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전화걸어 "전날 회동 죄송"
"만만한 게 햇볕정책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일 북한의 핵실험 이후 보수세력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햇볕정책' 실패론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전남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강연을 통해 "요즘 북한 핵실험은 햇볕정책의 실패이므로 포용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해괴한 이론을 듣는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개발한 것은 미국이 대화를 거부하고 경제봉쇄를 하면서 살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햇볕정책은 분명 남북간에 성공했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햇볕정책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만만한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이를 정치적으로 흔들면 정부가 바른 (대북) 정책을 펼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사태 해법에 대해 "평화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사악하다는 어떤 정권과도 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오늘 오전 전화 통화에서 포용정책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켰지 악화시키지는 않았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했다"며 "우리가 (햇볕정책의) 없는 죄를 있다고 자책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전날의 전직 대통령 오찬 회동과 관련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불편하게 했던 일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해 오찬 분위기가 어색해진 것을 의식해 전화를 건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오찬에 참석했던 김영삼ㆍ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별도 전화 통화를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