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자금 이탈 ◆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9개월 만에 자금을 빼내간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와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에 대해 정부가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를 근거로 들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의 '코리아 머니 엑소더스(투자자금 유출)'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상장채권 보유량이 전달 114조2820억원에서 112조62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한 달 만에 2조2200억원의 투자금이 해외로 이탈한 것이다. 이 중 외국인이 국내 기관투자가에게 대차한 채권 약 3000억원을 제외하고 1조9120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권에서 1조1000억원, 유럽에서 8000억원 규모 채권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채권투자금액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2월 1조660억원 순유출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외국인 채권투자금액은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2조2458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2조200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증시 급락을 주도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주식시장 순매도 금액은 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셈이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국채 금리 상승, 그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원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가격 약세가 심화될 경우 외국인들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주식·채권 매도를 더욱 늘릴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원화 약세가 악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국채 투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한 것은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기 상환 채권이 많았다고 하지만 연장이 안 됐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나빠졌다는 뜻"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시장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대표적인 신흥국인 우리나라의 자금 이탈이 더 커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일시적인 조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2배가 넘는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나 78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할 때 자금 이탈이 일시적인 현상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관계 기관 등과 함께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