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위안부의 `강제 동원' 여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발적 참여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쟁범죄는 국제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피해자와 일본 정부가 계속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정부와 군이 강압적으로 위안부를 동원한 전시 여성 성폭력, 다시 말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다. 일본이 수차례 사과를 표명하긴 했지만 전쟁범죄를 인정한다는 내용은 없다.

전시에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했다는 사실은 여러 피해자 증언과 연합국 문서, 네덜란드 정부조사 보고서 등 다양한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면서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일본군 위안부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베 정부는 식민지 지배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사죄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당연시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고노 담화마저 수정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인 건데, 이 같은 모습은 과거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법적으로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종합해보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여러 차례 성실한 사과와 회한을 전달해 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여러 차례 사과한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고, 위안부를 강제로 동원한 부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특히 성 범죄의 경우는 더 그렇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일본의 지원금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2016년 7월 출범한 '화해·치유재단'의 기금이다. 재단은 일본이 정부 예산으로 10억 엔(100억 여원)을 출연해 여성가족부 등록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생존 피해자 34명과 사망자 유족 68명이 '치유금' 명목으로 총 44억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민간 자금으로 채워진 과거 아시아여성기금과 달리 일본 정부의 예산을 재원으로 피해자 개인에게 지급될 수 있는 돈을 받아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합의 직후부터 재단에 출연하는 돈의 성격이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배상 차원의 돈이 아니어서 수령을 거부했다. 그 과정에서 재단 측이 피해자 면담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외교부와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을 부실하게 진행했고, 더러는 현금 수령을 강요하거나 적극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오성희 정의기억연대 인권연대처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당시 면담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내용이 전달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치유금을 최대한 빨리 줘서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고 당시 한국 정부도 부응한 측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재단 측 관계자의 설득과 회유 작업 등을 통해 치유금 수령을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여가부가 법무감사 담당관을 중심으로 재단의 설립과정과 운영실태 조사에 나섰다. 당시 여가부는 재단 관계자들이 피해자 면담 과정에서 "받을 건 받아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라며 현금 수령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한·일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하는 내용 등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확인했지만 "왜곡된 수준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여가부는 "피해자 할머니의 뜻을 완전히 배제한 것도 아니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가부는 재단설립과 운영과정에서 피해자 할머니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했다. 


2017년 7월 31일 외교부 장관 직속으로 출범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는 5개월간의 조사 끝에 한·일 위안부 합의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위안부 TF는 "외교부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피해자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며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아닌 정부 간 `현안 주고받기 협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시민사회는 "피해자가 빠진 합의에 기반했다"며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촉구했고 정부는 지난해 말 재단 해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재단 기금은 현재 50억 원 넘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는 재단 잔여 기금과 일본의 출연금을 반환하기 위해 지난해 우리 정부가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예비비 103억원의 처리방안을 법인 청산인이 선정되면 피해자 등과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법인 청산 절차에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34명이 일본의 치유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유금 수령자들이 일본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당시 정황과 정부 보고서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주장은 '절반의 사실'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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