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철·홍덕표 농민 사망케 한 현장 지휘관들이 현재 경찰 지휘

민중의 소리 차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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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인권단체연석회의의 경찰폭력 관련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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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39개 인권단체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폭력진압과 관련해 '경찰 조직을 위해서라도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9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자행된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 실태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 실태보고’ 발제에 나선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노상구금으로 인한 이동의 자유 침해, 영장 없는 불법채증, 시위대를 가장한 사복 경찰, 위법한 불심검문, 공공기관 CCTV의 줌 또는 회전 기능을 이용한 집회 채증, 차벽과 컨테이너를 이용한 과도한 통행 제한 등 집회 시위 방해와 감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폭력적 진압 사례로 집단 폭행 및 무리한 진압, 살수차를 이용한 폭력, 방패를 이용한 시위대 가격, 소화기 난사, 경고방송 없는 진압, 충분한 해산시간과 안전거리 미확보, 차도가 아닌 인도에서의 연행, 경찰 소속과 이름 등 식별 표시 가림, 집회 해산 및 연행과정에서의 성폭력과 장애인·청소년에 대한 폭행, 시위대를 향한 물품 투척'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연행과 조사 과정에서의 미란다 원칙 미고지 또는 차량에서의 일괄 고지, 부상 치료 요청 무시, 진술거부권에 대한 위협, 변호사 접견방해 및 가족과의 통화요구 거부, 인권위 진정 비협조, 지문 채취 거부에 대한 폭행 및 십지지문 강제 날인, 청소년에 대한 반성문 작성 요구, 밤샘조사 등을 인권침해 사례로 지적하고 전·의경에 대한 인권침해'도 언급했다.

그는 “87년과 08년에 똑같은 경찰폭력이 자행되고 있는데 경찰폭력의 배후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있다”며 어 청장의 파면을 촉구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이 같은 경찰의 인권침해에 대해 지난 6월 말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했고, 민변에서도 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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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연석회의는 1987년 당시의 경찰진압 사진과 현재의 경찰진압 사진을 비교 전시해 '20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의 폭력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또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지난 29일 등에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던진 소화기, 철제 파이프, 볼트·너트, 돌, 각목, 물병 등도 전시했다. 이들 물품에는 전경부대의 부대번호가 찍혀 있어 '경찰이 던졌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은 “어청수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한 경찰청의 최고 지휘부가 경찰을 망치고 있는 ‘경찰 내부의 적’”이라며 “어청수 청장을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철·홍덕표 농민 죽인 현장 지휘관들이 현재 경찰 지휘라인

박 팀장은 이번 촛불집회 시위 진압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경찰의 면면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어청수 경찰청장은 경기청장 당시 평택대추리 평화시위를 헬기까지 띄워가며 진압했던 당사자로 현재 자행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시민들이 80년대 시위진압 방식을 몰라서 그렇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은 2005년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가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을 폭력진압으로 사망케 한 서울청의 차장이었다. 또 현재 김수정 서울청 차장은 당시 서울청 경비1과장, 현재 명영수 서울청 경비1과장은 당시 서울청 3기동대장으로 폭력진압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했었다.
'2명의 농민을 사망케 한 장본인들이 승진해 현재의 경찰 지휘라인에 있기에 폭력진압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지금은 종교인들이 나섰기에 잠깐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처럼 경찰 지휘부의 폭력성은 언제든지 분출될 것이기에 이들이 물러나지 않는 한 경찰이 바로서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또 박 팀장은 “현재의 경찰청과 서울청의 경비분야 지휘관들이 경찰청 자체적으로 만든 훈령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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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자신이 만든 경찰청 훈령도 지키지 않고 있다”

2007년 5월에 개정된 경찰청 훈령 제506호는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으로 제87조 1항은 불법집회이더라도 ‘강제 해산시에는 필요 최소한의 물리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또 89조 1항은 ‘지휘관들이 전·의경 인권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2항은 ‘장비를 사용할 때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용도외의 위해를 주지 않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훈령과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박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필요 최소한의 물리력이 아니라 최루탄 빼고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최대한 다 사용하고 있으며, 안전수칙을 어긴 것은 물론이고 위해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부지한게 다행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방패와 곤봉에 맞아 머리가 깨진 이학영 전국YMCA 총장, 두개골 골절로 입원중인 이준형 변호사, 10여명의 전경들에게 발길질을 당한 여성' 등을 예로 들며 “1992년 LA폭동의 원인이었던 LA경찰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에 버금가는 일이 지금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훈령 92조는 ‘인권침해의 정도가 중대하거나 반복하여 침해가 발생하는 등 인권교육만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인사조치 또는 징계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박 팀장은 “어청수 청장이 경찰청장이 된 후 경찰의 입에서 ‘인권’이라는 말을 단 한 순간도 들을 수 없고 ‘강경진압’, ‘법질서 수호’ 같은 살벌하고 권위에 가득한 말뿐이며 경찰 수사권 독립도 이슈에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찰청 정보국 명의로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전통적인 정부 지지세력을 복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을 탐문해 정보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아예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경찰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경찰조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도 경찰을 망치고 있는 어청수 청장을 비롯한 상급 지휘관들을 파면하는 등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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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법의 자의적 해석으로 집회시위 자유 억압”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집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2005년도 경찰청 발표에 의할 때도 전체 집회 중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던 집회는 0.69%(전체 11,036건 중 77건)에 불과하다”며 “이 정도의 물리적 충돌도 대부분 경찰이 집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폭력집회가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부와 언론이 집시법을 위반한 불법집회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폭력집회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혼용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집시법을 어기지 않고서는 집회를 할 수 없기에 불법집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를 지적하며 “아주 자의적으로 사용돼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직법 제6조는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 규정의 자의적 해석으로 청와대로 시위대가 갈 경우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쌓은 ‘명박산성’, 지방에서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려는 농민에 대한 ‘원천봉쇄’, 집회가 예상되는 지점의 통행을 허용하면 집회가 커져서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통행금지’, 집회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방송차 탈취’ 등이 경찰의 집회방해죄를 성립하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경찰이 법에 규정이 되어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아 문제”라며 불심검문시 경찰관이 자신의 성명·소속 등을 밝히도록 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점과 방패·진압봉·살수차 등의 경찰장비 사용 규칙 위반 등을 지적하며 “경직법 자체에 인권보호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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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상으로도 전의경 제도는 폐지되어야"

'국제법상 준군사조직인 전투경찰을 시위 등의 진압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기에 전의경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시현 교수(건국대 법대, 국제법 전공)는 “국내법상 대간첩작전과 치안유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투경찰제도는 국제법상 군대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투경찰은 경찰이면서 군대이기도 하다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촛불집회는 물론이고 국내 상황과 관련, 전투경찰을 동원해 시위 등의 진압작전을 펴는 것은 국제법상 준군사조직을 전쟁이 아닌 상황에 사용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문에 현행 전투경찰제도의 이런 비정상적인 성격에 비춰볼 때 전의경 제도는 국제법상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조 교수는 “촛불시위대에 대한 전의경을 이용한 대응은 기본적인 국제인도주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인도주의법은 전투원과 민간인을 엄격히 구별해 민간인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는데 국내 경찰은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단순 참가자를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 폭력 진압작전을 펴고 있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국제인도주의법은 무력충돌 중 구호활동을 펼치는 사람과 부녀자, 아동, 기자 등을 특별하게 보호하고 있는데도 인권침해감시단, 의료봉사요원, 기자 등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방패, 곤봉, 돌, 쇠붙이, 물대포 등을 시위진압에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권력 또는 물리력의 행사에 관한 헌법, 국제인권법에 따른 필요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처럼 '경찰의 폭력과 인권침해를 강하게 비판하며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촛불집회 당시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던진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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