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5시간 정도 달리면 소도시 노소비체가 나온다. 불모지였던 이곳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

 

부지 200만㎡ 규모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공장에는 연간 20여만대의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프레스

 · 차체 · 도장 · 의장 공정 등은 물론 주행 시험로와 운송철도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현대차 공장에는 2600

여명이 근무하고 있고 인근 18개 협력사 직원 9000여명을 합하면 1만2000여명이 현대차에 고용을 의지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공장 내부는 현대차 울산 공장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다. 같은 생산라

인에 서로 다른 색깔의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이 섞여 일하는 모습도 비슷한 풍경이다. 다만 울산공장에는

사내 하청근로자가,이곳에선 파견근로자가 혼재돼 일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유병완 현대차 체코공장

 경영지원실장은 "가끔 눈에 띄는 노란 형광색 조끼를 입은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고용

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의 노동법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는 체코에선 우리와 달리 생산라인에도 파견근로자를 적법하게

 고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사내하청 근로자를 한 생산라인에 정규직과 혼재해 작업을 시킨다고 해서 불법파견

시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현재 일본과 독일 등 많은 선진국들도 파견근로자를 생산현장에 투입하도록 허용해 기업의 탄력적인 인력 운영을

 돕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노동계와 야당의 반대를 의식해 파견근로 대상에 제조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아예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파견근로자는 모두 216명이다. 이들은 주로 조립과 도장,차체 공장에 고용돼 있다. 파견근

로자는 최대 12개월 동안 고용되지만 본인이 원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계속 근무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직접

고용의무는 없다.

 

노조는 웬만해선 집단행동을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한다고 해도 파업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파업을

단행하려면 비조합원을 포함한 전체 종업원의 의견을 묻도록 노동관련법에 규정돼 있다. 전체 종업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투표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현대차 체코공장에는 노조원이 420명으로 전체

직원의 20%에도 못 미친다. 임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가입하지 않고 있다.

 

복수노조도 허용돼 있지만 체코 금속노조 현대차(HMMC)지부 하나만 설립돼 있어 노노 간 갈등은 없다.

 

유 실장은 "체코의 노사관계는 협력적이어서 웬만하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특히 파업을 결행하려면 전체

종업원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파업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노조 조직률이

 비교적 높은 체코 최대 자동차생산업체인 스코다에서도 파업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유 실장은 말했다.

 

1895년 설립돼 체코의 국민차로 불렸던 스코다는 노조 조직률이 74%(조합원 1만7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독일 폭스바겐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전환배치도 우리와 달리 기업이 필요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유 실장은 "전환배치는 개별근로계약서상 가능

하도록 보장돼 있다"며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모든 생산직 근로자에 대해 전환배치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운영을 그만큼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소비체(체코)=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