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동 모래사막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북아프리카를 포함한 아 · 중동 판매 실적이

전통의 유럽시장(러시아 제외)을 넘어설 만큼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들어선 중동지역 큰손들

의 사업제휴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27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0 개막식이 열린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

텔에서 기자와 만나 "자금을 댈 테니 현지에 공장을 짓고 운영해 달라는 중동 자본들의 제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당장 제휴가 어렵더라도,모두 만나야 하는 데 시간내기가 쉽지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당초 계획보다 1~2년 빠른 내년께 30만대 판매가 가능할 만큼 중동시장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

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을 넘어선 중동 판매

 

 

현대차의 아 · 중동 판매대수는 올 들어 9월까지 31만9978대로 같은 기간 유럽시장 실적(27만6300대)

을 제쳤다. 지금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처음 유럽을 추월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만 9월까지 20만대 넘게 판매해 지난해 전체 실적(17만대)을 넘어섰다.

 

현대차는 중동시장에서의 질주를 미국 등 메이저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향상이 다른 시장에도 긍정

적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spillover) 효과가 큰데다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신형 쏘나타 등 신

모델들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올초 출시된 신형 쏘나타와 투싼ix는 중동 질주의 일등공신이다.

 

쏘나타는 중동 17개국에서 9월까지 2만9000여대가 팔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중동 자동차 전문

기자단이 첫 선정한 중형세단 부문 '올해의 차'로 뽑히기도 했다. 투싼ix도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쏘나타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차에 대해 묻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객들 사이에 자

부심이 상당히 높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Sou-Sou'라는 애칭도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올

들어 중동에서 시장기반을 확실히 잡은 만큼 앞으론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급차 시장을 키우는 데 한층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9월까지 아 · 중동 판매(19만4000여대)가 유럽(19만1000여대)을 소폭 앞섰다.

 

◆중동 자본의 잇단 러브콜

 

중동 큰손들의 사업제휴 제의도 현대차로 쏟아지고 있다. 양 사장은 "자본은 얼마든지 댈테니 현대차그

룹에서 현지에 공장을 짓고 경영을 하면서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달라는 중동 측 요청이 많다"며 "현지

여건상 자동차사업은 힘들지만 대놓고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KOTRA와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바레인 등의 기업이 현대차그룹과 제휴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계 자본이 제휴를 원하는 분야도 자동차와 관련 부품산업은 물론 철도차량,건설플랜트 등 포괄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 가운데 믿고 협력할 수 있는 대상으로 현대

차그룹을 포함해 한국 대기업을 지목하는 중동계 자본이 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러시아공장 준공식 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당초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은 가운데서도 현대차가 약속대로 공장건설 투자를 이행한 데 대해

이례적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동 자본과의 제휴가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사업을 벌인 경험이 많은 현대건설 인수가 성사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