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비준에 미칠 영향 주목돼

 

유럽연합(EU) 특별이사회가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7월부터 잠정발효되는 방안을 승인하자 이탈리아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의 보도에 따르면,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EU 특별이사회가 한-EU FTA 협정을 승인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나는 이 협정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르치오네 CEO는 "도대체 이 협정이 산업, 경제, 전략적인 측면에서 어디에 근거해서 이뤄졌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지금 유럽은 한국에 대해 문을 완전히 개방하려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은 내가 아는 나라 가운데 가장 경쟁하기가 어려운 나라며, 닫힌 나라"라면서 EU 이사회의 승인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국과 EU가 지난해 7월 FTA를 타결하면서 올해 상반기를 잠정발효 시점으로 잡았으나 진통 끝에 내년 7월로 늦추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자동차업계와 이탈리아의 강력한 반대였으며 그 중심에 피아트가 있다.

 

피아트의 이처럼 `결사반대'하는 것은 "연비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온 한국 자동차 업계가 FTA에 따른 관세 인하 등으로 경쟁력 등을 더 얻어 소형차를 중심으로 강력 공세를 펼 것이 예상되는데 벤츠나 BMW 등 다른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품질과 브랜드에서 경쟁력을 갖춘 반면 피아트는 가장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유럽 언론의 분석이다.

 

경기침체와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 내 고용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피아트 측을 대변, 끝까지 반대하며 잠정 발효 1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다른 EU 회원국들의 압력에 밀려 결국 6개월 연장이라는 타협책에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정부 내각회의에 해당하는 EU 특별이사회의 승인이 난 한-EU FTA는 유럽의회의 비준이라는 절차를 넘어야 잠정발효되는 상황이어서 피아트를 중심으로 한 반발과 저지 공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아트는 지난 1990년 대에 한보그룹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가 1997년 모두 철수했으며, 최근 다시 한국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4년 피아트에 합류한 마르치오네 CEO는 공격적인 경영을 하며 작년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를 인수하는 등으로 경영 실적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순섭 통신원   soonsubroma@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