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프랑스 툴루즈공항에서 엔진테스트 중이던 에어버스사의 A340-600기가 공항의 콩크리트 방음벽을 들이 받는 사고가 해외토픽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새로 조립을 마치고 중동의 Ethiad 항공사에 납품을 하기 위해 마지막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였는데, 얼마 전 A380의 성공적인 취항으로 한껏 올려놓은 에어버스사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사고기의 사진을 보면 여지껏 우리 눈에 익숙한 기종들 보다는 유난히 길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고기 A340-600 은  길이가 75.3m로 대형여객기의 대명사인 보잉 B747 (70.6m) 보다도 웬만한 승용차 정도인 4.7m가 더 길다고 합니다. 반면 동체의 규격은 B747에 비해 오히려 약간 가늘기 때문에 소시지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현재까지는 여객기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기종입니다.

 

 

< 인천공항의 Lufthansa 항공 A340-600 > 

 

A340 기종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공항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기종이지만 독일의 루프트한자항공이 A340-600 을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취항시키고 있으며 중국의 동방항공도 A340-600 을 인천노선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어버스의 wide-body 여객기는 A300을 시작으로 A340, A330 으로 이어지며 최근에 초대형여객기 A380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B747, B767, B777 등 기종마다 특색이 있는 보잉사와는 달리 에어버스의 Wid-body 기종들은 성능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겠지만, 승객의 입장에서는 최근에 선보인 A380을 제외하고는 동체의 규격과 인테리어가 거의 똑같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특징이 없어 보입니다.

 

 

< A330과 A340은 외형과 인테리어 등의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하고 다만 A340은 엔진이 4개다. >  

 

다만 외형에서 A340, A330에서 날개 끝이 꺾어진 Wingtip 구조가 등장하고 그중 A340은 엔진이 두 개인 A300, A330과 달리 엔진이 4개라는 점에서 구분이 될 뿐입니다. 그중 제가 가장 맘에 드는 기종은 A340 시리즈 입니다. B707, DC-8, B747에 이어 한쪽 날개에 두 개의 엔진이 달린 모습은 요즘 신세대 말로 완소남에 킹왕짱 입니다.   

 

오늘 제가 여기서 A340을 거론하는 것은 제가 단순히 제가 좋아하는 기종을 설명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A340 시리즈 중에는 우리 승객들으로서는 부러워 할 만한 기종이 있기 때문입니다. A340 시리즈에는 A340-200, -300, -500, -600 등 4가지 기종이 있습니다. 그중 오늘 소개하는 기종은 타이항공과 싱가폴항공에서 운항하고 있는 A340-500 기종입니다.

 

 

< 방콕수완나품공항의 타이항공 A340-500, A340-600, A300B4 시리즈 (앞에서부터) >

   - 세 기종은 길이는 다르지만 동체규격이 모두 동일하다.  

 

A340-600 은 길이가 75.3m 로 현재 가장 긴 여객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 보다 약간 짧은 A340-500은 세계에서 가장 항속거리가 긴 여객기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싱가폴항공은 A340-500을 도입하여 싱가폴-뉴욕(EWR) 의 9500 miles 초장거리노선을 18시간35분에 nonstop으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부러운 것은 초장거리를 논스톱으로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닙니다. 싱가폴항공이 채택하고 있는 A340-500 은 일반석 자체가 Executive Economy Class로 이름을 명명하고 좌석간격을 37인치, 그리고 폭을 22인치로 늘렸습니다. A340 기종의 일반석기본좌석배열은 2-4-2 으로 한 줄에 8좌석이지만 싱가폴항공은 뉴욕논스톱노선에는 2-3-2로 좌석수를 하나 줄였으니 이정도면 웬만한 short-body 항공기의 비지니스클래스 수준으로 배열한 것입니다.

 

 

<말레이지아항공 B737 기의 비지니스클래스, 싱가폴항공의 뉴욕노선일반석좌석은 이정도 수준이다. >

 

초장거리노선에 A340-500이 취항하고 있는 또 하나의 노선은 타이항공의 방콕-뉴욕 노선입니다. 싱가폴항공의 싱가폴-뉴욕 거리보다는 짧지만 타이항공의 뉴욕노선은 8656 마일로 대한항공의 최장거리 노선인 인천-애틀란타 (7145miles) 보다 인천-마닐라 거리 만큼 훨씬 더 먼 거리입니다. 타이항공의 A340-500 역시 일반석의 좌석간격도 36인치로 다른 노선에 투입되는 기조의 좌석에 비해 2-5 인치가 넓습니다. 물론 싱가폴항공이나 타이항공의 모든 기종의 좌석이 이렇게 넓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반노선의 경우는 대한항공에 비해 훨씬 좁지만, 초장거리노선에만 취항하는 A340-500을 도입하면서 좌석수를 줄이고 좌석공간을 여유있게 배치한 것입니다. 싱가폴-뉴욕 비행시간이 무려 18시간35분, 방콕-뉴욕은 17시간20분 이라고 하니 이 정도의 배려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B777 의 일반석내부. 창가쪽 승객이 복도출입하려면 옆승객이 자리를 비켜줘야한다. > 

 

상가폴항공의 홈페이지에서 계산한 싱가폴-뉴욕 논스톱구간 요금은 SGD.2700, 기존의 B747-400으로 유럽을 경유하는 노선은 SGD.2000 보다 35% 비싸지만 한국돈으로 계산하니 세금을 포함해도 인천-뉴욕 정도인 190만원 정도 되는 셈이니 비행거리가 약 2500여 마일, 비행시간은 5시간 짧은 우리나라 국적기의 인천-뉴욕노선의 요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실 동남아노선 정도만 해도 중간에 화장실 한 번 정도 다녀오고, 기내영화를 보거나 야간항공편인 경우 잠들면 이럭 저럭 견딜만 합니다. 그러나 비행시간이 10시간이 넘는 대륙간 장거리노선의 경우는 비교적 행동반경이 넓은 복도좌석이나 비상구좌석을 배정받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데, 어쨋든 내가 아니라도 누구 든지 그 좁은 좌석에서 견뎌야 한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고역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좌석간격이 38인치인 EVA항공의 Premium Economy Class >

   - 싱가폴항공의 뉴욕논스톱 기종에는 일반석좌석이 위와 같은 좌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폴항공이 다른 노선에도 없는 Executive Economy Class 를 만들어 37인치 좌석을 제공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타이항공의 방콕-뉴욕노선 A340-500의 Economy class (36인치) 정도만 되어도 장거리여행길이 한결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도 동남아시아노선은 몰라도 대륙간노선에 취항하는 기종은 조금만 더 좌석공간에 대한 배려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위에 설명한 A340-500 기종 자체가 좌석이 넓은 것은 아니고 이 기종을 초장거리노선용으로 채택한 싱가폴항공과 타이항공이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좌석수를 줄이고 개인공간을 늘인것 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향하는 세계일류항공사의 서비스를 일등석이나 비지니스클래스 승객 뿐만 아니라 일반석승객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마 좌석을 보다 더 넓게 배열해 주는 것 이상의 서비스개선효과는 없을 것 같습니다. 

 

* 출처 = 김동주원장의 여행이야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