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미국의 독단적 정책추진 결과물"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은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외면하는 등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한 탓이라고 풀이했다.

LAT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 관련 기사를 1면과 6,7면 등에서 상세하게 전하면서 바버라 데믹 전 서울특파원의 분석기사를 통해 미국의 독단적 정책 추진을 비판하고 한국 정부의 엇박자 정책 역시 핵실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먼저 4년 전만해도 영변에 있는 북한의 핵 시설은 유엔의 감시단이 상주하면서 24시간 감시됐었다고 말하고 그러던 것이 무엇이 잘못돼 오늘의 결과를 낳았는지를 물으며 부시 행정부의 정책 전반을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 소식은 부시 행정부와 그들의 전임자들에 의해 추진됐던 북한에 대한 무시와 실기(失機)로 인해 대북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결과 이라크 사태에 얽혀 있는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LAT는 주장했다.

특히 워싱턴 소재 아시아재단의 북한 전문가 스콧 스나이더는 '누가 북한을 잃었는가' 하는 문제를 논하려 한다면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을 짚었다.

스나이더에 따르면 북한은 1960년대 소련의 도움을 받아 핵 에너지 프로그램을 추진했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0년대 초반 이런 계획에 속도를 냈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인 1994년 북.미간 기본합의문이 서명됐고 북한은 핵활동 동결을 선언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회동하는 등 북핵 문제는 평화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후 대북 정책은 급격한 변화를 거듭했다.

부시 대통령은 곧바로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정권을 공개적으로 못마땅하다고 비판했다. 2002년 10월 평양에 특사로 갔던 제임스 켈리가 "북한이 우라늄 농축 핵프로그램을 시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은 대북 중유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수주 후 영변에 설치한 유엔 감시카메라를 뜯어낸 뒤 핵동결 해제를 발표한데 이어 지체없이 2003년 중반부터 핵개발 재개를 선언하고 플루토늄을 추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며 북한과 단독 대면하기를 외면한 채 6자회담만 고집해 사태를 그르쳤다고 스나이더는 분석했다.

실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북핵 위기 상황은 미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한다면 풀릴 수 있을 것이라며 2002년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제안서를 가져왔지만 부시 행정부는 외면했다.

더구나 2002년 선출된 중도좌파의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화해정책을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보다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미국의 대북 고립노력을 겉으로는 지원하는 듯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식량과 비료, 건자재 등을 지원하는 엇박자를 보였다고 LAT는 지적했다.

스탠퍼드대학의 신기욱 교수는 "핵실험 저지 실패는 미국과 그 맹방들이 공통된 정책을 따르지 못한 결과로 본다"며 "지난 4년간의 정책 추진 결과 얻는 주된 교훈은 미국의 독자적 정책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 미국이 없는 한국의 정책은 실패할 것이며 한국이나 다른 나라가 없는 미국의 정책 역시 실패할 것"이라며 관련 당사국간의 협력체제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LAT는 지난 7월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을 때 한국은 일시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다가 곧바로 재개했고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노력은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거절당하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 깊은 곳으로 가도록 문을 열어둔 셈이 됐고 마침내 3개월 후 북한은 자랑스럽게 핵실험 성공을 선언하게 됐다고 LAT는 평가했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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