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오프로더의 대명사 짚(JEEP)은 4WD SUV로 유명한 브랜드다. 투명테이프를 '스카치(Scotch)'라 칭하는 것처럼

브랜드 짚이 SUV를 표현하는 일반명사로 불릴 만큼 짚의 인지도가 높다. 그렇다 보니 SUV 마니아들에게는 짚을 보유

하는 게 마치 마지막 목표가 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짚의 제품군은 크게 세 가지. 먼저 1940년 미 군수용 차종으로 태어나 오로지 험로 주행으로 진화해

온 랭글러가 있고, 대형 SUV로는 그랜드체로키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그와 달리 승용 감각을 최대한 담아낸 컴패스도

있다. 도로에 비유하자면 랭글러는 산악용이고, 뉴 그랜드체로키는 사막, 컴패스는 포장도로에 적합한 차종이다.

 

 
 이 가운데 3박4일을 함께 한 차종은 새롭게 변신한 그랜드체로키다. 짚의 고유한 디자인이 그대로 담겨 있지만 엔진부터

시작해 모든 게 달라졌다는 의미로 차명 앞에 '올 뉴(ALL NEW)'가 붙었다. 외형상 달라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행감

의 변화는 분명한 진화였다. 이전에 투박하고 거칠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UV가 주는 듬직함은

여전했다.

 

 짚을 상징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릴이다. 앞모습 전체를 감싸는 7선 그릴은 라디에이터 통풍망을 일곱 개로

나눈다. 올 뉴 그랜드체로키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7선의 그릴 모양은 HID 전조등이 내장된 이너(inner) 램프에도

새겨졌다. 그만큼 짚의 아이콘을 담아낸 노력의 흔적이다.

 


 실내는 단출하다. 하지만 배제된 기능은 별로 없다.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부터 최근 수입 프리미엄 차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품목이 적지 않다. 과거 그랜드 체로키는 편의품목이 국산차보다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SUV로서 주행 기능에 충실하면서 최대한 편의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극한 험로 주행은 랭글러에게 맡기고,

그랜드체로키는 여유로운 일상의 오프로드를 즐기는 이들에게 찾아가겠다는 의미다.

 

 
 286마력에다 최대토크 35.9㎏·m인 V6 DOHC D_VVT 펜타스타 3,604㏄ 휘발유 엔진의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정지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의 중량감을 느껴보면 조금 무겁다. 올 뉴 그랜드체로키 자체가 남성적인 성향에 가까운 차종인

만큼 묵직함은 장점으로 다가온다. 변속기는 5단이다. 구동방식은 기본적인 4WD지만 변속레버 아래의 선택 버튼으로

도로 상황에 따라 전환이 가능하다.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모래와 진흙, 눈길도 선택할 수 있다. 포장도로에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한 '스포트' 모드도 포함돼 있다. 차체를 최대한 높이고, 트랜스퍼 케이스, 디퍼렌셜과 스로틀을 저속

기어 작동에 맞춰 험로를 탈출하는 록(Rock) 모드도 물론 준비돼 있다. 이런 다양한 구동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이슬러는 이를 '셀렉-테레인(Selec-Terrain)'이라고 부른다. 굳이 풀어 쓰자면 '선택 구동 시스템'이다.

 

 날씨가 매우 추웠던 탓에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을 눌렀다. 누르자마자 서서히 온기가 감돈다. 비교적 빠른 응답이다.

물론 시트 열선도 가동했다. 스티어링 휠 만큼은 아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따뜻함이 전달돼 온다.

 

 


 







 강원도 일대를 시승 코스로 잡은 탓에 먼저 고속도로에 올랐다. 크루즈 기능을 이용해 시속 100㎞로 설정하고 편안한

주행을 했다. 꽤 큰 차체임을 감안하면 가속능력은 적절하다. 속도를 높일 때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다. 하지만 페달의 답력이 지나치게 무겁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물론 오프로더 특성을 감안해 답력을

높였겠지만 국내에서는 오프로더로 활용하는 빈도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오프로더 성격의 적절한 배합이지만 인테리어 등을 보았을 때 편안함도 많이 배려됐음을 감안하면 답력이 조금

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티어링 휠도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페달 답력만큼 버겁지(?) 않아 만족스럽다. 스티 어링 휠 조작으로 차를

좌우로 흔들어 보면 큰 차체임에도 흔들림을 쉽게 제어한다. ESC가 있어 급격한 핸들링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것도

방지한다. 하지만 험로주행 경주가 아니라면 기본적인 네바퀴굴림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편안함은 시트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트가 넓고 양쪽 허리를 지지하는 버킷 타입이라 '스포트' 주행에서

몸의 흔들림을 충분히 억제해 준다. 시승 도중 비교적 거칠지 않은 오프로드에 올랐을 때 차가 많이 출렁거렸지만 피로

감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마다 느낌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적어도 SUV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쉽게 알아차릴

것 같다.

 


 SUV답게 운전석이 높아 넓은 시야가 확보되는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A필러가 지나치게 두터워 좌우 회전 때 사각지대

를 가리기도 한다. 그랜드체로키만 가진 현상은 아니지만 운전할 때 주의가 필요함은 공통점이다.

 

 
 제동력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페달을 밟을 때 꽤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더불어 여기서 제동력이 괜찮다는 표현은 그랜

드체로키의 성격에 견줘 그렇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고성능 SUV가 아닌, 오프로더 성격이 한껏

가미된 그랜드체로키임을 감안해야 된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올 뉴 그랜드체로키는 분명 이전보다 진일보했다. 기본적인 숫자로 표현되는 것 외에 최근 자동차의 감성이

중요해지는 추세에 따라 특히 주행감성이 한결 나아졌다. 여기에 그간 실용성을 추구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갖가지 편의

품목을 더해 상품성을 높였다. 물론 편의품목 조절 버튼은 여전히 화려함보다 실용을 추구했지만 좋아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가격은 고급형이 5,590만 원, 최고급형인 오버랜드는 6,890만 원이다. 언뜻 보면 비싼 듯싶지만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구형보다 높인 상품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1,000만 원 넘게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격과 관련해선

24년째 오로지 그랜드체로키만 고수하는 짚 마니아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는 "가격은 그리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전해

왔다. 더불어 "수십 년째 그랜드체로키를 타지만 이 차의 매력은 넓은 공간과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믿음"이라며 "짚에

매료된 터라 오히려 지금보다 더 투박한 디자인이 좋았겠지만 크라이슬러도 정통 오프로더 마니아가 줄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ℓ당 7.8㎞라는 연료효율을 두고는 "가솔린 엔진이고, 중량이 2,190㎏임을 감안할 필요

가 있다"며 "예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