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조폭 깡패고, 더불어민주당은 동네 양아치들이다. 1번인 민주당이 답이고 2번인 자유한국당은 독재 악이라고 한다. 또 반대쪽에서는 2번인 자유한국당이 답이고 1번인 민주당은 빨갱이 악이라고 한다. 정치에서 선악, 흑백의 이분법이 판을 친다. 답은 1번도 아니고 2번도 아니다. 민주주의 정치를 흑백의 이분법으로 가를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악, 흑백이 있다면 민주주의를 따르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치적 가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두 정당은 서로 상대를 향해 독재, 빨갱이라며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정당이라고 공격한다. 그러나 두 정당의 이런 공격은 상대당의 과거를 공격할 뿐이다. 자유한국당에는 군사독재 정당의 일원이었던 사람들이 있고 민주당에도 한때 사회주의 이념을 따랐던 386들이 있다. 하지만 현재도 민주당 386들이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아니며, 자유한국당이 독재정치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화된 지 수십 년이 지났고 지금의 두 정당은 민주주의 정치를 따르는 정당들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서로를 향해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빨갱이, 독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우리사회에는 과거 냉전시기에 임수경 사건, 미 문화원 방화 사건, 남민전 사건, 인혁당 사건 등 학생 및 재야의 종북 사건과 그들의 사회주의 이념을 목도한 세대들이 있다. 또 한편에는 518 학살, 유신개헌 등 군사 정권의 독재와 민주주의 탄압을 경험한 세대들이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빨갱이, 독재라는 시대착오적인 프레임은 수지가 맞는 장사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자기들의 지지자들을 획득·유지하는데 효과가 있는 독재, 빨갱이라는 선악의 정치 이분법에 기초한 시대착오적이고 과거 지향적인 정치를 벌이고 있다. 

김근태 의원은 이명박 정권을 "(민주주의) 저강도 탄압 (정권)"이라는 말로 공격했다. 과거의 경험이 강렬할수록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현실을 착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독재, 빨갱이 타령에 쉽게 현혹된다. 약아빠진 이 두 정당과 이 정당들을 지지하는 트라우마 병자들이 현시대를 과거로 끌고 가고 있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절단내고 있다. 능력과 의지, 치열함이 요구되는 공정, 민생, 안전, 노동, 복지, 자치, 인권, 경제양극화 해소, 민주적인 절차 확립 등 현시대의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책임은 내버리고 말이다. 무엇보다 민주정치는 선악의 일원적 정치가 아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겉으로는 민주주의 제도를 따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독재, 빨갱이 이 선악으로 가르는 정치, 민주주의에 반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1번인 민주당도 틀렸고 2번인 자유한국당도 틀렸다. 정답은 1, 2, 3, 4 그리고 보기로서 가능한 모든 번호가 각자에 따라 정답인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남 눈치를 보거나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말고 마음 놓고 나의 권익 또는 나의 입장을 제대로 대표하는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자유한국당 찍어도 된다. 찍는다고 해서 악이 아니다. 민주당을 찍는다고 해서 빨갱이도 아니다. 단 눈치를 봐서,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찍지는 말라. 

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에 몰표하는 호남과 경상도의 투표 행위는 죄가 아니다. 예전 KBS가 3김시대에서 방송했듯이 두 지역 모두 자기 지역발전을 위한 고육지책의 투표인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9석 모두를 새누리당에 안겨준 강원도 유권자들의 투표도 마찬가지다. 선악의 이분법은 정치에서 없다. 군사독재니, 빨갱이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구호로 옥죄면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국민들의 투표'를 방해하는 프레임 즉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지역주의도 자리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려면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된다. 당리에 눈이 먼 두 정당이 지역주의 프레임을 고수하고자 지방분권을 외면한다. 강준만 교수 말대로 한국은 지역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일극화가 문제인 것이다. 이 두 정당이 이 노선을 고수하면서 지방 주민들은 빨갱이, 저급한 인격, 군사정권 지지자들, 패권주의자들 등 사회적 차별을 받고 경제적으로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다른 지방민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두 정당의 과거지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선악의 이분법 정치가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며 많은 국민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있다. 정치에서 선악의 이분법은 없다. 그리고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경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국민 각자가 스스로 자신의 권익과 입장을 자유로이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고 존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