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운영 및 주변 인프라 설치 개선해야

 

 

지난 10월,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F1 그랑프리가 전라남도 영암에서 개최됐다. 1950년 영국에서 시작된 F1 그랑프리는 매년 유럽과 아시아,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지역 등 17~20개 국가가 포뮬러원을 유치하고 있는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이다.

 

F1은 대회 규모나 관중동원, 전세계 188개국 중계를 통해 6억명이 TV를 시청하는 등 흥행 측면을 고려할 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손꼽힌다 하겠다.

 

페라리나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등 대형 자동차 메이커들이 각각 연간 4000억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투입해 F1 팀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300개사가 넘는 후원 기업들이 연간 4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투여해, F1 그랑프리는 국제적인 비즈니스의 무대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런 굵직한 행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의 모터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특히 자동차 문화가 재정립되고 있다는 증거여서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스페인)가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알론소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결선에서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던 마크 웨버와 세바스찬 베텔(이상 레드불 레이싱, 영국)을 따돌리고 우승을 거머져, 올 시즌 선두로 나섰다.

 

결선 레이스중에서는 갑작스런 비가 내려 FIA(국제자동차연맹) 측에서도 안전을 위해 경기를 중단하려는 위기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카인 SLS AMG 세이프티 카(Safety Car)가 투입되는 등 경기 마지막 25분간에는 리타이어나 추돌 사고도 잇따라 발생했지만, FIA 측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열린 F1 대회 중 10년만에 가장 재밌었던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대회치고는 무려 17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영암 경기장을 찾아나선 건 예상밖의 일이다.

 

국민적 관심사나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도 없는데다, 대회가 열리기 불과 1주일 전에야 최종 서컷 검수가 통과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성공적인 개최였다는 해석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F1 그랑프리가 열리기 직전만 하더라도 서킷의 안전성이나 홍보 및 인프라 등 주변 시설 부족으로 한국에서는 F1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F1 그랑프리가 큰 무리없이 열렸다는 건 우리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F1 그랑프리를 바라보면서 몇가지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우선 교통과 숙박시설의 문제점이 그것이다. 러브 호텔을 동원하면서까지 모든 숙박시설이 동이 났고, 숙박비가 천정부지로 치속아 많은 불만을 샀다. 교통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장 근접을 위한 다원화된 진입로 공사로 필수적인 주차장과의 연계 셔틀버스의 활성화는 기본 요소이다.

 

1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입장료를 지불하고도 수 km를 걸어서 관람석에 접근하는 구조이거나 아예 출입조차 못하게 되어 낭패를 본 소비자도 한 둘이 아니다. 각종 편의시설의 확충과 화장실 등 기본적인 배려도 무시됐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메인 스탠드를 제외한 다른 관람석 시설의 임시로 지어진 철제 구조물이어서 안전은 문제가 없는지도 재점검해야 한다.

 

공짜표 논란도 거세다. 17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중 50% 이상 할인된 입장료가 적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공짜표로 관람했다는 지적이어서 불신감을 더했다.

 

전남 영암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단순한 자동차 경주 대회로 치부되질 않길 바란다. 이번 F1 그랑프리에서는 대회 조직 운영과 인프라 구축 등에서 적잖은 개선이 요구됐다.

 

차기 F1 그랑프리 이외에도 3400억원을 쏟아부은 영암 서킷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나 박물관 건립, 각종 모터스포츠 경기 유입 등 지속적인 활용법도 발굴해야 한다.

 

전남 영암은 조그만 도시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 해야 할 때다.

 

 

 

 

 

하영선 기자 ysha@dailycar.co.kr

 

출처 - 데일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