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2002년 12월 9일 아프리카 예맨 근처 공해상인 아라비아해.

유유히 항해중인던 한 선박에 갑자기 스페인 해군함정 2척과 무장헬기가 접근했다. 스페인 해군은 정선을 명령했으나 이 선박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해군 함정에 의해 강제 정지됐고,헬기에서 강하된 무장 특수부대원들이 바로 선박을 나포했다.

이 선박은 북한 화물선 ‘서산호’. 수 시간후 서산호에는 미국 관계기관 요원들이 승선해 북한에서 만들어진 스커드 미사일 15기와 관련 부품들을 찾아냈다.

미국은 이틀전인 7일부터 암호명 ‘흰구름’(white cloud)이라는 첩보위성으로 북한 남포항을 떠난 서산호를 추적했다. 예맨으로 향하는 서산호가 공해상에 들어서자 미국은 이 해역 순찰을 책임진 스페인 해군에 대량살상무기를 선적했다는 첩보를 통보했다. 스페인 함정 2척은 이 배를 하루 이상 따라붙다 나포한 것이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미사일 적재 사실을 시인했으나 적법한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예맨은 공해상 나포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히 항의했으며,서산호는 나포하루 뒤 풀려났다. 외신들은 미국이 예맨 정부에게 스커드 미사일을 다른 곳으로 유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풀어줬다고 보도했다.

이 나포작전은 미국이 PSI체제를 공식발족시키기 6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라 PSI활동은 아니다.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우리 정부가 PSI에 전적으로 참여한다면 한반도 주변해역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일본은 2004년 10월 도쿄만에서 일본 주도로 다국적 연합훈련을 할 만큼 PSI에 적극적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미·일이 한반도 주변 공해상에서 대량살상무기 관련 화물이 선적됐다고 의심하는 북한 선박 또는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문검색을 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전면 해상봉쇄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을 겨냥한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정책’이 한층 강화된다는 의미다. 맞춤형 봉쇄정책은 2002년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경제 및 군사정책을 말한다. 이 구상은 북한을 설득하는 협상보다는 한반도에 엄청나게 피해줄 군사행동을 배제하면서,북한의 정치적·경제적 제재를 가해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유엔안보리를 통한 대북제재,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수출에 대한 군사적 봉쇄,마약·위조지폐 생산·유통을 통한 외화벌이 차단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가장 취약점인 경제난을 더욱 악화시켜 붕괴를 유도하거나 사실상 정치적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 ‘PSI가 지난 1년간 몇몇 국가로 대량살상무기가 유입되는 것을 11차례 방지했다’고 발표했다. 비공식적으로 그 중에 북한 관련 사례가 2건이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PSI 활동은 참관-정보협력-훈련-실질적 차단작전이라는 4개 단계로 나뉜다. 현재 우리 정부는 옵저버 자격으로 다국적 연합훈련에 참관만 하는 상태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북한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기류와 미국 협조요청이 계속되면 훈련 참가가 가능할 수도 있다”며 “해군 함정 투입은 어려울 것이고,해경은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재 편집위원 김명호 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