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7일. 청와대는 전임정권에 대한 사정을 시작하기로 한다. 이건 뭐 특별할것도 없는 일이었다...사실 그전에도 늘상 있었던 일이었다. 예를 들어 김영삼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유배보냈다가 하나회를 정리하면서 쿠데타에 대한 죄를 물어 감옥에 보냈었고, 김대중은 김영삼을 신나게 깠지만, 김영삼이 자기 정권때 이미 김현철을 감방에 보내버렸기 때문에 사실 잡을만한 큰 건수가 없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김대중 정권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자 박지원을 대북송금관련으로 감옥에 보내게된다.



모든 정권이 그렇듯 같은 당이라 할지라도 전임정권 계파를 찍어내기위해 전정권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른다. 이런모습은 일반대중에게 현정권이 피아를 가리지않고 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모습을 보임으로서 책임감있고 어느정도 청렴한 정부라는 모습을 보여주어 정권지지도를 올리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또한 정권이 진행하는 수많은 사업에 태클을 걸거나 숟가락 얹으려는 중량급 정치인들을 쳐내고 자신의 사람들의 밥상에 반찬한가지라도 더 올라가게끔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따라서 박근혜는 정권이 어느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이 서게 되자, 이명박과 이명박계를 향한 칼날을 머리높이 쳐들게 된다. 사실 그이전 2007년 대선당시 박근혜의 출마는 당연시되는 분위기였고, 사실 노무현 탄핵의 역풍으로 당이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을때 얼굴에 커터칼테러를 당해가면서까지 선거운동에 집중하여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살려낸 1등공신이였으며,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이회창으로부터 물려받은 당권은 공고했고 또한, 당시 노무현정권의 낮은 대중적 인기덕분에 그야말로 새누리당에서는 똥개를 출마시켜도 대통령이 보장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은것은 이명박이었다. 재계1위 현대그룹의 총수장 정주영아래에서 말단사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명박은 밑바닥부터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올라온 사람답게 박근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간다. 결국 집요한 약점파고들기와 교묘하게 경선룰을 이용한 이명박의 승리로 인해 박근혜는 와신상담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박근혜계파는 다음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못하고 결국 탈당후 친박후보로 당선되어 다시 당으로 복귀해야만 하는 어마어마한 수모와 고행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 고생을 하고 오른 이 자리. 박근혜는 이제 그 힘들었던 고생의 대가를 돌려줄위치에 올랐다. 박근혜의 칼은 비서실장이자, 아버지대부터 충성을 이어왔으며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그리고 3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김기춘이었다. 김기춘은 몇가지 루트를 통해 어디로 찌르고 들어갈지,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일지 고르기 시작했고 고민끝에 내린 결정은 경남기업의 총수이자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이었다.



2015년 3월 18일, 성완종은 자신의 목에 올가미가 던져진것을 알아챘다. 3월 17일 박근혜가 국무회의에서 MB시절 자원외교와 관련하여 비리척결을 지시한지 단 하루만에 검찰은 분식회계를 혐의점으로 하여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고 증거자료 일체를 가져가게 된다. 성완종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은 MB맨이 아니라고 강변을 했지만, 응답없는 메아리였을 뿐이었다.김기춘의 칼날은 예리하고 날카로웠다. 사방으로부터 날아드는 칼날을 막아내기에는 성완종이 가진것은 너무 없었다.



2015년 4월 9일, 성완종은 자신이 남긴것인지 확실치않은 유서를 남긴채 사라졌고, 운전기사가 그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보고라인을 타고 올라간 소식에 김기춘은 전력을 다하여 성완종을 찾을것을 지시하여 실종자에 대해서는 전례가 없을정도인, 종로경찰서 직원과 경찰 총합 1300여명과 군병력까지 동원하여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북한산 일대를 샅샅이 수색한다. 그도 그럴것이 증거는 이미 다 잡혀있는 상태에서 검찰의 추궁과 성완종의 자백만 있다면 이명박에 대하여 큰 타격 혹은 이명박을 잡아넣을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릴수는 없는것이었다. 하지만 당일 3시경,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인근 나무에 매달린 성완종의 시신이 발견되고 만다. 그리고 그 시신에서는 메모 한장이 발견되는데, 몇몇 유명정치인들의 이름과 액수가 적혀있었고, 그중에는 김기춘의 이름과 10만달러가 같이 적혀있었다.이사건의 여파는 엄청났다. 결국 김기춘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나와야만 했고 박근혜는 자신의 오른팔이 잘려나가는것을 속수무책으로 보는수밖에 없었다.



죽은 권력이었던 이명박과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박근혜의 일합은 그렇게 이명박의 승리로 막을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호락호락 무너질 박근혜도 아니었거니와, 김기춘은 치욕속에 물러나며 은막의 뒤에서 벼르던 보검을 박근혜에게 바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