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경찰이죠? 저 대리운전 기사인데요.

경찰 : 네. 무슨 일이십니까?

나 : 지금 한 손님이요, 술이 취해 저한테 행패를 부리다가 없어져 버렸구요, 차주 손님은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납니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전화를 하는 겁니다.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112로 신고하라고 해서 전화하는 겁니다. 어떡하죠?

(저는 112로 신고하라는 사무실 상황실장의 조언에 긴가 민가 했었습니다. 설마 바쁘신 경찰 나으리들께서 하찮은 대리기사의 애로사항에 눈이나 깜짝할까 하고 말이죠. BUT! 하지만!)

경찰 : 네. 계신 곳을 말씀해 주세요. 즉시 순찰차를 보내겠습니다.

나 : (허걱! 사무실 상황실장 말이 진짜네....) 여기는 어쩌구 저쩌구....

(5분도 안 되어서 삐용삐용하며 나타나는 순찰차! 여기 대한민국 맞아?)

마치 영화 주인공같이 나타난 경찰관은 즉시 손님의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핸드폰을 꺼내 손님의 집으로 전화 연결! 순찰차의 안내를 받으며 손님 집 앞에 가니 부인이 나와서 기다리다가 다소곳이 절하며 나에게 대리운전비를 주고, 순찰차는 손을 흔들며 떠나 가고... 환상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왜 꿈같은 이야기냐구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지요. 박정희, 전두환같은 미친 인간들 밑에서 험악한 세월을 살았던 50대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마침 오늘 서프에서 전두환 동영상을 보니 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는 거...

어린 시절에 제가 일제시대를 생각해 볼 때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수천명이 사는 동네 주재소에 일본인 순사는 겨우 한 두 명이었다지요. 그런데 그 놈들 때려 죽이는 일이 왜 불가능했을까?

백범 김구 선생은 실제로 하나를 때려 죽였었지요. 그러나 그런 일은 그 양반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 젊은 세대는 아마 전두환 동영상을 보면서 제가 일제시대를 이해 못했듯 전두환 시대를 이해를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전두환에게 절하는 연예인을 보며 비웃고들 있지 않을까요...? 좀 더 커서야 저는 알았습니다. 대중의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군대 가서 시범 케이스의 위력을 보고 나서 깨달은 진리였지요. 한 놈만 거의 죽을 정도로 패버리면 전체 내무반을 다스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것을...

노무현 대통령께서 6.10 항쟁은 겨우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일 뿐이라고 일갈하셨습니다. 며칠 전에는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도 하셨고...

 

지금 누리는 이 자유와 이 평화가 공고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분들 보시기에 전두환에게 쩔쩔매던 그 당시 사람들이 우스워 보입니까?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바뀌어 시범케이스로 몇 놈만 죽지 않을 정도로 패 보십시오. 알아서 설설 기게 되어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로 되돌리는 것, 식은 죽 먹기인 것이지요.

요즘 경찰서에 가 보십시오. 경찰들이 민원인을 상전 모시듯이 합니다. 얼마나 친절한지 모릅니다. (대리기사도 할만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대통령 한 사람 바뀌는 순간에 모조리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경찰들은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민원인들에게 쌍욕을 해 가며 벌레 취급하듯 하고, 조금이라도 불평불만을 이야기하면 유치장에 가두기부터 할 것이라는 것을 저는 쉽사리 상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이 자유, 이 평화가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인가를 저는 안다는 것이지요.끔찍한 일이,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공안 정국이란 말을 아십니까?

 

수구 꼴통이 대통령이 되어서  "공안 정국!" 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저는 20년 전의 그 암흑 시대로 지금 당장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시범 케이스로 몇놈만 죽을 정도로 패버리면 말이지요.

정신 차립시다.

끔찍한 일이 내년 초 새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전두환 동영상에 나오는 그 웃기는 인간들이 바로 지금도 우리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숨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저들은 순식간에 돌변합니다. 그리고 저들이 돌변하면 우리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다시 피를 흘려야 한다는 말이지요. 오래 동안....

(요즘 노대통령에게 엉기는 저 기자협회가 전두환 생일축하를 하던 바로 그 기자협회라는 것을 아시지요? 저들은 수시로 돌변합니다.)

저는 그런 시절이 다시 온다는 상상도 하기 싫지만, 올 연말의 대선이 그것을 결정하게 됩니다.

힘을 냅시다. 죽을 힘을 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