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은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이 세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 산업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조선소를 만들겠다는 과욕을 어떻게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것은 강력한 리더십과 개척자 정신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중심에 산업 발전에 사활을 걸었던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이라는 걸출한 사업가가 있었다. 두 사람의 불타는 의지가 울산 앞바다를 한국 경제의 전진기지로 만들었고, 지금 세계 조선업 1위의 기초를 쌓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호부터 정주영의 조선업 도전기를 연재한다. 그의 불굴의 투지가 CEO들과 독자에게 새롭게 조명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하하하…, 당부고 뭐고 도망치려고 하다가 잽힌 거지요. 못 피우는 담배까지 대통령 앞에서 뻑뻑 피워대면서 버티기도 했고 말이지요. 담배는 대통령이 피우라고 주시니까 피할 수 없어서 피웠지만. (웃음 속에서 잠시 회상하다가) 사실은 조선 산업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그 얘기하면 내용이 많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고 있는데, 처음에 박 대통령이 고민을 무척 하셨습니다. 1, 2차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가지고 16년 동안이나 끌어왔던 무역 및 관세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도 하지 않았어요?
근데 수출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사력을 다해보았지만 GATT에 가입했어도 한계가 있었어요. 그 당시 경공업 중심의 노동집약 산업으로는 수출도 어렵고 경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단 말이지요.

그렇다면 돌파구는 중화학공업을 추진해야 된다, 그렇게 판단하신 거예요. 그래서 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기 전까지 중화학공업을 가시적으로 역동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는데 그러자면 우선 필수적으로 육성해야 되는 게 뭐냐, 그게 조선이니까
1단계로 조선 산업을 선택한 겁니다. 그런 배경을 알아야 해요. 조선 산업을 하게 되면 물론 초기는 단순한 조선 공업 수준이 된다 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미래가 있는 거거든?

거대한 조선소를 만들고 초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만 있게 된다면 일시에 기계·철강·전기·전자·해운 등 수많은 연관 산업을 급성장시킬 수 있잖아요. 그걸 내다보신 거지요. 대단한 양반이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