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커버린 '3050'..'콘크리트 보수' 무너뜨렸다

이원광 기자 입력 2020.04.17. 10:40 수정 2020.04.17. 12:44 
[the300]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종로구에 출마해 당선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숭인2동에서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보수 정당을 떠받치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영향력이 줄어든다. 친여 혹은 중도 성향의 30~50대 유권자가 한국 선거의 중심에 자리하면서다.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는 과거 정치와 결별을 의미한다. 자기 혁신 동력을 상실한 진영은 누구든지 가혹한 심판을 받는 정치 지형이 마련된 셈이다.

'50대' 사전 투표자, '60대'보다 42만명 많았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달 10~11일 사전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174만2677명 중 50대가 257만6527명(21.94%)으로 가장 많았다.

보수세가 강한 60대(215만2575명·18.3%)보다 42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사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 중 60대는 50대 다음으로 많았다.

오늘날 50대는 80년대 민주화를 주도하거나 경험한 세대로, 대체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90년~2000년대 초반의 과거 50대와 차별화한다. 과거 50대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젖은 ‘산업화 세대’라면, 오늘날 50대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민주화 세대’가 섞여있다.

지지하는 정당에서도 이같은 차이점이 드러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대체로 전 연령에 걸쳐 여당 지지세가 강했는데, 50대와 60대는 달랐다.

16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4.3%로 60대 이상(36.9%)과 차이를 드러냈다. 통합당 지지율에서도 50대(30.4%)와 60대(37.4%) 간 격차가 났다. ‘보수 세대’로 묶이던 5060세대의 분리가 시작된 셈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총선결과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스1

'친여' 혹은 '중도' 3040 가세…6070 압도
여기에 30~40대가 힘을 더한다. 이번 선거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40대와 30대는 각각 207만4663명과 149만4267명으로 전체 17.7%와 12.7%로 차지했다.

이들은 50대보다 여당 지지세가 강했다. 같은 조사에서 40대 중 53.4%가, 30대 중 51.9%가 민주당을 지지 정당으로 꼽았다. 통합당이라고 답한 응답은 40대의 경우 23.2%, 30대는 27.3%에 불과했다.

‘3050세대’의 탄생이다. 30대와 40대, 50대 사전 투표자 비율은 전체 52.3%로, 60대와 70대 이상 사전 투표자(30.8%)를 수적으로 압도했다.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된 정치권…"무섭다"
이같은 유권자 지형의 변화는 정치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통합당에선 전통적 지지층이 감소하는만큼, 뼈를 깎는 자성의 노력 없이는 향후 선거에서도 선택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터운 ‘집토끼’가 생긴 민주당의 고민도 깊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과 비전 부재는 가까운 미래의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3050세대의 여당 지지 성향이 보수 정당에 맹목적 지지를 보냈던 ‘콘크리트 지지층’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점도 여권 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읽힌다. 민주연구원을 이끌어온 양정철 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곳곳에서 “무섭고 두렵다”는 메시지가 나오는 배경이다.

21대 총선 광진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남편 조기영 시인과 기뻐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이달 13~14일 진행했다.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만9785명에게 전화를 시도해 최종 1522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2.5%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