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BBK' 인터뷰,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取중眞담] <월간중앙> "들은 대로 썼다" - <중앙> "..." 텍스트만보기    손병관(patrick21) 기자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 BBK 경영 참여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명박 후보의 2000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예비후보가 2000~2001년 일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BBK에 대해 한 얘기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BBK는 훗날 금융사기 사건으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는데, 이 후보가 인터뷰에서 한 말들이 마치 그가 BBK를 설립하고 경영에도 참여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올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이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 (2000년 10월 16일자 <중앙일보>)

"지난해 초에 벌써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펀드를 묻었다" (<월간중앙> 2001년 3월호)


이 후보는 7일 기자회견에서 "BBK 주식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세인들에게 오해를 심어준 인터뷰가 나간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명박 캠프의 측근이 "다른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정확히 표현돼 있는 데도 많다" "인터뷰를 정리한 쪽의 문제"(박형준 의원)라고 궁색한 답변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인터뷰를 정리한 언론사의 문제였을까?

인터뷰 내용 진위에 대해선 왜 말 안하나

<중앙일보>와 <월간중앙>이 각각 기사를 게재한 시점만 놓고 보면, 이 후보 자신도 무려 넉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자신이 BBK의 경영에 참여한 것으로 착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이 후보가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의 인터뷰를 쓴 기자들에게라도 물을 수밖에 없었다.

6일 <중앙일보>와 <월간중앙> 기자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물었다.

당시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던 <월간중앙> 기자는 회사 컴퓨터까지 다 뒤져본 뒤 당시 상황을 설명해줬다.

"당사자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인터뷰 기사였는데, 이 후보가 안한 말을 기사에 쓸 수 있었을까? 그 후에도 이 후보 측으로부터 기사를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 1월말~2월초에 이 후보의 개인사무실이 있었던 서초동 영포빌딩에서 한 것으로 기억한다."

<월간중앙> 기자의 답변은 명쾌했다. <중앙일보> 기자에게도 만 이틀 동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휴대폰을 받지 않았다. 8일 오후 4시경 간신히 전화가 연결됐다.

"누구시죠?"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전화를 끊으며) 할 말 없습니다."


그것으로 대화가 끝났다. 기자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기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쓴 기사에 대해 상황을 얘기해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었을까?

① "이명박으로부터 들은 대로 썼다" ② "잘못 썼다", ③ "내가 썼지만, 기억이 잘 안 난다" 답은 셋 중 하나일게 분명한데,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 더 의문이 생겼다.

<중앙>의 또 다른 기자에게 내부 분위기를 슬쩍 물었다. 그는 "기자라는 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직업인데, 오보라고 몰아세우면 당사자는 오죽 답답하겠냐? 진실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는 이 일에 더 이상 말려들길 원하지 않는다"라며 입을 닫았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기자는 진실을 알리는 직업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자로 하여금 진실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우리 정치와 언론의 현실이 암울하게 느껴졌다.
2007-06-08 19:32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