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전남 신안군 일대에 2030년까지 48조5000억원(민간 47조6000억원, 정부 9000억원)을 투자해 3단계(①4.1GW ②2.1GW ③2GW)에 걸쳐 설비 용량(installed capacity·정격 용량) 8.2GW(기가와트·8200MW)급 해상 풍력발전단지와 관련 기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산타워 크기 터빈 1000개 설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신안을 방문해 “신안 앞바다에 들어설 해상 풍력단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해상 풍력단지보다 무려 7배나 큰 규모”라며 “여기서 생산되는 8.2GW의 전기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하고,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라고 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서남해안에는 남산서울타워(높이 236m) 크기의 8MW급 풍력 터빈(발전기·높이 230m, 날개 길이 100m, 날개 회전 범위 205m) 1000개가 들어선다.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풍력발전기의 발전 용량은 주로 2~5MW급이다. 5MW급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두산중공업은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8MW급 한국형 풍력발전기(모델명 DS205-8MW)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2022년 6월 완료가 목표다.
 
 

  48조5000억원짜리 사업의 세부 계획을 알고자 여기저기 소수문했지만 관련 자료를 얻기 힘들었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청와대 춘추관장실과 홍보기획관실, 일자리기획조정비서관실 등에 ‘48조5000억원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청와대는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물으라고 했다. 산자부는 “전라남도의 소관 사항이라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지난 3월 9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경북 구미을)실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연락이 왔다. 의원실 관계자는 2개의 자료를 보여줬다. 하나는 산자부가 보낸 반쪽짜리 답변서와 붙임 문서 2쪽이었다. 다른 하나는 전라남도 해상풍력과에서 작성한 3쪽짜리 자료였다.
 
  산자부발(發) 문서는 성의가 없었지만, 전남도의 문서는 빈틈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가득했다.
 
  산자부가 보낸 자료에도 의미 있는 대목이 있다. 붙임 문서(2쪽)에는 2009년 이후 작성된 풍력발전 관련 용역보고서 목록이 있었다. 2009년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도시형 풍력발전 기술〉 용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진행된 용역은 총 28건이었다. 이 중 16개가 현 정부에서 실시됐다.
 
  전남도가 작성한 문서에는 사업 개요가 간략히 소개됐다. ‘신안군 해상 일대에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사업비 4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유치·육성 450개’ ‘일자리 창출 12만 개’라는 설명도 있다. ‘평균 수심 40m 미만, 평균 풍속 7.2m/s’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수심’과 ‘풍속’은 풍력발전의 핵심 변수이다.
 
 
  風力 발전량은 風速의 세제곱에 비례
 
해상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블레이드를 로터에 부착하고 있다. 기둥 위에 얹혀 있는 것이 나셀이다. 사진=오스테드
  풍력발전은 크게 ▲육상 풍력 ▲해상 풍력 ▲부유식(浮游式) 해상 풍력으로 나눈다. 육상 풍력은 대관령과 같은 바람이 잘 부는 고지대나 해변에 주로 설치한다. 자연 훼손과 소음 공해가 단점이다.
 
  해상 풍력은 바다에 설치해 상대적으로 소음이 적지만 설치비가 비싸다. 수심이 50m 이상일 경우, 기반 시설 설치에 큰 비용이 들어가 수익성이 떨어진다. 수심이 50m 이상인 지역에는 부유식 해상 풍력이 적합하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상업적으로 설치된 사례가 없다.
 
  풍력발전은 블레이드(blade·날개)가 바람을 맞아 로터(rotor)를 회전시켜 만든 운동에너지를 나셀(nacelle·발전기)을 통해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원리이다. 풍력 터빈을 구성하는 핵심은 블레이드, 로터, 나셀, 타워(tower·기둥)이다.
 
  날개 표면에 흰색을 칠한 이유는 흰색이 가시광선과 자외선을 반사해 날개 표면의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검정에 가까울수록 모든 빛을 흡수해 날개의 표면 온도가 올라간다. 날개의 온도가 오르면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로터와 타워를 잇는 나셀은 로터에서 얻은 회전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발전 장치(기어박스·교류 발전기 등)와 풍속계, 풍향계, 피뢰침 등으로 구성된다. 그 모양새는 110v를 220v로 변환할 때 사용하는 ‘트랜스(가정용 변압기)’와 비슷하다.
 
  날개가 크고 풍속이 빠르며, 터빈 간의 간격이 넓고 풍향이 일정할수록 발전량이 많다. 풍력 발전량을 구하기 위해선 풍속(v)·날개 길이(l)·공기 밀도(ρ)·설비 용량(Cp) 값이 필요하다.
 
  풍력 발전량 공식에 따르면, 발전량은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날개 크기와 설비 용량 등 다른 조건은 모두 같고 풍속만 각각 초속 6m와 초속 13m로 다를 경우, 이 둘의 발전 격차는 10배이다.
 
  풍력 산업이 가장 발달한 영국의 북해 일대는 평균 풍속이 11m/s 이상이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할 경우 북해는 서남해안(풍속 7.2m/s)보다 발전량이 약 3.56배 많다.
 
 
  4MW당 1k㎡의 면적 필요
 
GE가 만든 길이 107m 12MW급 Haliade-X 터빈의 날개. 사진=GE
  풍력 터빈 간의 간격도 중요하다. 통상 날개 길이의 7배 되는 거리를 권장한다. 날개 길이가 100m라면, 터빈 간의 거리가 700m는 돼야 한다. 터빈 간의 거리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앞선 터빈을 거치며 속도가 줄어든 바람을 맞아야 한다. 또한 풍향이 일정치 않을 경우 날개의 방향에 따라 풍속 감소가 발생해 효율적인 발전이 어렵다.
 
  풍력 터빈이 회전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한 최소 풍속은 터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3.5m/s이다. 또 풍속이 초당 25m를 넘어가면 기계 고장을 우려해 발전을 멈춘다. 풍력발전기의 설비 용량은 통상 풍속 11m/s를 기준으로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최대 출력을 말한다. 5MW급 풍력발전기는 11m/s의 풍력을 맞을 때 1시간에 5MWh를 생산한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172개의 대규모 풍력발전을 조사한 결과, 4MW당 1k㎡의 면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수치는 ‘육상 풍력’을 기준으로 했지만, 해상 풍력에도 참고할 만하다. 설비 용량이 1.2GW인 ‘혼시 1’의 설치 면적은 407k㎡이다. NREL이 밝힌 수치를 바탕으로 8.2GW의 풍력발전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계산하니 2100k㎡였다. 제주도의 면적이 1847k㎡이다. 제주도 서남쪽에서 동북쪽까지 가장 긴 직선거리가 70km이다.
 
 
 
英 혼시 풍력단지
 
영국 혼시 풍력단지. 덴마크 방향으로 100km 떨어진 북해 일대에 자리 잡았다. 왼쪽부터 혼시 4·1·2·3. 사진=Hornseaproject.co.uk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을 하나씩 검증해보자.
 
  ▲“신안 앞바다에 들어설 해상 풍력단지가 세계 최대 해상 풍력단지보다 7배 크다.”
 
  결론적으로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선 ‘혼시 풍력단지(Hornsea Wind Farm)’를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세계 최대 해상 풍력단지’는 영국이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한 북해 일대의 풍력단지 ‘혼시 프로젝트 1’을 말한다. ‘프로젝트 1’이란 혼시 풍력단지에 첫 번째 사업으로 조성됐다는 의미이다. ‘혼시 1’에는 7MW 풍력 터빈(발전기) 174개가 들어섰다. 설비 용량은 1.2GW이다. 2016년 육상 기반 공사를 시작으로 2018년 해상 터빈 설치에 이어 2020년 상업 운전(Commercial Operation)을 시작했다.
 
  설비 용량 1.4GW인 ‘혼시 2’는 2018년 하반기에 육상 기반 공사를 시작했다. 2020년부터 해상 터빈 설치를 시작했다. 2022년 상업 운전이 목표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설비 용량 2.4GW급인 ‘혼시 3’ 사업을 승인했다. 시행사인 세계 1위 해상 풍력 개발업체 덴마크 오스테드(Orsted)는 231개의 터빈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11MW급 터빈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5년 상업 운전을 한다는 보도가 있다.
 
  영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혼시 4’도 준비 중이다. 2023년 공사를 시작해 이르면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인 설비 용량이나 터빈 용량에 대해 밝힌 것은 없다. ‘혼시 3’의 조성 면적을 기준으로 할 때, 혼시 4는 약 2GW를 설비 용량으로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혼시 프로젝트 1~4’를 계획대로 모두 실행한다면, 혼시 풍력단지는 총 설비 용량이 7.6GW 규모다.
 
  이 내용만을 놓고 봐도, 신안 앞바다에 들어설 풍력단지가 영국의 풍력단지보다 7배 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국과 한국의 차이가 있다면, 영국은 계획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풍력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신안 풍력의 발전량이 원전 6기와 맞먹는다?
 
  ▲“(신안에서) 생산되는 8.2GW의 전기는 한국형 신형 원전 6기의 발전량에 해당한다.”
 
  설비 용량, 이용률, 실제 발전량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이용률은 설비 용량에 명시된 출력을 유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출력을 절반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이용률은 50%가 된다.
 
  설비 용량이 10MW이고, 이용률이 50%라면 1일(24시간) 발전량은 120MWh가 된다. 24시간 10MW로 발전했으면, 240MWh의 발전량을 기록했겠지만 실제 발전량은 120MWh에 그쳤으니 이용률이 50%인 것이다.
 
  설비 용량만을 놓고 보면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발전 용량을 계산해보면 거짓에 가깝다. 정부는 신안 풍력단지가 24시간 중 7시간은 최대출력(rated power)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용률이 30% 수준이라고 했다. 해상 풍력의 실제 1일 발전량은 약 59GWh(설비 용량 8.2GW×이용률 0.3 ×24시간)이다.
 
  반면, 원자력은 이용률이 85% 정도 된다. 원자력은 정비 등을 제외하고 하루 평균 20시간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비 용량이 풍력과 동일할 경우, 약 167.3GWh(8.2GW×0.85×24시간)의 발전량을 얻는다. 따라서 매년 발전량을 보면 신안 풍력은 원전 6기가 아니라 약 2기에 불과한 용량이 된다. 한국형 원전 APR-1400의 설비 용량은 1기당 1.4GW이다.
 
  신안 풍력의 발전량이 원전 6기와 맞먹는다는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여기서 고려할 점이 있다. 풍력은 초속 11m/s 이상일 경우에만 설비 용량에 명시된 최대출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초속 11m/s의 바람이 부는 시간이 적으면 적을수록 풍력의 이용률은 떨어지는 셈이다. 초속 11m/s의 바람이 쉬지 않고 불 때만 원전 6기의 발전량과 같다.
 
 
  신안 풍력단지의 실제 효율, 原電 1기 수준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정용훈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해상 풍력은 수명이 20년이다. 길어도 30년이 되지 않는다. 반면 원전은 1차 운영허가 기간만 60년에 이른다. 즉 원전이 한 번 건설돼 60년간 운영할 때 풍력은 처음 건설한 것을 헐고 새로 건설해야 한다. 매년 발전량이 원전 2기 수준인 풍력발전이 최장 30년 운영되고 끝나니, 60년 가는 원전과 비교한다면 실제로는 원전 1기 남짓에 불과하게 된다. 미국처럼 원전을 80년 운영(운영 연장)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원전 1기에도 미달하는 전력생산설비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설비 용량을 자동차의 최고 시속에 비유해 설명했다.
 
  “최고 시속이 100km/h인 자동차 2대가 있다고 칩시다. 하나는 액셀(출력)을 85%만 밟아 2시간을 갔어요. 170km를 간 것이죠. 그런데 나머지 한 대는 액셀을 30%까지밖에 못 밟았어요. 그러면 60km를 가는 것 아닙니까. 최고 시속은 같지만, 하나는 170km, 또 하나는 60km를 갔어요. 110km 차이가 납니다. 이런 비유로 원자력과 풍력의 차이를 쉽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대통령 발언, 無知이거나 혹세무민
 
  주한규 교수는 또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설비용량과 발전량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혹세무민(惑世誣民)을 한 것입니다. 이용률부터 발전량, 설비 수명 등을 종합하면, 풍력은 동일 설비 용량 원전의 1/9 수준입니다.
 
  48조원이라는 설비 투자비의 생애 효용성을 본다면 신안 풍력단지는 원전보다 거의 14배 비싼 설비입니다. 이게 진실입니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도서로부터 약 10km 이상 이격된 해역으로 임자(도)에서 도초(도)의 바다 전역에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수심 50m 이하인 곳에 설치해야만 사업성이 있다”고 했다. 정확한 위치와 수심은 알려주지 않았다.
 
  임자도와 도초도 모두 신안군에 속한다. 임자도가 신안군에 붙어 있다면, 도초도는 목포시 아래쪽에 자리 잡았다. 두 섬은 직선거리로 40km 떨어져 있다. 임자도의 끝과 도초도의 끝은 그 간극(間隙)이 55km였다. 서울 광화문에서 파주 임진강까지가 직선거리로 40km이다.
 
  전남도가 밝힌 ‘사업비 세부 내역’에는 ▲해상 풍력발전단지 조성(45조4000억원) ▲풍력발전기 생산·조립 단지 구축(6000억원) ▲해상 풍력 송전선로 구축(한국전력공사·2조3000억원) ▲목포 신항만 지원 부두·배후단지 개발(해양수산부·2180억원)이 명시됐다. 이 중 발전단지 조성과 직접 관련된 금액은 ‘풍력발전기 생산·조립 단지 구축’과 ‘목포 신항만 개발’ 비용을 뺀 약 47조7000억원이다.
 
  개발은 크게 기반 시설 구축을 포함해 총 4단계를 거칠 예정이다.
 
  〈▲기반 시설 구축(2020~2030년):송전선로 2.3조원(한전), 목포 신항만 지원부두 배후단지 조성 2180억원(해수부) ▲1단계 (사업): 4.1GW(2020~2025년), 투자 21조원, 신(新)장성 변전소 연계 ▲2단계 (사업): 2.1GW(2022~2027년), 투자 12.7조원, 신화순 변전소 연계 ▲3단계 (사업): 2GW(2024~2030년), 투자 12.3조원, 신강진 변전소 연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우리 실정에서 태양광이나 풍력은 여전히 매우 비싼 발전원”이라며 “태양광은 지난 10년간 세계적으로 건설비가 4분의 1로 떨어지며 분명한 발전 추세를 보이나 풍력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주 교수는 “‘신안 풍력단지는 kWh당 280원가량의 균등화발전원가(LCOE)가 발생한다’고 추정된다. 이에 비해 전기 가격은 kWh당 110원이니 8.2GW 용량의 서남해상 풍력의 경우 매년 3조원 이상을 보조금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했다.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ctcd=A&nNewsNumb=202104100026
 
 
전기세 마구 오르것네.. 신안만해도 매년 3조원, 매꿔 넣어야하고, 울산쪽도 그렇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