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웅 기자 2007-01-27 오후 7:40:58

여러분, 먹고 살기 힘드시죠?

언제부턴가 우리 국민들의 목표는 ‘잘 사는’ 것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서 ‘사람답게’라는 말은 어떤 거창한 인권이나 거대 담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월급만 받아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는 걸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월급이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할 수는 없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존’은 목표가 돼버렸다.

왜 이런 걸까? 거기에는 물론 미친 듯이 오르는 집값, 석유값 등에서 비롯된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등의 원인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세금’일 것이다. 특히 월급 받기도 전에 먼저 떼 가는 각종 부담금과 사회보험료 등은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이 돈이 아까운 건 정부에서 ‘꼭’ 필요하다고 가져가지만 정작 국민들 눈에는 보도블록이나 뒤집지 제대로 사용하는 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조선일보는 ‘지난 10년 동안 소득 증가율은 35%인데 반해 세금 증가율은 74%’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근로소득세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조세 증가율은 평균 26.4%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늘 인용하는 ‘OECD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서민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5년 11월 27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하위 소득층의 직접세 증가율은 56.9%에 달하는 등 평균 40% 내외의 직접세 증가율을 보였다.

직접세뿐만 아니다. 간접세는 거의 살인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휘발유와 담배. 작년 9월 28일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은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2000년에서 2005년 사이 42%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1인당 GNI로 비교할 때 일본의 3.4배, 미국의 5.8배 수준이다. 현재 휘발유의 세금 비율은 57% 수준. 이제는 생필품이 되어버린 휘발유는 정부에게도 ‘생필품’이다. 10년 전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 이해가 된다.

담배 또한 만만치 않다. 2천500원짜리 담배 한 값에 붙는 세금이 무려 1천542원이다. 세금이 담뱃값의 61% 수준이다. 담배 판매로 걷은 세금은 2000년 2조5천억원 수준에서 2001년 담뱃값 인상을 통해 4조원대가 됐고 2005년에는 5조원을 넘었다. 한 해 평균 8조원 이상의 담배판매를 통해 정부는 5조원의 세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리는 먹고, 자고 마시고 돌아다닐 때마다 세금을 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사용하는 칫솔과 치약, 비누, 샴푸, 린스 등에는 모두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담배 한 값을 사면 거기에는 60%의 세금이 붙는다.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거나 영업 등 외근이 많아 차를 갖고 다닌다면 거기에 소모되는 기름값 중 리터 당 984원의 세금을 내는 꼴이다. 물론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자체로도 매년 마다 세금을 낸다. 만약 중형차를 갖고 있다면 하루 평균 2천원에 가까운 세금을 내는 꼴이 된다. 자동차를 살 때도 이미 차 값의 20% 이상을 등록세, 취득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등의 세금으로 냈다.

우리가 아침 끼니를 거르지 않기 위해 사 먹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테이크 아웃 커피는 물론 점심 때 식당에서 사 먹는 된장찌개에도 부가세는 따라온다. 서울 시내의 평균적인 식사 가격 5천 원 중 500원 가까이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퇴근 후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하는 술자리는 말 그대로 ‘세금 자진납부 모임’이 된다. 술집에서 먹은 술값에는 10%의 부가세 외에도 주세가 붙는다. 소주와 양주는 원가의 72%가 세금이다. 맥주는 원가의 90%다. 이렇게 걷어진 주류세가 매년 2조원이 넘는다.

내가 낸 세금, 대체 어디 쓰고 있는 거야?

이런 일상 속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항목 외에도 거의 모든 물품과 서비스에는 세금이 붙는다. 이런 세금을 간접세라고 한다. 현재 정부의 세금수입 중 간접세의 비율은 50%를 넘는다. 정부가 작년 9월 말 발표한 200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걷어 들이려는 세금은 2006년보다 6% 가량 늘어난 186조원 가량. 국민 1인당 평균 조세부담액은 383만원 정도다. 2004년 이후 3년 동안 21% 증가했다. 이 중 대표적인 직접세인 근로소득세는 13조7천억원 가량이며 종합소득세는 5조3천억원 선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이중 100조원 가량이 간접세라는 말이다. 직접세 부담이야 당장 월급명세서를 통해 보이지만 간접세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세 살짜리 딸에게 사주는 과자 하나하나를 살피면서 세금에 분통 터뜨리는 건 아무래도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준조세’로 분류할 수 있는 각종 부담금, 노무현 정부 들어 21% 이상 오른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 보험료까지 합치면 국민들은 정말 ‘뚜껑이 열려’ 버린다.

그렇다면 대체 정부는 이 돈으로 뭘 했을까? 정말 정부 주장처럼 ‘옳은 곳’에 쓰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줬을까? ‘현 정부 들어 가장 늘어난 것이 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위원회’와 ‘시민단체’, ‘기념사업’ 그리고 ‘공무원’이다.

2005년 말 현재 정부 산하 위원회의 숫자는 모두 381개. 이 중 대통령 직속이 25개, 국무총리 소속이 47개다. 나머지는 모두 중앙 부처의 위원회다. 이들 자문위원의 숫자는 약 3천600여명이며 예산은 총 2천400억원대였다. 이것만 보면 그럭저럭 예산이 사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점과 이들 위원회가 각종 이벤트를 만들어 예산을 남용하거나 ‘통제’하는 예산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 그리고 각 지자체들도 중앙부처를 따라 이런 위원회를 수십 개씩 만들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위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데도 예산을 청구하고 있으며 각종 사업을 벌여 이런 단체들을 간접지원하거나 지자체들이 이런 단체들을 지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회승인예산과 별도로 작년 246개 지자체가 이런 ‘시민단체’에 지원해 준 돈만 무려 3천270억원에 이른다는 대목을 보면 이해가 된다. 여기에는 6.15선언을 실천하자는 단체나 평택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단체를 지원한 돈도 있다. 즉, 경찰 패고 다니는 자들에게 세금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현 정부 들어서는 정책 홍보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마다 정책 홍보관이라는 장관 보좌관급 직책이 생겼고 국정 TV, 국회 TV 등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방송국도 생겼다. 현 정부는 KBS에도 정책 홍보를 위해 2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다. 이 뿐만 아니다.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와 친여 언론매체에도 각종 광고를 줬다.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한 언론매체에도 엄청난 지원금을 뿌려 친여 매체로 만들었다. 때문인지 현 정부는 정책홍보 비용으로 2004년부터 작년까지 2천286억원을 사용했다. 담당 공무원의 숫자는 18배 늘었다고 한다.

‘곰팡이 천국’이 된 대한민국-습기제거를 위해

우리가 입고 먹고 마시고 숨쉴 때마다 낸 세금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대체 이런 세력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들어오게 된 것일까? 단순히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그런 걸까?

지금 우리가 내는 세금을 통해 잘 먹고 잘 사는 이런 자들이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습하고 어두운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 틈에서 자란 일종의 곰팡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부터 문민정부 시절까지 존재했던 정부기관들의 무사안일과 무능력, 공무원들의 무소신과 보신주의 등은 세금 내서 그들을 먹여 살린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그런 절망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불신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곰팡이’들은 이런 불신 속에서 자라 정권을 차지한 것이다.

이들은 마치 ‘곰팡이 포자’처럼 ‘정권 창출’이라는 바람에 실려 정부 각 부처의 보좌관이나 정책홍보담당, 위원회 전문위원, 국회의 보좌관이라는 자리나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으로 ‘공수’됐다. 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목에 기생하면서 지금도 ‘어떻게 하면 음습하고 눅눅한 곰팡이 세상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다.

이런 자들은 ‘곰팡이’가 퍼지는데 필요한 ‘눈먼 돈’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국민들이 ‘지금 세금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호소하면 ‘OECD국가 평균보다 적다’거나 ‘그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세금신고를 양심적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그 자들만 괴롭혀 돈을 더 걷으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혹’하면서 이들을 지지하고 있고 ‘곰팡이’들은 이런 지지를 업고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 자들의 주장은 얼핏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이런 자들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금 세금을 제대로 안낸다고 치자. 그렇다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만 세금 제대로 내면 간접세 항목을 대폭 폐지하거나 다른 소득세를 줄일 것인가. 아니다. 사실 ‘곰팡이’들의 논리는 ‘간접세 비중이 직접세 비중보다 높으니까 직접세를 간접세보다 훨씬 더 많이 걷어 그 비중만 역전시키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통계상으로는 간접세 비중은 낮아지니까.

결국 답은 나왔다. ‘곰팡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곰팡이’를 없애려면 ‘곰팡이 제거제’를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가장 좋은 건 바로 자연 살균제인 ‘강한 햇볕’이다. 여기서 ‘햇볕’이란 바로 ‘사실’과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다. ‘곰팡이’들이 쓰는 돈은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이다. 이 세금은 ‘곰팡이’들이 쓰고 싶다고 어디서 펑펑 솟아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뼈 빠지게 일해서 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왜 우리가 굶으면서까지 저들이 원하는 대로 일해야 하지. 심지어는 저소득층 사람들까지도.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했는데 왜 저소득층이 줄지 않고 느는 걸까.”

결국 지금의 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 문제는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곰팡이’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바로 언론과 통계의 눈속임을 간파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계의 속임수는 의외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거짓말하는 통계는 우선 표본에서부터 드러난다. 물가 상승률이 체감 물가와 다른 이유는 전세가격 상승이나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즉각 통계에 반영되는 게 아니라 2년 뒤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 다음에는 조사를 실시하는 기관의 성격 문제다. 최근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한 여론조사 기관은 열린당 고위 당직자와 연관이 있는 곳이다. 정부의 여론조사 또한 무작위 추출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여론조사나 통계가 과연 ‘객관적’일지 한 번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대선-정치 문제를 떠나 우리 일상 문제로

일전에 설명한 것처럼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구성원들의 안전과 행복이다. 성장과 발전 또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편안하지 못하고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수백 명을 넘어서고 강력범죄가 판을 쳐 낮에도 대로를 다닐 수 없다면 국민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다 하더라도 그 나라는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지금 거론한 ‘곰팡이’들의 문제는 비단 정치적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네 생활이 언젠가부터 이렇게 힘들어진 건 이런 ‘곰팡이’ 포자들과 우리 스스로의 문제점을 너무 만만하게 봤기 때문이다. ‘곰팡이’가 조건만 충족되면 얼마나 빨리 퍼지고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 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당장에 대선을 통해 정권을 바꿔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권창출의 목표 자체가 우리네 생활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치 자체에 너무 침잠하기 보다는 이런 일상적인 문제점을 통해 정권을 심판하는 것도 좋은 수단일 것이다. 거대담론이나 정치노선은 ‘말 빨 좋은 곰팡이’들이 어떻게 현학적인 수사를 사용해가며 피해갈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의 문제점은 어떻게 변명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정권 심판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비롯해 국제유가가 폭락해도 절대 내리지 않는 휘발유값, 세계에서 제일 비싼 고기값과 채소값, 사회 초년생 월급의 4분의 1을 넘는 월세값, 30년을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값, 파업을 해도 연 소득이 6만 달러를 넘어서는 철밥통이 되려 큰소리치는 상황, 품질에 비해 황당한 가격의 교육비,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비싼 자동차 가격 등이 중요한 화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많이 배웠다는 ‘곰팡이’들일수록 서민들의 현실과 일상이라는 ‘햇볕’에는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애국단체라는 ‘곰팡이 제거제’까지 함께 쓰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경웅 기자 (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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