇번이나 첫비행을 연기하자 미국의 항공전문지 애비에이션위크지로 부터 빈정거림을 듣기도 했다.

 

어쨌든 리저널기의 신규 참가 3개국(러시아, 중국, 일본)중에서는 앞서가고 있다. 일본 MRJ의 첫비행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2011년이다. 창간호기의 비행 시간은 1시간 5분. 시험 비행을 마친 파일럿에 의하면 "에어버스나 보잉과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비행이었다"고 한다.

 

객석수 98, 순항속도 마하 0·78. 기존의 리저널기보다 연비는 10%개선하고 화물 적재 공간도 27% 넓힌 이 항공기는 향후 20년 동안에 1.200기의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 작은 리저널기에 러시아 항공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한다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에 앞서 세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켰고 콩코드기를 도작(盜作)했다는(일명 콩코드스키)야유를 들으면서도 SST(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한 나라. 지금도 미그, 수호이 전투기를 비롯해 일류신이나 트포레프 등 여객기도 대량생산하는 항공대국이 아닌가...

 

그러나 대국은 한 번 죽었다. 1990년대 전반, 자본주의화의 혼란으로 러시아에서는 1996년까지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어 GDP는 90년의 60% 수준으로 까지 떨어졌다. 항공산업의 기술자와 숙련 노동자도 뿔뿔이 흩어져 2000년에 들어 여객기의 생산 능력은 연간 한 자릿수 대에 머무르다 2006년의 항공기 생산액수는 26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인기 기종인 수호이 전투기만이 수출이 잘 돼 겨우 개발자금과 인적자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수호이가 설계한 수호이 수퍼제트인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 문자 그대로 거국적으로 수퍼제트를 백업하고 있다. 그 상징적인 것이 OAK(통일항공기회사)의 설립으로 러시아의 모든 항공기회사를 OAK사에 집약시킨 것이다. 원래, OAK의 국가 지분은 25%로 민간 주도로 통합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푸틴 전대통령이 방침을 일변, 국가의 지분을 75%로 끌어 올리고 게다가 장래의 투자나 연구 개발비까지 통합 예정인 국영 항공기회사의 자산에 포함시킨 결과, OAK에 대한 국가의 지분은 90%로 뛰어올랐다.

 

TU-144 초음속기(일명 콩코드스키)

 

전대통령의 구상은, 풍부한 석유와 가스, 여기에 산업이 추가된 2개의 다리로 우뚝서는 진짜 대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산업 육성의 핵심이 수퍼제트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내부 경합으로 시간과 인재를 낭비할 여유는 없다. 최단 거리를 가기 위한 국영화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 통제만으로는 세계에 통하는 리저널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일류신이나 트포레프도 수출 실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동구권에 "배급'해 주는 것일 뿐, 탄소섬유 등 신소재의 식견은 전무에 가깝고 A320과 같은 크기의 트포레프 Tu­204는 A320보다 3배의 노동(공정수)이 걸려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퍼제트는 러시아의 첫 국제 공동 개발의 기체가 되었다. 미국의 보잉사가 전반적인 컨설팅을 담당, 이탈리아의 아레니아사는 한층 더 깊게 발을 디뎠다. 아레니아는 B787의 동체,수평꼬리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지만 수퍼제트의 사업회사 SCAC에 25%를 출자. 25%는 787의 아레니아의 생산 비율(미 보트사로 아레니아를 합해 26%)을 웃돈다.  뿐만 아니라 수호이와 합작으로 수퍼제트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합작회사는 구미에서의 판매와 애프터 서비스를 책임지며 본사는 베니스. 아레니아의 출자 비율은 51%다. 이렇게 되면 아레니아와 수퍼제트는 일심동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수퍼제트에 탑재하는 제트 엔진도 프랑스 스네크마사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이러한 공동 개발을 구실로 러시아는 프랑스, 이탈리아의 정부계 수출금융 기관으로부터 자금 원조를 받고있다. 구미가 이렇게 협력하는 것은 수퍼제트 그 자체의 가능성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의 방대한 항공기 시장에 접근하는 표를 손에 넣기 위한 협력이다.

 

MS21

 

보잉의 추계에 의하면 러시아의 항공기 수요는 연율 6%로 성장해 20년 동안에 1060기 700억달러의 수요가 전망된다. 그 중 43%는 리저널기이지만 B737급의 수요는 470기 300억달러, B777,787급의 수요도 110기 200억달러이다. 보잉으로 치면 200억달러 시장의 수퍼제트를 지원함으로써 500억달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으나 러시아가 호락호락 시장을 내줄 리가 없다. 지금 러시아는 수퍼제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허리를 낮추고 구미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


또, 러시아가 리저널기만으로 만족할 리는 없다. OAK가 목표로 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에도 보잉이나 에어버스에 이은 세계 제3위의 지위일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130석의 SSJ1XX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일류신은 130~170 규모의 MS21을 계획하고 있다.

 

이 영역은 현재의 B737 뿐만이 아니라 B737의 후계기와도 경합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전투기 분야에서 보잉과 수호이는 완전한 라이벌이다. 지금도 말레이지아의 차기 전투기 구입을 둘러싸 보잉의 F/A­18 F/F 수퍼호넷과 수호이 Su­30이 격렬한 공중전을 펼치고 있다. 양 회사의 관계는 평안무사할리가 없다.


2007년 봄, 타타르스탄항공(타타르스탄공화국)이 발주한 봄바르디어사(캐나다)의 CRJ 6기가 도착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형식 증명을 발행하지 않았다. 수퍼제트 지원책의 일환이겠지만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되면 강권을 발동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정서다. B737급 영역에서 구미와 격돌할 때, 러시아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미래의 걱정보다 눈앞에 놓인 수퍼제트가 문제다. 론치커스터머(개발 개시의 계기가 된 최초의 발주 회사)인 에어로플로트로의 인도 시점이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지만 내년 후반으로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B737­-300보다 배에 가까운 연료가 소비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항공기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로 운항해 보기 전에는 알수가 없다.

수호이 수퍼제트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