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역대회장 20명중 7명이 친일파”

이영순 의원 연구보고서 발표, 향군법 폐지안 제출하며 재향군인회 실체 공개

 

 

데일리서프라이즈 김달중 기자

 

 

 

 

 

▲ 향군법 폐지안을 제출한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자료사진)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보훈대상도 아니면서 보훈법령에 포함되어 있고 국가유공자도 아니고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포함되지도 않으면서 마치 국가유공자처럼 자신들만의 법으로 존재하고 있는 단체가 있으니, 이 단체가 바로 ‘재향군인회’이며 설립의 법적 근거가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이하 향군법)이다.”

약 650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자랑하고 있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낸 국회의원이 있다. 그가 바로 17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향군법 ‘개정’이 아닌 ‘폐지’를 위해 뛰고 있다.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재향군인회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이 향군법 제3조 1항을 위배했다는 논란 속에서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재향군인회 측은 대선후보 지지와 관련된 부분은 향군의 입장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복수의 재향군인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과 향군회장의 선출방식에 대한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상정된 상태다.

사실상 그동안 재향군인회의 독점적 지위를 겨냥한 이들 법안이 상정되면서 국회에서 공론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의 폐지 법률안이 어떤 결과를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향군법 폐지 법안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 보고서를 지난 15일에 발표했다. 총 35장에 달하는 연구 보고서에는 재향군인회의 독점권에 대한 문제와 이에 따른 법적 지위의 부당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또한 재향군인회의 친일파 인적구성에 대한 논란과 예산사용의 불투명성을 거론하며 향군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재향군인회가 약 650만 명에 달하는 회원수를 가진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다른 국가의 재향군인회처럼 자발적 모임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의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향군인회가 처음 탄생한 시기는 1951년 7월 휴전회담이 시작된 때부터다. 북진통일을 하기 위해 더 많은 병력이 필요했던 정부는 재향군인회를 조직해 제대한 예비역 장성과 징집 대상자, 국민병역 및 보충병역 대상자 등을 포함해 전국적인 규모의 조직을 마련하게 된다.

 

 

 

 

▲ 재향군인회 창립총회 때의 현수막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그해 12월 15일 김일환 국방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국방부에서 재향군인회 창립 발기인 대회가 열렸고 다음해인 1952년 2월 1일 부산의 동아극장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보고서를 통해 “당시 재향군인회 설립목적은 국방부 병무행정의 집행을 보조하는 예하단체로서 예비역 장교들이 지역 내 징병 대상자와 기타 예비역 해당자를 관리하여 동원체제에 만전을 기하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탄생부터 친일인사 동참, 5·16 쿠데타 때 해산 뒤 다시 재건

5·16 군사쿠데타가 발발하면서 6일 뒤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의 해산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조치에 재향군인회는 긴급회의를 통해 ‘군사혁명환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6월 5일 해산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그해 12월, 국가재건최고회의는 재향군인회 조직을 다시 재건하도록 했으며, 1963년 재향군인회는 △승공태세의 완비 △예비군사력의 배양 △민족정기의 앙양 △향토의 신설 △사회공익에의 헌신 △국토통일의 완비 등의 6개 항목의 목표를 내세웠다.

이러한 재향군인회의 재건 과정에 대해 이 의원은 “정치적 성격을 가진 조직임을 확실히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권에 의해 탄생하고 다시 새로운 정권에 의해 해체됐다가 정권이 필요에 따라 재건된 것이다.

이 의원은 재향군인회의 탄생부터 친일파가 개입한데다 이후 정치적 개입과 정계진출 등 인적 구성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재향군인회를 처음 조직하는데 앞장선 당시 고재필 국방부 병무국 법제과장과 창립 발기인대회에 참석한 김일환 국방부 차관의 경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친일인사명단 중 한 사람이다. 또한 재향군인회 기초위원회 위원장인 백홍석 병무국장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기초위원으로 참가한 이응준 씨도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1943년 ‘매일신보’에 “징병제 실시에 의하여 조선 청년에게도 국가 방위의 숭고한 병역 의무가 부여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무상의 광영이며 명예”라며 “조선 청년들도 이 국방 의무의 분담 수행에 의하여 비로소 한 사람 몫의 남자가 되어 가슴을 펴고 대도를 활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는 기고를 했던 친일 인물로 분류된다.

재향군인회 창설대회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된 전봉덕 예비역 대령도 1940년 조선 총독부 내무국 지방과에서 행정계 고등관 견습생활을 시작으로 41년 평안북도 경찰부 보안과장, 43년 경기도 경찰부 수송보안과장 등을 역임한 친일인물 중 하나이다.

이영순 의원은 “28대까지 재향군인회 역대 회장 20명 중 7명이 친일파이고 3명이 군사쿠테타(지지) 세력”이라며 “이는 재향군인회가 외세에 의존하여 분단을 고착하려는 성격을 가진 조직이며 정권안보를 위한 단체임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의 편향된 정치활동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1961년 재건총회에 참석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왼쪽에서 네번째)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한 향군의 주요 인사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재향군인회의 정치활동 금지는 의미 없는 조항?

그 대표적인 사례가 5·16 군사쿠데타 지지선언이다. 62년 2월 당시 김홍일 재향군인회장은 “동지인 현역군이 이루어놓은 혁명을 예비군이 완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재향군인회의 박 전 대통령의 지지활동은 5·16 군사쿠데타에 한정되지 않았다. 69년 이른바 ‘3선 개헌안’을 발표하자 재향군인회는 50여 단체와 공동명의로 개헌지지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신민당은 이러한 개헌을 지지하고 나선 재향군인회가 향군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3, 4공화국을 지난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재향군인회의 활동은 눈에 띄었다. 87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직선제개헌을 거부하자 재향군인회도 호헌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현행 향군법(제3조)과 정관(제40조)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의원 중 자신의 약력에 재향군인회 출신이라고 명시한 사람들 대부분이 현역 재향군인회 임원이라며 “법과 자신들이 정한 정관도 무시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은 재향군인회의 간부들이 재향군인회를 자신의 정치적 입신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650만 회원의 회비는 미비…병 출신회원에게 돌아갈 혜택 없는 복지

 

 

 

 

▲ 재향군인회가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향군회관 전경  

 

 

이 의원은 재향군인회의 재정운영의 부당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향군인회는 크게 특별회계와 일반회계로 구분하여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 중 특별회계는 7개 업체와 4개의 직영사업본부를 운영해 이익을 낸 뒤 보훈성금으로 기부를 하는 형태로 받아 사업비 명목으로 지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향군인회의 설립목적 중 제1은 “재향군인 상호간의 상부상조를 통한 친목 도모”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 회원들의 생계를 보조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전체 예산의 10%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4년도 재향군인회 총 예산 360억 원 중 회원복지를 위해 사용한 예산은 19억 원 뿐이다.

적은 복지예산조차도 대부분 창군 및 6·25 참전자 중 5년 이상 군복무를 마친 연금 비수급자로 생계가 곤란한 자로 한정하고 있어 병사 출신들의 경우 혜택이 없다.

회비 역시 650만 명이라는 회원에 걸맞지 않은 저조한 비용만 거치고 있다. 2004년의 경우 종신회비수입은 1600만 원에 그쳤다.

때문에 재향군인회는 대부분의 수입을 수익단체에 의존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산하기업체는 중앙고속(주), 향우산업(청소대행), 향우실업(주), 향우종합관리(경비업체), (주)통일전망대, (주)충주호관광선, 호남규석광업(주)이며 직영산업으로는 용업사업본부(지하철·정부·군청사 청소, 국방부용역), 회관사업본부(향군회관 임대, 수영장, 주차장), 제조사업본부(군관납), 고속도로유게소사업본부(신탄진(상), 금산인삼랜드 휴게소 및 주유소, 가스충전소), 사업개발본부(SOC·주택·레저·환경사업), 회원관리사업(향군멤버십카드) 등이 있다.

이에 이 의원은 “2005년 수입예산 총 320억 원으로 그 중 자체수입은 3억 원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보훈기금보조금 194억 원, 국고보조금 119억 원, 참전기금 4억 원 등”이라며 “그 중 회운영관리 및 각급회운영 예산은 186억 원의 10% 정도인 20억 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미미하여 실제 향군 본연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향군법이 폐지되어 재향군인회에 주어졌던 기금과 국고지원금, 시제혜택, 산하기업에 대한 수의계약특혜가 철회될 것이며 다른 단체와 동등한 자격으로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데일리서프라이즈, 0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