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핵심 기술 뺏길 게 뻔하다. 자국 기업 키우기가 도를 넘었다. "(외국 자동차 A사 대표)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다 먹겠다는 과욕을 부린다. "(외국 자동차 B사 기술이사)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세계 1위를 목표로 최근 공개한 전기차 산업 육성방안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장을 줄 테니 핵심 기술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해도 너무한다"는 게 외국 자동차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다수 외국계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중국의 전기차 육성방안에 포함된 노골적인 차별 조항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외국 자동차 회사의 반발은 특히 최근 위안화 가치 절상 문제로 고조되는 미 · 중 간 갈등과 맞물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시장 줄게 기술 다오"


 
중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안은 당초 외국 기업들도 반색할 만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자동차와 전기차 산업발전계획(2011~2020년)' 초안을 내놓으며 향후 10년 동안 약 1000억위안(약 17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본토 내 전기차 보유량을 500만대까지 늘리고,중국 전기차 회사들의 연 생산량을 300만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중국 내 5개 지정 도시에서 전기차를 사면 차량당 최대 6만위안(1034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화끈한' 지원방안까지 내놓았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만개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그림이 그려진 셈이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딴판이어서 외국계 기업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규제가 오히려 강화돼 역차별이 더 두드러졌다는 이유에서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육성안에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 내에서 전기차 부품이나 완성차를 생산하려면 중국 회사와 반드시 합작 벤처를 세우도록 의무화했다. 특히 기존 휘발유 자동차 관련 합작법인과는 다른 별개의 법인을 만들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기업 CEO는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미 배터리나 고출력 전기모터,전자제어장치 등의 핵심 부품을 만들 때 반드시 중국에 등록된 기술을 사용하도록 한 규정을 중국 정부가 공개했다"며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하려면 아예 기술을 이전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 못하겠다" 분통

 

 

더 큰 문제는 전기차 합작법인 통제권도 중국 측이 갖도록 했다는 점이다. 일반 휘발유 자동차 합작회사 지분은 지금까지 최대 50%였다. 하지만 이번 전기차 관련 합작법인은 최대 49%로 제한됐다는 것이다. 외국계 자동차사 기술담당자는 "이렇게 되면 핵심 특허기술에 대한 통제권까지 완전히 뺏길 수밖에 없다"며 "아예 배터리나 전기모터,컨트롤박스와 관련한 첨단기술을 노골적으로 내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합작법인을 통해 개발된 새 기술이나 고부가가치 파생 기술의 소유권도 빼앗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카 새 모델 출시를 연기했다. 중국에서 전기차 직접 생산을 준비 중인 한 외국 자동차 회사 CEO는 "이번 육성안은 이전의 규제보다 더 나쁜 차별 조항으로 채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