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정책 영향..강보합세 지속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국제 원유가격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2008년 말 이후 2년여 만에 최고가 기록을

 세우면서 유가의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원유수입량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국제 현물가격은 21일 거래 기준

으로 배럴당 90.3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25일 기록된 올해 최저가(68.28달러)보다 22.03달러(32.2%) 뛴 것이고 이날까지 올해 평균 가격인

77.77달러에 비해서도 10달러 이상 높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우려했다.

두 달 전인 10월22일 두바이유의 종가가 배럴당 79.06달러로, 두 달 만에 11달러가 올라 상승세도 가파른 편이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는 9월 중순 발표된 미국 정부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시발점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 유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원유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 유가가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도 "원유시장의 실물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미국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투기자금이

 원유 시장으로 몰리는 추세가 감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바이유의 이런 급격한 상승세가 배럴당 140.70달러까지 찍었던 2008년 상반기와 같은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 관계자는 "과거의 예를 볼 때 실물이 아닌 유동성 때문에 유가가 오르는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며 "미국의 양적완화가 견조한 세계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고 유럽의 재정 위기 등 불안요소가

남아 있어 조만간 하락추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석유협회 주정빈 부장은 "대표적인 '거품 장세'였던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장담은 못하

지만 이번 유가 상승이 성수기인 겨울철과 맞물린 점을 고려하면 강보합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정기영 사장은 22일 내년도 두바이유 국제가격 예상치를 배럴당 평균 72달러에서 82달러

로 올려 잡아 주 부장의 분석에 힘을 실었다.

국내 정유사가 두바이유를 현물시장에서 사는 비율은 극히 낮지만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국제 석유제품과 연동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유가 상승은 당분간 국내 석유제품 값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주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767.6원으로 2008년 8월 둘째주 이후 가장 높았고 자동

차용 경유도 1,566.3원으로 2008년 10월 넷째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공사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보통 휘발유(92RON)의 국제 거래 가격은 21일 현재 배럴당 100.89달러로 2008년

9월29일 이후 최고가다. 경유 값도 이달 3일부터 2년2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강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