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문시장의 위기는 시장 왜곡과 독과점 구조에 있으며 특히 중앙일보가 신문시장 초토화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20일 “신문시장의 무차별 물량 공세의 선두에는 삼성그룹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가 있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무차별 덤핑 공세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를 잠식하고 마는 삼성식 경영행태를 중앙일보는 신문시장에서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78.8%→7월 81.3%, 줄어들지 않는 신문고시 위반율

“저희 신문 보시면 7개월 동안 돈 안내도 되고요, 10,000원짜리 백화점 상품권 4장도 드립니다.”(중앙일보)
“저희 신문은 6개월간 공짜에 상품권이 아닌 현금으로 50,000원 드릴게요.”(동아일보)


지난 5월 ㄱ씨는 같은 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지국으로부터 신문 구독 권유 전화를 받았다. ㄱ씨는 그들이 신문 구독시 제공한다는 경품 내용을 듣고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신문의 월 구독료 12000원과 경품 내용 등을 합산하면 124,000원~122,000원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의 신문을 봐달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구독료를 아예 10,000원으로 받는 경우도 많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 이하 민언련) 제보에 따르면 세계일보의 경우는 월 구독료 10,000원에 6개월 무료, 전화기·스포츠 신문 제공을 내걸었다고 한다.

중앙일보도 지난 6월말까지 자동이체 신청시 구독료를 10,000원으로 할인하는 행사를 벌였다. 제값주고 신문 보는 사람만 바보인 것이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신문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했지만 신문고시 위반율은 전혀 줄지 않았다. 민언련의 3월과 7월 신문고시 준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신문들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78.8%에서 81.3%로 오히려 늘었다.

▲ 중앙일보는 ‘무가지 4개월 이상+경품’ 제공 비율이 38%에 이르러 조사 대상 신문 중 위반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민언련  신문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지국들의 신문 고시 위반율은 여전히 90%대였으며 중앙일보는 96.7%로 위반 비율도 가장 높고 ‘무가지 4월 이상+경품’ 제공 비율이 38%에 이르는 등 위반 정도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총매출액 중 신문 구독료 수입 비중이 이제 8:2에서 9:1로 최저점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들은 무가지·경품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하에서 신문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제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신문시장 왜곡의 배경에는 삼성과 중앙일보의 ‘공’ 크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신문시장 초토화 주역

▲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자료사진). ⓒ 데일리서프라이즈  신학림 위원장은 이날 언론광장 포럼에서 ‘신문의 위기와 신문시장’ 발제를 통해 신문시장의 왜곡과 ‘돈놓고 돈먹기’ 구조의 밑바탕에는 조중동 특히 중앙일보의 역할이 크다고 주장했다.

1994년 홍석현씨가 중앙일보 대표 이사 부사장으로 중앙일보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신문시장의 파괴와 불공정 경쟁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자율규제라는 미명하에 신문시장 관할을 사업자들의 단체인 신문협회에게 맡겼다. 문제는 신문협회장 자리를 조선, 동아, 한국일보 등 큰 신문사의 경영진이 번갈아 가며 맡아왔다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들어와 최학래 한겨레신문 당시 사장이 투표로 선출되기 전까지 말이다.

이는 덤핑행위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를 사업자 단체에 맡긴 것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신 위원장은 “한국일보가 조석간 발행과 월요일자 발행 등으로 물량경쟁의 단초를 열었다는 지적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앙일보의 불법, 탈법적인 무차별 무가지, 경품 살포 공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무가지·경품 경쟁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양극화·독과점 형태로 자리 잡았다. 광고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족벌신문들만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신문시장 독점체제를 공고히 하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또한 발행부수가 상대적으로 작은 신문들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 광고의 의존도가 조중동보다 높은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노무현 후보 당선 후 조간신문들 일제히 ‘휴간’한 이유?

조중동의 구독시장과 광고시장 장악뿐 아니라 배달망 독점체제도 신문시장의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2년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첫 토요일, 조간신문들은 토요일에 근무해 일요일자 신문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자체적으로 미리 발표했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조선, 중앙, 동아 등 세 신문은 일요일자 신문의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그러자 다른 조간 신문들도 발행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조중동이 장악한 지국과 배달사원이 쉬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신문을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독, 광고, 판매(배달), 매출, 영향력 등 모든 영역에서 구축된 독과점 체제하에서는 특정 신문이 자신의 정파적 이해에 따른 소위 ‘불량 보도’를 해도 독자들의 소비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된다.

신 위원장은 “사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과 ‘나(기자, 사원)’의 이익을 동일시한다는 것이고, 사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과 종사자들 자신의 이익을 독자와 국민과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사 몰살하는 홍석현의 고백 “무료신문 검토했었다”

▲ 구독료의 본사입금액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조중동’의 제조원가와 영업손실을 따져보면 조선일보는연간 3,368억, 중앙일보는 3,218억, 동아일보는 3,088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언론노조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 죄송하다. (자동이체할 경우 구독료를 1만2,000원에서 10,000원으로 2,000원 할인해준다는 내용의) 라디오 광고와 시내버스 광고는 (2004년) 3월말까지만 하고 끝내겠다. TV 광고는 조선일보에서 삼성그룹을 통해 압력을 가해와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6~7,000원까지 내리는 것도 검토했었다”

이 말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2004년 3월 중순 당시 신문공동배달제를 추진하고 있던 5개 서울지역 신문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의 요지이다.

홍 전 회장의 이같은 언급은 현재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들이 어떤 수준으로 신문시장의 위기를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낸다.

신학림 위원장은 홍 전 회장의 언급에서 크게 3가지 충격적인 시각을 지적했다.

첫째, 홍 전 회장의 6~70,00원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했었다는 말은 사실상 무료 신문을 검토했다는 뜻으로 조선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문의 문을 닫으라는 말이라는 것.

신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신문 한 부당 월 제조원가는 16,000원으로 중앙일보 각 지국은 구독료로 독자로부터 12,000원에서 10,000원(자동이체시 할인혜택)을 받으면 그 중 3,000원 안팎의 돈을 본사로 입금한다고 한다.

지국이 1부당 7,000원 이상을 갖는데 구독료를 6~7,000원으로 내리면 구독료 수입을 지국이 전부 갖고 본사는 전혀 없어진다는 것이다. 신문 값을 안 받아도 중앙일보는 신문사를 운영할 수 있겠지만 구독료가 중요한 신문사는 아예 문을 닫으라는 말.

또한 ‘조선일보가 삼성을 통해 압력을 가해와 TV광고를 중단했다’는 말은 신문사가 기업인 삼성의 손아귀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증언했다는 것이라고 신 위원장은 지적했다.

이 사실을 대변하듯 2005년 월간중앙 7월호가 외압에 의해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관련 기사가 삭제된 채 발행된 사건이 일어났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월간중앙의 한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대표를 만났지만 바로 거절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실명을 적시할 수 없지만 ‘거대자본’의 압력에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IOC 위원이다.

▲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자료사진). ⓒ 데일리서프라이즈  셋째 ‘다른 신문들이 그렇게 어려운지 정말 몰랐다’는 언급은 홍 전 회장이 1,000여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입장에서 정말 무식R28;무지하던지 뻔뻔스럽던지 둘 중 하나라고 신 위원장은 비판했다. 홍 전 회장은 한국신문협회와 세계신문협회 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꼬리 내린 중앙일보의 물량공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구독료 싸움을 벌이기도 했는데 중앙의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판매부수 1위인 조선일보도 무릎을 꿇었다.

2003년 11월 조선일보는 구독료를 12,000원에서 14,0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판매부수 1위로 구독료 인상을 주도해온 조선일보의 자신감이었다.

그러나 2등인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를 따라 구독료를 올리기는커녕 2004년 1월 자동이체시 구독료를 2,000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예기치 못한 중앙의 기습공격에 조선은 그 후 나흘 뒤인 1월 20일 ‘자동이체 신청시 14,000원에서 2,000원 인하에, 추가 2,000원 할인, 월 10,000원으로 구독할 수 있다’고 변경했다.

언론의 자유? ‘시장’으로 넘어간 지 오래

공정거래위원회는 시민단체가 신문고시 준수 실태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신문사 행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가 자율규제라는 미명하에 각종 불공정거래행위와 부당내부거래 등 불법, 탈법행위에 대해 단속 시늉만 할뿐 실질적으로는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한국신문부수공사협회(이하 ABC)도 마찬가지다. ABC는 유가부수의 판정 기준의 하나가 되는 지국의 본사입금액 조항을 폐지했을 뿐 아니라 유료부수 산정 기준을 변칙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ABC는 2003년 중앙일보 등의 요청에 따라 6개월 되는 마지막날로부터 구독료를 내겠다고 약속받은 부수를 지칭하는 ‘유로부수Ⅱ’ 항목을 인정해줬다. 신문고시에 따라 2개월간 무료로 준 뒤 독자로부터 3개월부터 구독료를 내겠다는 약속을 받은 신문부수인 ‘유로부수Ⅰ’에서 확장해 변칙 적용의 여지를 준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신문시장의 무차별 물량 공세의 선두에는 삼성그룹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온 중앙일보가 있다”며 “제조업 분야에서 무차별 덤핑 공세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를 잠식하고 마는 삼성식 경영행태를 중앙일보는 신문시장에서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신 위원장은 “신문들은 신문을 찍어내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부족하고 기본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권이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다”며 “그 상당한 원인은 조중동 세 신문들의 무가지와 경품 살포 등 불법 판촉행위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데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신 위원장은 “정부가 신문을 살릴 수 없지만 신문을 포함한 모든 제품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시장을 관리, 감독할 책임과 권한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정부다”고 정부의 방기를 비판했다.

민언련은 ‘경품금지’ 없이 신문시장 정상화는 어렵다며 신문고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민언련은 “우리는 그동안 신문고시 개정을 통해 경품을 일절 금지하고 무가지 제공을 신문가액의 5% 정도로 낮추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며 “공정위가 신문사들에 대한 철저한 직권조사와 신문고시 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