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로'로 관세혜택 날개 달 수도

日ㆍ유럽업체들 "비용상쇄ㆍ美생산분 전용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타결로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여지가 생겼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는 미국 자동차 기업이 아니라 미국 땅에서 생산되는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유

럽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서 만든 차량을 우리나라에 들여오면 같은 관세 혜택 등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그 파이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일본과 유럽 차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얘기다.

 

지금으로선 일본과 유럽 차들이 미국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는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한미 FTA의 자동차 부문 타결 내용이 본류인 미국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유럽 차가

 우리에겐 더 위협적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FTA에 따르면 미국산 생산 차량에 대해 현행 8%의 관세를 협정 발효 직후 4%로 인하해 4년간 유지하

고 5년째 되는 해부터 완전 철폐키로 했다.

  

차량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되면 일정 비율로 따라붙은 특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FTA 자체를 아직 추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유럽연합(EU) FTA가 체결된 유럽보다

 한미 FTA에 따른 체감 혜택이 더 클 수 있다.

  

8%라는 무시하지 못할 관세로 인한 비용을 미국 생산을 통한 한국으로의 우회 수출로 상당 부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 역시 비록 한-EU FTA가 체결돼 있다 하더라도 한미 FTA에 따른 이득을 볼 여지는 충분

하다.

  

한-EU FTA는 내년 7월 발효되는 데, 배기량 1.5ℓ 초과 승용차는 3년 내에, 1.5ℓ 이하 차량은 5년 내에 관세가

 완전 철폐된다. 국내 판매되는 유럽차 대부분이 1.5ℓ를 넘기 때문에 2014년부터 관세가 철폐된다고 볼 수 있

다.

  

따라서 한미 FTA가 곧 발효된다면 2014년 이전까지는 유럽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서 만든 차를 우리나라에 수

출하면 4%의 관세만 물게 돼 유럽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보다 나머지 4% 관세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다.

  

이처럼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

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지난 10월15일 한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차량을

들여오는 방안도 심각히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점에도 일본과 유럽 업체가 실제 미국 현지 생산 차량을 우리나라에 들여올지 여부는 불투명

하다.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벤츠나 BMW, 도요타, 혼다 등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둔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판매를 위해 현지 공장을 활용하고 있어 이 중 일부를 수출용으로 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일본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6일 "환율 문제로 해외생산분을 한국에 들여오는 문제를 이미 고민하고 있었고,

한국과 미국, EU와의 FTA 타결로 그 필요성이 더해졌다"며 "하지만 미국 등에서 들여올 경우 철폐되는 관세가

기타 물류비, 통신료 등의 비용을 상쇄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미국 생산분을 한국에 들여오는 게 이익일 수 있지만 미국 판매분을

포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