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리점 내 투자자 법적 갈등에도 뒷짐진 미쉐린코리아
-"회사 개입권한 없다" vs "허술한 매장관리 및 도의적 책임있다"

 미쉐린코리아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문매장 설립과 관련해 법적 분쟁에 휘말릴 상황에 처했다. 

 미쉐린은 지난 2011년 자사 제품만을 판매하고 애프터서비스를 담당하는 프리미엄 매장인 'MCSC'(Michelin Certificated Service Center)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미쉐린은 전국에 600여 곳의 거래처를 두고 있었으나 수입차 및 수입 타이어 판매가 급증하자 한국타이어의 '티스테이션'과 같은 고급 원스톱 전문매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구축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미쉐린은 자사 대리점 매뉴얼 제작을 담당하던 건축·인테리어업체 대표 A씨에게 전문매장 설계를 맡겼다. A씨에 따르면 MCSC 샘플숍을 디자인해 미쉐린측에 제안하자 당시 미쉐린 영업개발팀장 B씨는 장기저리로 3억 원을 지원할테니 시범케이스 성격의 전문매장을 직접 만들어 운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A씨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지인 C씨와 함께 공동으로 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미쉐린은 그러나 전문매장이 완공을 눈 앞에 둔 시점에 회사 방침이 바뀌었다며 자금지원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왔다. 이미 상당액을 투자해 전문숍의 윤곽이 드러난 시점에서 A, C씨는 미쉐린이 제안했던 3억 원의 투자금을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투자자 2명을 추가로 끌어들여 총 8억 원의 자본금으로 범우모터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대표이사는 주주총회를 거쳐 C씨가 맡았다. 

 C씨는 등기이사 A씨를 비롯해 나머지 주주들과 영업방식을 놓고 초기부터 숱한 갈등을 빚었다.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자 A씨는 미쉐린측에 중재를 요청했고, B씨가 참석한 주주회의에서 C씨는 투자지분을 돌려주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퇴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주들과 C씨는 투자금액 반환시기 등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C씨는 갑자기 대표이사 사임계를 내고 주주들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회사를 폐업했다. 그리고는 같은 장소에 '카발리노'라는 새 법인을 만들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본인이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A씨와 주주들은 한순간에 투자한 회사에서 빈손으로 쫒겨나고 말았다. A씨는 C씨를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고, 대법원까지 가는 7년간의 법적 다툼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C씨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이 처럼 자사의 첫 전문매장이 투자자 간 법적 다툼까지 벌어졌음에도 미쉐린은 A씨가 대법원 판결 후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까지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미쉐린은 본지에 서면답변을 통해 "미쉐린은 주주 간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며 당사와는 관련이 없는 분쟁으로 이는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보면 미쉐린이 방관만 하고 있을 건 아니었다는 게 타이어업계의 시각이다. 상징적 판매점인 MCSC 1호점이 문을 닫을 경우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쉐린은 주주회의에 참석, 범우모터스 주주들의 갈등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제품공급사인 미쉐린이 주주 간 화해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도록 유도하는 게 일반적이란 것.

 업계는 기존 법인 및 새 법인과의 계약 해지 및 신규 계약 과정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미쉐린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C씨가 이사회 의결도 없이 대리점 계약 해지를 요청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장소에서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는 새 법인과 판매계약을 체결한 건 물론 여전히 C씨가 새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이를 인정한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B씨는 C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주주 간 분쟁에 대해 "주주회의에서 사임하겠다고 말한 게 결정돼야 한다, 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C씨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B씨 본인도 향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음을 추측한 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쉐린은 그럼에도 주주동의 여부 등 정확한 확인절차없이 범우모터스와의 계약을 해지했고, 카발리노와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본지는 B씨에게 취재를 요청했으나 "홍보팀을 통한 서면질의에만 답변하겠다"며 만남을 거부했다. 

 C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범우모터스를 폐업한 이유로 “초기 영업이 잘 안됐고 건물이 명도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폐업해야 할 정도로 영업이 안되는 장소에 같은 업종으로 간판만 바꿔 달고 계속 운영한 점에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A씨 역시 “C씨가 월세를 안내면서 고의로 명도시켜 회사를 정리했다”며 “이는 법정에서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또 미쉐린과의 구 법인 및 신규 법인 계약과 관련해서는 “미쉐린에 물어보라”며 답변을 미뤘다.  

 미쉐린은 최근 A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을 통해 "카발리노와 적법하게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적시했다. 미쉐린은 이어 "기존 MCSC 계약 체결, 해지 및 종료 여부 등은 내부기준과 계약조항에 따라 당사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미쉐린이 범우모터스와의 계약 해지와 관련해 내부 검토를 거쳤으며, 더구나 법적 논쟁이 벌어질 게 뻔한 카발리노와의 계약 역시 "내부기준에 따른 신청 및 자격요건에 대한 심사절차"를 통해 결정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다. 
 
 A씨는 매장과 지분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카발리노에 대해 영업정지 가처분신청을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미쉐린코리아를 상대로는 민형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A씨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시민의 김남준 변호사는 "미쉐린코리아가 계약서 상 규정된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C씨 명의의 미쉐린 전문매장은 현재도 정상영업중이지만 A씨와 주주들은 투자금 한 푼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미쉐린은 본지에 “진행중인 제3자 간 분쟁 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미쉐린코리아가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법적인 책임 유무를 떠나 당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있는지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A씨는 "미쉐린이 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일"이라며 "미쉐린이 회사 양도·양수의 기본절차만 지키고 확인했어도 판매점 주주들이 오랜 기간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호 전문매장을 둘러싼 미쉐린과 투자자들 간 법적 다툼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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