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가 국내에 진출한 지 1년이 지났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 1, 2위를 다투는 중형세단 캠리를 앞세우자 초기 관심은 매우 컸다. 하지만 리콜 여파, 차종 편중에 따라 공급물량 부족이 겹치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토요타 1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봤다. 

 

 

▲2009년 10월~2009년 12월

지난해 10월 토요타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확정됐을 때 모든 관심은 단연 캠리의 '가격'이었다. 토요타의 가격정책에 따라 수입차를 넘어 국산차까지 여파가 클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고심 끝에 캠리 가격을 3,490만 원으로 정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이었다. 동급의 일본차보다 저렴했고, 국산차 중 경쟁차인 쏘나타와는 가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캠리와 함께 국내에 출시한 프리우스, RAV4의 가격도 예상보다 낮아 항간에서는 '토요타가 한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예상대로 파괴력은 컸다. 출시 직후 계약자들이 몰려 6개월 이상 출고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힘입은 토요타는 캠리를 11월 월간 베스트셀링카(451대)에 단숨에 이름을 올리며 월드베스트카임을 확인받았다. 그러나 폭발적인 수요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물량 늘리기에 인색했다. 정비 인프라를 비롯한 서비스 역량이 충분치 않아 무작정 판매를 늘리는 게 오히려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당장 판매와 출고가 되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느낀 세일즈맨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또한 토요타차 기다리기에 지친 사람들이 경쟁 일본 업체로 빠져 나가기도 했다. 

 

 

▲2010년 1월~2010년 4월 : 리콜 사태

2010년 들어 토요타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한국토요타의 수장이었던 치기라 타이조 사장이 물러나고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이 1월1일 부임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아시아 지역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캠리의 한국 출시 때도 큰 역할을 맡아 토요타의 한국 시장 정착을 위한 인물로 뽑혔다. 하지만 나카바야시 사장은 부임 초기부터 큰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를 포함한 렉서스 차의 리콜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토요타는 "미국과 한국은 생산 공장이 달라 리콜과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소비자도 대체로 회사의 설명에 수긍하며 판매대수에도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프리우스의  콜이 발표되자 한국토요타도 술렁였다. 국토해양부가 국내에 판매한 프리우스도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토요타에서 판매한 510대와 병행수입, 이삿짐으로 들어온 30대 등 프리우스 540여 대를 올 2월16일 리콜했다. 토요타로서는 품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같은 시기 미국의 리콜사태도 점점 사회문제화 됐다. 미국 내 거의 모든 매체들이 리콜을 다룰 만큼 커다란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상황과 무관하다던 한국토요타도 결국 입장을 수정했다. 10월부터 판매됐던 캠리 1,549대와 캠리 하이브리드 203대의 리콜을 국토부 협의해 결정했다. 그리고 나카바야시 사장이 4월 6일 "소비자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기까지 했다.

 


▲2010년 5월~현재: 리콜 사태 이후와 현재

리콜이 조금 잠잠해지자 토요타는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리콜 극복을 시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4월에는 캠리 판매가 467대로 다시 월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그러나 일부에선 이미 계약된 차가 등록된 것이어서 사실상 판매 증가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리콜 사태 이후인 6월 토요타의 전체 판매는 5월보다 55.4%나 감소했다. 토요타로 반사이익을 보았던 일본차들도 리콜 사태 이후로 전반적인 부정적 인식이 강해져 동반 판매하락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토요타는 더욱 강력한 판촉조건을 내기 시작했다. 캠리(하이브리드 포함)를 구입하면 유예금을 65%로 설정, 월 납입금을 크게 낮춘 금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RAV4는 18개월 무이자나 36개월 저리(3.6%) 할부 혜택을 주는 것 등이다. 9월에는 이례적으로 '5년/12만km 무상수리'라는 판촉조건도 내걸었다. 이로 인해 판매세가 웬만큼 회복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남은 과제

업계는 토요타가 현재 신차 없이 판매를 판촉으로만 이끌어 가는 것은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신차 출시를 적극 늘려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출시된 RAV4 신형이나 필요에 따라서 라인업을 보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각에선 쉽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엔고현상이 지속돼 출시를 하더라도 이익 창출 측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차 관계자는 "토요타가 지금까지 브랜드로 웬만큼 버텨왔던 게 사실"이라며 "리콜 사태 이후 판촉으로만 판매를 유지하는 것은 커다란 약점이며, 이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일본차들이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대응 방식에 따라 출범 2년차인 토요타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 - 오토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